대기업 계열 H사는 올해 들어 은행 신용대출을 한 건도 받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회사는 매년 수십억 원에서 수천억 원대에 달하는 단기자금이 필요하면 1~3년 만기 신용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회사채나 기업어음(CP)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회사채 금리가 연 1.9% 수준으로 은행 신용대출 금리(2% 중후반)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은행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기준금리 연 1% 시대에 진입하면서 기업들이 은행빚을 내는 대신 주식이나 회사채, CP 같은 직접금융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회사채나 CP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가 단기간에 반영되면서 연 2% 안팎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전체 대출금의 0.38%에 달하는 각종 신용보증기금 출연료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은행 마진까지 반영하면 내림폭이 미미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4월 기준 기업 운전자금대출 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3.75%에 달한다.
실제로 1~4월 기준으로 회사채를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규모는 지난해 36조1986억원에서 올해 37조7417억원으로 4.3%, CP·전자단기사채는 221조8115억원에서 411억2514억원으로 85.4% 늘었다.
최근 추가 금리 인하까지 겹쳐 은행들 수익성 악화도 우려된다.
구조조정 당국도 비상에 걸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 기업에 대한 기존의 구조조정 수단인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은 은행 부채에 한해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인데 사채는 손쓸 방법이 없다"며 "계속 승승장구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유동성 위기 상황이 오면 법정관리 같은 극약 처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석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업들이 은행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기준금리 연 1% 시대에 진입하면서 기업들이 은행빚을 내는 대신 주식이나 회사채, CP 같은 직접금융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회사채나 CP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가 단기간에 반영되면서 연 2% 안팎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전체 대출금의 0.38%에 달하는 각종 신용보증기금 출연료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은행 마진까지 반영하면 내림폭이 미미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4월 기준 기업 운전자금대출 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3.75%에 달한다.
실제로 1~4월 기준으로 회사채를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규모는 지난해 36조1986억원에서 올해 37조7417억원으로 4.3%, CP·전자단기사채는 221조8115억원에서 411억2514억원으로 85.4% 늘었다.
최근 추가 금리 인하까지 겹쳐 은행들 수익성 악화도 우려된다.
구조조정 당국도 비상에 걸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 기업에 대한 기존의 구조조정 수단인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은 은행 부채에 한해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인데 사채는 손쓸 방법이 없다"며 "계속 승승장구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유동성 위기 상황이 오면 법정관리 같은 극약 처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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