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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영화愛人] ‘인디플러그’ 고영재 대표 “극장 중심의 획일화된 사고 버리자”
입력 2015-06-14 12:13 
사진=인디플러그 로고
한 영화가 개봉되기까지 많은 과정과 다양한 사람들을 거치게 된다. 영화감독을 시작으로 배우, 촬영감독, 음악감독, 미술감독, 제작진, 의상 팀, 무술 팀, 투자자, 배급사, 매니저, 홍보사 등 너무도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다해 제작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늘 영화가 개봉되면 배우 또는 감독만이 인터뷰를 통해 못 다한 이야기를 전하곤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파헤쳐본다. <편집자 주>


[MBN스타 여수정 기자] 인디플러그는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이자 독립영화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굿 다운로더 캠페인을 실천 중인 것은 물론이고 영화관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개성만점 독립영화들을 한자리에 모아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사이트의 활발한 운영과 잦은 업데이트 덕분에 관객들은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독립영화의 매력을 경험하게 됐고, 어렵고 난해할 것이라는 독립영화의 편견까지 깨부숴주면서 쉽고 재미있는 독립영화들이 더 많다는 걸 알려주고 있다. 테마에 어울리는 영화들을 묶어 기획전을 진행한다거나 이벤트를 열어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게다가 현재 상영 중인 영화와 개봉예정인 영화에 대한 소개와 인터뷰, 리뷰 등이 독립영화에 대한 알찬 정보를 제공 중이다.

그 중심에는 고영재 대표가 있다. 고영재 대표는 1999년 영화 ‘질주 아비드편집을 시작으로 ‘국화꽃 향기 현장편집팀, ‘워낭소리 프로듀서, ‘날아라 펭귄 배급,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투자, ‘귀 제작과 배급투자, ‘혜화, 동 제작투자, ‘아버지의 이메일 디지털배급총괄, ‘사랑해 진영아 배급투자, ‘고스톱 살인 마케팅투자, ‘순천 ‘마녀 ‘안녕, 투이 ‘파티51 ‘고양이 장례식 ‘씨 베토벤 ‘블랙딜 ‘악사들 등에 힘을 보태왔다.

또한 2009년 제7회 맥스무비 최고의 영화상 최고의 작품상과 2008년 제17회 대한민국 영상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인디플러그 대표로 소속되어 있지만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으로도 임무를 다하고 있다.

Q. 인디플러그의 이름이 독특한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A. 인디는 독립영화들을 뜻하고 플러그는 말 그대로 플러그다. 즉 ‘독립영화들을 다 꽂자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Q. 인디플러그를 소개한다면.

A. 독립영화의 디지털 유통을 위해 또는 이를 새롭게 구축하고자 2009년 만들어졌다. 당시 독립영화 디지털 전문 유통 업체로 시작했고 현재 온, 오프라인 통합 배급과 함께 디지털 투자와 기획 제작도 하고 있다. 사이트를 중심으로 운영된다기보다는 2009년 당시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이었다. 독립영화 자체가 워낙 먼 부분이고 파편적으로 흩어져있었기에 지속적인 유통이 어려웠다. 독립영화의 체계적이면서도 전문적인 디지털 유통을 책임지며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Q. 심오하고 난해하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던 독립영화가 현재는 친숙하게 관객과 만나고 있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더 이상 독립영화는 어려운 게 아니지만 여전히 일각에선 편견이 존재하고 있다.

A. ‘워낭소리 ‘똥파리 ‘낮술 등은 관객 수가 좋다. 이처럼 언론에 노출이 잘 된 영화들은 기존에 유통하는 모든 관계자가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이는 독립영화의 1%도 안 된다. 우리나라는 특히 극장에서 상영해야만, 언론에 홍보가 되어야만 이슈로 생각한다. 이런 부분이 아쉽다. 하지만 시대와 상황의 흐름에 따라 변화무쌍한 게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독립영화의 현실이 어렵다고 하지만 이를 연출하는 사람들은 줄지 않았다. 창작 욕구만 있다면 누구든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독립영화의 밑바닥에서 끌고 있는 에너지가 아니라 외형적인 것만 파악하기에 근원에 대한 성찰과 흥행의 기준을 대중성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인디플러그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끌기까지의 시간이 조금 걸려도 밑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많은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다.

사진=인디플러그 홈페이지 캡처
Q. 독립영화를 매우 사랑하는 것 같은데 어떤 매력이 있는가.

A. 대중성이 있든 없든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 (웃음) 독립영화들을 창작자의 시선에서 봐줘야하는데 대중성이라는 잣대로 보는 건 무리수가 있다고 느낀다. 99%의 에너지를 믿고 좀 더 다른 방향으로 관객들을 이끌어가는 게 인디플러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난 독립영화 중 어떤 작품만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너무 다양하니까. 과거에 나의 잣대로 섣부르게 영화를 판단했던 때가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건방졌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독립영화는 창작자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말이다.

Q.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는가.

A. 내가 사람들을 만나 인디플러그라고 적힌 명함을 내밀 때 ‘덕분에 수업시간에 설명하기 정말 좋다 등의 고마움을 들을 때 가장 좋다. 특히 영화학과 교수님들이 ‘쉽게 다운로드를 받아 수업 때 설명하기 좋다고 하더라. (웃음)

Q. 다운로그 업데이트할 영화를 선정한다거나 배급, 유통할 영화들을 고를 때 인디플러그만의 독립영화를 대하는 기준이 있는가.

A. 늘 ‘우리만의 기준으로 작품을 대하지 말자와 ‘창작자의 중심으로 사고하자를 강조한다. 우리들은 단기간의 빠른 관심이 아닌 느리더라도 지속적인 관심을 중요시한다. 극장 중심의 사고가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으로서 대중과 소통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소중한 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직원들에게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을 잘하자 또는 영화제에 소개된 작품은 별도로 구축해놓아라.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관심을 가지라고 말한다.

사진=인디플러그 홈페이지 캡처
Q. 나아졌지만 아직도 독립영화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처럼 어려움이 많은 상황 속에서도 독립영화를 아끼고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왜 굳이 독립영화에 관심을 갖는가라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곤 한다. 거기에 편한 길의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추가한다. 이런 질문 속 내 마음을 움직이는 본류는 에너지들이라고 생각한다. 획일화된 기준에 따라 영화들이 지니는 각각이 고유한 에너지를 못 찾는 건 안타까운 것이다. 소통으로 시작해야하며 결들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된다. 지금도 여전히 고민이 많다. 그러나 독립영화에 관심을 기울일 때가 제일 좋더라. (웃음) 의무감 때문에 하는 건 절대 아니다. 난 재미있다는 말은 의미 있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독립영화에 관심을 기울일 때 재미있고 이로서 의미 있는 즐거움을 얻고 있다.

Q. 인디플러그의 최종 목표는 무엇이며 나아가 대표의 목표는 무엇인가.

A. 독립영화를 만드는 창작자들의 고민과 재정, 열정, 시간 등에 좀 더 애정을 기울일 것이다. 대중성보다는 의미 있는 즐거움이 가장 필요하며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달되는 작품 역시 마찬가지이다. 인디플러그는 대중성의 잣대가 아닌 작품 각각의 결들의 개성을 강조할 작품을 찾을 것이다. 나의 궁극적 목표는 인디플러그의 목표이기도 하다. 굳이 인디플러그 중심으로 안 돌아가도 좋으니 다양한 플랫폼으로 누구나 바르게 영화들을 올리고 다운로드 받아, 창작자와 관객들의 빠른 피드백이 지속돼 다음 작품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극장 중심으로 서열화시키는 건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콘텐츠는 다양한데 너무 극장 중심으로만 치우쳐 그저 안타깝다. 콘텐츠와 플랫폼은 무궁무진하기에 획일화된 기계적 사고를 스스로 버려야만 한다. 온, 오프라인을 마음껏 넘나들어야 될 것이다.

최준용 기자, 박정선 기자,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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