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평택 경찰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 제기…병원 내 감염 희박
입력 2015-06-12 14:23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로 확진된 경기 평택경찰서 소속 A경사(35)의 명확한 감염 경로가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첫 지역사회 감염 사례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A경사에 대해 중간 조사 결과 평택박애병원 응급실에서 52번 환자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감염된 52번 환자가 자가격리 중에 발열 증세를 보여 31일 밤 평택박애병원 응급실을 찾았는데. A경사도 같은 시간대에 평택박애병원에 내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택박애병원은 당시 CC(폐쇄회로)TV 기록을 살펴본 결과, A경사가 다녀가고 17분 후에 52번 환자가 도착해 두 사람이 전혀 마주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평택박애병원 관계자는 시간대가 겹치지 않더라도 52번 환자가 먼저 왔다면 일말의 가능성이 있겠으나 나중에 온 환자가 먼저 온 환자를 감염시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병원 측의 설명에 따르면 A경사가 이 병원 응급실을 찾은 것은 지난달 31일 밤 11시24분이다.
당시 응급실에 환자가 1명도 없었던 데다 A경사도 근무 중에 와서 바쁘다고 얘기해 곧바로 진료에 들어갔다.
당시 A경사는 체온 37.8도로 열만 있을 뿐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다. 그러나 병원은 문진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온 친구를 만났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메르스를 의심해 보건소에 신고할 테니 조치에 따르라고 A경사에 말했다.
해열제 주사와 약 처방을 받은 A경사가 병원을 떠난 것은 23시34분으로 응급실에 머문 시간은 10분 가량이다.
이어 밤 11시51분 52번 환자가 도착했다. 이 시간에도 응급실에 다른 환자는 없는 상태였다.
지난달 23∼28일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던 52번 환자는 자가격리 대상이었으나 평택박애병원의 문진 과정에서 이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A경사는 돌아간 후 다시 응급실을 찾지도 않았으므로 그 이후 두 환자가 이 병원 내에서 마주칠 가능성은 없다.
또 A경사와 52번 환자는 모두 직접 병원을 찾았기 때문에 구급차 내부 등에서 마주쳤을 가능성도 없다.
평택박애병원에는 52번 환자 외에 하루 앞선 30일 역시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된 22번 환자도 다녀갔지만 오전 중에 2층 외래 진료를 거쳐 4층 입원실에 입원했다가 당일 퇴원했다.
이 환자의 경우 메르스를 의심한 의료진이 곧바로 마스크를 씌워 바이러스를 배출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인 데다 응급실도 들르지 않았다. A경사의 방문과는 24시간 이상의 시차가 있어 감염원이 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따라서 A경사가 평택박애병원에서 감염됐을 가능성보다는 병원 밖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A경사와 52번 환자의 방문시간 기록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CCTV가 출입구 정도에만 설치돼 있기 때문에 (두 환자의) 연관성에 대해 추가 면접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환자가 이미 31일 의심 증상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옻닭을 드시고 발열이나 근육통, 소화불량 등의 증세가 있어서 방문한 것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택박애병원 관계자는 31일 A경사를 처음 진료한 응급실 의료진이 메르스를 의심했고 1차에서 양성이 나왔다”며 2차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해서 당시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31일 새로 감염됐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A경사가 지난달 31일 이미 메르스에 감염된 상태라면 지난달 26, 2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친구를 만난 것이 또 다른 감염 가능성으로 떠오르지만 정작 그 친구는 증상도 보이지 않았다. A경사의 친구는 지난 3일과 12일 두 차례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병원 내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지역사회 감염일 것으로 볼 여지가 남는다.
실제 A경사가 근무하는 평택경찰서는 초기에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평택성모병원과 직선거리 2㎞ 정도로 가깝다.
더구나 A경사가 사는 곳은 충남 아산이고, 국내 첫 메르스 환자의 주소지도 아산이다. 첫 환자의 실 거주지는 서울이지만 농작물 재배 관련 일로 주소지인 아산에도 자주 머물렀고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후 처음으로 찾은 곳도 아산 둔포의 서울의원이었다.
A경사가 첫 환자를 비롯한 초기 환자들과 평택, 아산 생활권을 공유하기 때문에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도 충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메르스의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확산 여부는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또 지역감염은 있더라도 소수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사례 역시 메르스 환자와 비슷한 시간대에 병원에 있었던 것은 사실인 만큼 역학조사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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