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엘리엇發 공습` 경계경보 발령한 대기업들
입력 2015-06-10 17:50  | 수정 2015-06-10 22:30
'엘리엇 사태'로 국내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을 중심으로 언제든지 엘리엇매니지먼트 같은 외국계 투자자가 이의 제기에 나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 1일 현대하이스코와 합병을 앞둔 현대제철은 자사주 매입에 나서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투자자가 주가 저평가를 문제 삼을 주요 기업으로 삼성전자, 현대모비스, SK텔레콤 등이 지목된다.
이들 기업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까닭에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최대주주 지분율 확대를 위해 주가 저평가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외국인 지분율에 비해 대주주 지분율이 낮기 때문에 엘리엇 사태의 역풍을 맞은 셈이다. 삼성전자, 현대모비스, SK텔레콤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각각 17.65%, 30.17%, 25.22%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각각 51.76%, 50.24%, 44.55%에 달한다.
최근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과정에서 홍역을 치렀던 현대차그룹은 삼성그룹의 엘리엇 공습에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철강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등 두 곳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다음달 1일 합병을 앞두고 있지만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가 엔저로 인해 영업이익 감소 등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메르스 영향까지 겹쳐 주가가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주가 흐름이면 합병을 반대하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급증할 가능성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주가 부양책을 꺼내들었다. 이날 이사회를 개최하고 360억원어치 자사주를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실적악화와 최근 외국계 펀드의 주주가치 높이기 분위기가 겹쳐 이 기회에 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올리기 위해 자사주 매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모비스도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로 짜여 있다. 이 때문에 현대모비스가 외국계 투자자의 거센 공격을 받았을 때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외국계 전체 지분율이 50%가 넘는 데다 그룹의 지주회사 격이라는 점에서 현대모비스에 대한 외국계 투자자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역시 SK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증권가에서 떠도는 시나리오는 검토한 바 없다"며 "주주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SK텔레콤은 최근 SK브로드밴드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자사주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활용해 조만간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레이더M(RaytheM.kr) 보도
[홍종성 기자 / 한우람 기자 / 김제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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