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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의 불안증, 불운도 변명이다
입력 2015-06-09 22:16 
마운드에 주저 앉은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루카스 하렐.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루카스 하렐(30)이 4이닝 만에 투구수 101개를 기록하고 강판됐다. 또 흔들렸다. 올 시즌 13경기 중 5번째로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경기였다.
루카스는 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6피안타 5사사구 4탈삼진 4실점(3자책)으로 부진했다. 팀도 2-5로 3연패를 당했고, 루카스도 시즌 6패(4승)를 기록했다.
LG는 이번주 첫 경기서 분위기 전환이 절실했다. 루카스의 호투가 필요한 중요한 경기였다. 그러나 승부는 경기 초반 갈렸다. LG의 집중력이 부족했다.
이날 루카스의 부진 뒤에는 그럴만한 배경은 있었다. 실책이 발목을 잡았다.
1회부터 수비에 구멍이 뚫렸다. 선두타자 민병헌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정수빈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안타로 기록된 김현수의 외야 뜬공을 2루수 황목치승과 우익수 김용의가 서로 미루다 놓쳤다. 사실상 실책. 이어 로메로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했기 때문에 더 아쉬운 수비였다. 루카스는 결국 오재원을 볼넷, 양의지의 2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내줬다.
2회에도 또 수비가 문제였다. 루카스는 선두타자 오재원을 내야 땅볼로 유도했다. 유격수 오지환이 가볍게 잡았으나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과정에 놓쳤다. 수비 실책 이후 루카스는 김재호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다. 이어 민병헌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수비 실책 뒤 또 흔들린 것.
0-3으로 뒤진 LG는 1사 2, 3루 위기서 양상문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루카스를 진정시켰다. 루카스도 안정을 찾았다. 김현수를 고의4구로 내보낸 뒤 추가 실점 없이 후속 타자를 막아냈다.

타선도 야속했다. 2회말 3연속 안타로 무사 만루 찬스를 만들고도 3연속 삼진을 당해 점수를 뽑지 못했다.
루카스는 3회와 4회 두산 타선과 힘겨운 승부를 펼쳤다. 공격적인 피칭을 못하고 피해 다녔다.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고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상대를 하다 보니 투구수만 늘었다. 매 이닝 볼넷을 내주면서 결국 4회초 2사 1, 3루서 오재원에게 적시타를 맞고 추가 실점했다.
루카스 입장에서는 이날 경기 초반 심판 판정도 아쉬웠다. 스트라이크 존에 일관성이 없었다. 그러나 루카스는 선발 투수다. 이닝이터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누구의 탓도, 불운도 변명이 되진 않는다. 루카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버텨야 했다. 루카스의 최대 약점이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그랬다.
이날 상대 선발 투수가 유희관이었기 때문에 극명하게 비교됐다. 최악의 위기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유희관은 5⅔이닝 동안 111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 3볼넷을 기록했으나 6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단 1실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이날 루카스가 던진 101개의 공 중 스트라이크는 53개, 볼은 48개였다. 특히 34개의 속구 중 스트라이크와 볼의 비율이 같았다. 두산 타자들에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다. 최근 안정감을 찾은 줄 알았던 루카스의 심리적 불안증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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