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허술한 자가격리·방역이 문제···메르스 진정·확산 고비
입력 2015-06-09 17:00 

치솟기만 하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환자 증가세가 주춤해진 반면 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의료기관과 지역은 계속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메르스 확산이 이제 소강 상태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과 여러명의 환자가 전국 여러곳의 의료기관을 경유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제 4차 감염도 배제할 수 없다는 염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은 일단 메르스 잠복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확진 환자가 줄어들면서 메르스 사태가 점차 안정적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정부는 메르스 확진자가 8명 늘어난 95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전날 추가 확진자수가 23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날 발표된 확진자 수는 크게 감소했다. 이날 확진자는 모두 병원 내 감염으로, 아직까지 지역 사회로 전파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주말부터 정부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 명칭을 공개해 이 시기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이 예방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거나 의심 증상을 신고하게 함으로써 메르스 증가세가 줄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날 3차 감염자를 유발시킨 2차 감염자는 2명 더 늘었다. 93번 환자는 15번 환자가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 머물 때 간병인이었다. 이미 사망한 6번 환자 사위인 88번 환자가 메르스 환자로 확진됐다. 6번 환자는 서울아산병원 청원경찰인 92번 환자에게도 바이러스를 전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3차 감염자을 발병시킨 환자는 2명에서 4명으로 늘어나 보건 당국을 긴장시켰다. 하지만 해당 병원에 바이러스 노출 시기가 기존 삼성서울병원 확산시기인 지난달 27일과 비슷하기 때문에 앞으로 자택관리자 무단 이탈 등을 철저히 관리한다면 폭발적 증가세는 막을 수 있다고 방역당국은 분석했다. 최경환 총리 대행은 이날 메르스 일일점검회의에서 정부는 메르스 사태를 이번 주 내 종식시킨다는 각오로 적극적인 총력대응체계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전문가들도 상당수다. 대형 병원에서 추가 감염으로 인한 확진자 발생이라는 변수 때문이다. 특히 자가 격리자 1명을 놓쳐 수십명의 밀접 접촉자가 격리되는 케이스가 또다시 발생했다. 자가 격리를 제대로 이행시키지 못하면 4차 감염과 지역사회 확산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
추가 감염환자를 보면 여전히 격리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확진자로 발표된 90번째 환자는 지난달 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무더기 환자가 나오자 90번째 환자는 이달 1일부터 자택 격리 대상자에 포함됐다. 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3일 옥천제일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6일엔 옥천성모병원을 방문했다. 이후 을지대병원 응급실을 찾아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뒤늦게 당국은 병원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이로 인한 밀접접촉자만 30명 넘게 발생했다. 전날 14번째 환자와 접촉했던 76번째 환자에 이어 이어 또 한번 자가격리 실패 사례가 등장한 것이다.
76번째 환자는 지난 5~6일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을 거쳐 6일 건국대병원 응급실을 경유했다. 이뿐 아니라 요양병원 한 곳을 더 들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93번 환자도 자택격리 지시를 받았지만 이를 엄격히 지키지는 않고 일부 병원 진료를 받았다. 한번 동선을 놓친 격리 대상자는 국내 의료계에서 고질적 문제점인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감염자를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대형병원은 응급 환자 분류구역이 없어 보호자들 이동이 자유롭다. 응급실 안에서 환자와 의료진, 직원과 방문자들이 어지럽게 섞여 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만큼 대기 시간이 길어 감염 무방비 상태에 더 쉽게 노출된다.
요양병원도 변수다. 4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 94번 환자가 당국 감시망이 가동되기 전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요양병원은 면역력이 나쁘고 당뇨 등 만성 질환이 잦은 고령 환자들이 모이는 곳이라 메르스 바이러스가 퍼지면 큰 피해가 날 수 있다. 3차 감염자 발생이 다소 진정세에 접더든 삼성서울병원에서 4차 감염자 발생 가능성도 제기된다. 복지부가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의사인 35번 환자가 진료한 남편을 간호한 41번 환자가 지난 5일 확진자로 밝혀졌다. 14번 환자로부터 전염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의사로부터 4차 감염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삼성서울병원 의사의 확진일이 4일이기 때문에 잠복기간 14일 동안에는 1500명 접촉자에 대해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덕철 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응급실을 통해 감염시키는 사례를 잘 잡아야 한다”며 병원 간 감염 사례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와 달리 긍정적으로 감소세로 갈 수 있다”며 의료기관과 국민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동인 기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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