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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기획…‘영화소개프로그램’②] “끊임없는 스포일러의 유혹”
입력 2015-06-09 15:05 
[MBN스타 박정선 기자] 영화 소개 프로그램은 1993년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이 시청자들을 만나던 시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신작에 대한 소개는 물론이고 인터뷰 형식의 코너, 명화들까지 소개하며 그야 말로 ‘알찬 정보들로 가득 채워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꾸준히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이 동시에 꾸준히 시청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스포일러와의 전쟁이다. 최근 들어 개봉을 앞둔 신작들을 소개하는 쪽으로 비중을 두다 보니 적정선을 지키지 못하고 예비 관객에게 영화의 중요한 정보를 미리 제공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10여 년 동안 ‘출발! 비디오 여행에 몸담고 있던 A 씨를 만나 제작진으로서의 고충과 우리가 몰랐던 프로그램 제작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같은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생기다 보니 아이디어 싸움이 치열할 것 같다.
A. ‘출발비디오여행 작가였다. 모두들 아시는 것처럼 영화 소개 프로그램 중 첫 주자다. 사실 현재 방송가의 후발주자는 선발주자를 벤치마킹해서 시작하기 마련이다. 한국 방송들이 뻔뻔하다. 다른 예능도 그렇지만 ‘어떻게 저런 걸 따라하냐는 말을 듣는 한이 있어도 시청률로 이길 수만 있다면 그러한 비판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출발! 비디오 여행의 대표적인 코너로 ‘영화 대 영화가 있었는데 이와 같은 코너가 모든 프로그램에 생겼다. 다루는 영화가 다르더라도 코너의 형식이 유사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의 시각에서는 차별성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Q. 결국 시청률 때문이라는 건데, ‘출발! 비디오 여행이 처음 시작할 때는 어땠나.
A. 처음 ‘출발! 비디오 여행이 시작할 때는 숨겨진 영화를 소개하고 예술영화도 다루는 것이 가능했다. 그때는 교양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여유를 부리면서 선택을 할 수 있었지만 어느덧 ‘출발! 비디오 여행도 같은 시간대에 경쟁 프로가 나오다 보니 예능프로그램이 될 수밖에 없었던 거다. 최신영화, 한국영화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니 영화프로그램이 신작 중심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Q. 신작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면 프로그램마다 제공받는 소스의 한계가 있을 텐데?
A. 맞다. 사실 신작은 뻔하다. 만약 다섯 개의 소스가 들어온다면 그걸 가지고 모든 프로그램이 방송을 만드는 거다. 그러다 보니 차별화를 두기가 힘들다. 어떤 프로는 ‘A라는 영화를 ‘영화 대 영화로 다루고, 또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새 영화 소개 코너에서 다루더라도 소스가 한계가 있다 보니 사실상 비슷할 수밖에 없다.”


Q. 새로운 것을 원하는 시청자가 있는 반면, 옛 것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A. ‘출발! 비디오 여행은 똑같은 소스를 다루어도 집의 노하우와 대본의 차별성이 존재한다고 자부한다. 일종의 자부심 같은 거다. 다른 프로그램이 같은 소스로 경쟁했는데 결국 다른 프로그램들이 시간을 옮겨갔다는 것은 원래의 것을 깨부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질문처럼 ‘시청자의 요구라는 게 만드는 입장에서는 100% 맞추기는 불가능하다.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과 실제로 프로그램을 보는 것과는 괴리가 있다. 과연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원하느냐에 대한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비슷한 형식이라고 해도 어떤 사람이 진행하고, 어떤 대본을 쓰고, 어떤 편집을 하느냐에 따라 볼 사람은 보니까. 20년 가까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할 수 있는 코너는 다 해봤다. 그렇게 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금의 형태가 된 것이다.”



Q. 그렇다면 ‘출발! 비디오 여행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이 안정기라고 볼 수 있는가?
A. 좋게 말하면 안정기고 나쁘게 말하면 정체기인 셈이다.(웃음) 그건 다른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영화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있다. 영화 프로그램은 소스가 적기 때문에 어떻게 편집하느냐의 문제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


Q.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면 가장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 ‘스포일러 문제일 것 같다. 시청자들의 불만도 대부분 그 것으로부터 나오는 것 같고.
A. 스포일러에 대해서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 ‘출발! 비디오 여행을 만드는 입장에서 그나마 스포일러가 가장 적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램 하나가 있을 때는 분명 그랬고, 경쟁이 심해지다 보면 당연히 스포일러가 나오게 되는 것 같다. 얼마나 보여주느냐로 경쟁을 하다 조금씩 선을 넘기 시작하는 거다. 그리고 웃기지만 시청자들이 스포일러를 싫어하는 것 같찌만 사실 그렇게 하면 시청률이 더 잘 나오는 게 현실이다. 결국 스포일러는 끊임없이 제작진을 흔드는 유혹이다.”


Q. 스포일러를 싫어하지만 시청률을 잘나온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A. 사실 ‘어벤져스나 ‘매드맥스 같은 유명한 작품은 방송을 통해 많이 보여주지 않아도 극장에서 볼 사람은 다 보게 되어있다. 하지만 작은 영화들은 어떤 형태로든 소개가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PD들에게 어떻게든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을 먹게 해주기 위해 최대한 많은 소스를 제공한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영화정보프로그램이 정보를 주는 것도 있지만 영화를 보지 않고도 영화를 본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것 때문에 보는 시청자도 적지는 않다. 최대한 그 영화의 많은 것들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존재하기 때문에 그 중간에서 적절한 판단을 해야 한다.”



Q.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제작사에서 자체적으로 소스 공개에 한계를 두지 않나?
A. 케이스바이케이스다. 2시간 중에 15분만 주는 경우, 절반만 주는 경우, 심지어 전편을 주는 경우도 있다. 전편을 주더라도 방송에는 전체를 내보내진 않는 것이 당연하니까.(웃음) 프로그램 쪽에서 전체 소스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많이 보여주기 위해서는 아니다. PD들이 어떤 영화인지를 다 알고 편집하는 거랑 아닌 거랑 확연히 다르지 않나. 시사회보다 한 주 빨리 소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전편을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경우를 예로 들면 같은 영화를 다른 프로그램이 먼저 소개하는 경우는 핸디캡이 있으니 그 프로그램보다 한 장면이라도 더 나가려고 요구를 하는 겨야우도 있다.”


Q. 방송 3사 영화 소개 프로그램의 단합 같은 것도 있나? 예를 들어 앞서 말했던 소스 공개나 인터뷰 같은 것과 관련해.
A. 영화 프로를 만드는 이들끼리는 전혀 교류가 없다. 물론 원래 하던 프로그램을 관두고 경쟁 프로로 가는 경우는 있다. 타 프로그램의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했던 프로그램에서는 전혀 없었다. 영화사 입장에서 홍보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하는 거지 카르텔 같은 건 없다.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방송이 ‘갑이 아니다.”


Q. 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그만큼 최근에는 방송계의 순환이 빠른 것으로 보이는데, 영화 소개 프로그램들이 오랜 시간동안 유지되는 이유가 궁금하다.
A. 당연히 광고다. MBC에서 광고를 완판 시키는 게 ‘무한도전과 ‘출발! 비디오 여행 정도라고 알고 있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은 사실 날로(?) 먹는 프로그램이나 다름없다. 제작비도 들지 않고, MC는 아나운서가 하니 출연료 나갈 일이 없다. 또 야외 촬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카메라가 열 몇 대 돌아가는 촬영도 없다. 그저 있는 소스를 가지고 편집만 하기 때문에 작가와 PD 등의 인건비를 제외하고는 돈이 들어갈 곳이 거의 없다. 저렴한 제작비를 들여서 광고를 완판시키면 투자대비 수입이 그만한 게 없다. 그리고 휴일 낮 시간 때는 뭘 해봐야 크게 의미 없는 시간인데 가만히 둬도 광고가 팔리는 프로그램을 없앨 필요가 없지 않겠나.”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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