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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구 “실제 아내 두고 죽음 맞는 연기하려니…”
입력 2015-06-09 13:45  | 수정 2015-06-10 09:3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오주영 기자]
‘연평해전 속 한상국 중사는 따뜻하고 헌신적인 사람이다. 부대원들을 제 가족처럼 보담아 살피고,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는 순간에도 키를 잡고 절대 놓지 않았다. ‘나는 배를 살릴 테니 너는 가서 사람을 살려라는 대사 한 마디에도 그의 굳건한 의지와 듬직한 속내가 자연스레 묻어나온다.
그를 연기한 진구 또한 푸근하면서도 강단 있는 사람이었다. 영화 속 인물과 ‘싱크로율 100%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처음 영화를 제의 받았을 때는 출연을 고사했던 그다. 처음 받았던 시나리오가 상당히 난해했던 탓이었다.
처음에는 시나리오를 이해하기가 어려웠어요. 필요 이상으로 상세하더라고요. 소총 이름까지 일일이 적혀있어서 술술 읽히지가 않았어요. 너무 길어서 읽다가 포기할 정도였어요. 근데 이번에 다시 대본이 들어왔을 때는 잘 읽히더라고요. 내용도 처음 받았을 때와는 많이 달랐고, 내가 이 역할을 맡으면 잘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마지막 시신 인양 장면이 정말 임팩트 있어 선택하게 됐어요.”
맡은 역할이 단순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닌, 실존했던 인물이기에 부담감도 상당했을 터. 언론시사회 당시에도 영화를 모두 보고난 뒤 눈물 참느라 혼났다”며 말을 아꼈던 진구다. 그는 부담감을 극복하진 못했다”며 속내를 꺼냈다.
작은 위로라도 되고 싶었는데 영화를 만드는 단계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오히려 누가 될 까봐 걱정을 굉장히 많이 하면서 시사회에 참석을 했죠. 그래도 영화가 우려했던 것 보다는 굉장히 잘 나왔고, 작은 위로는 될 수 있겠다 싶어 자부심을 갖게 됐어요.”
실제 한상국 중사를 만나본 적도, 육성을 들어본 적도 없어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사람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진구. 제 머릿속, 제 몸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말투와 가장 행동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말을 하더라도 그냥 따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욕설을 하더라도 애정을 담아 따뜻하게 하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었죠”라며 맡은 역할에 대한 고심과 애착을 함께 보여줬다.
지난해 9월 새신랑이 된 그다. 실제 아내가 있으니, 극중 아내를 두고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한상국 중사에 대한 연기 몰입도도 남달랐을 법 했다. 마지막까지 키를 부여잡던 순간, 아내 사진을 보며 예쁘게도 생겼다”고 뱉는 말도 애드리브였다고.
즉흥적으로 나온 대사에요. 실제 한상국 하사가 제 나이보다 열 살 가량 어렸어요. 촬영을 하고 있는 저도 공포심이 들고 얼만큼 위험한지 알겠는데, 그 어린 청년은 어땠겠어요. 또 그 때는 실제 상황이잖아요. 죽기 직전에 한 말이니까 아내의 사진을 보고 죽는다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앞으로 1초 뒤에 죽는다고 생각하니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더라고요. 전화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인데, 내 마음의 소리를 텔레파시로 전한 거죠. 사랑해, 이런 말보다도 미안한 마음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복합적인 마음이 있었어요. 꿋꿋이 짜낸 뱃사람의 한 마디죠. ”
과거 MBC ‘무한도전에서 진구로부터 공개 프러포즈를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던 아내.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진구는 조금 복잡하게 만났다”면서 거미 씨 절친의 동기가 지금의 제 아내다. 서너 다리를 건넜다”고 설명했다. 진구는 절친 이정을 통해 거미와 친분을 쌓았다.
생전 해보지도 않았던 소개팅을 했어요. 심지어 평소 꿈꿔오던 이상형도 아니었어요. 근데 딱 보는 순간 ‘이 사람이랑 결혼하겠다 싶었어요. 두세 번 만나서 영화 ‘관상도 보러갔고, 그 때부터 프러포즈 준비를 했어요.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도에서 승부수를 던진 거에요. 그 사람도 ‘무도 얘기가 본인인 걸 알고 있었죠. 다행히 그게 먹혔나봐요(웃음). 그 뒤로 8개월간 결혼 준비를 해서 ‘연평해전 촬영하던 중에 결혼식을 올렸죠.”
‘연평해전 촬영기에 결혼과 더불어 아내의 임신까지, 겹경사였다. 실제 아내가 촬영 현장에 응원을 한번 왔는데, 마침 그 때 아기가 생겨 ‘현장 베이비라 불리기도 했다고. 이달 말 출산을 앞두고 있는 그는 아들이 태어나면 함께 농구를 해보고 싶다”면서 제가 농구를 굉장히 좋아한다. 주말마다 농구를 할 때도 좋아하는 선수 유니폼을 맞춰 입고하는데, 애기 유니폼도 그 선수 것으로 주문해 놨다. 아내 것과 제 것, 아이 유니폼까지 나란히 벽면에 걸어 놓는게 꿈”이라며 아빠로서의 소박한 꿈을 얘기하기도 했다.
헌데 신혼을 즐길 틈도 없이 바로 차기작을 선택했다. 그리스 올 로케로 촬영이 진행된다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다. 이번에도 역시 군인 역할로, 극중 ‘상남자 역할을 맡았단다. 얼마 전 송중기, 송혜교 등 출연진들과 첫 대본 리딩도 가졌다. 이들과의 호흡은 어떨 거 같냐는 질문에 그는 아주 좋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도 진구는 아내에게 미안하고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신혼인 데다 곧 아이가 태어나는 만큼 걱정도 많을 터. 그는 미안한 마음은 들겠지만 그래도 별 수 없는 것 같다”며 당연히 걱정되긴 한다. 그래도 큰 작품이 들어온 거니까 서로 이해해주면서 하려고 한다”고 아쉬움을 달랬다.
사실 영화에서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큰 빛을 발하지 못했던 진구다. 그는 이번 작품 시청률을 얼마 정도로 예상하냐는 질문에 100%”라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사실 드라마를 많이 안 해봐서 잘 모르겠다. 예전에 한번 드라마를 했었는데 시청률이 그닥 좋진 않았다. 어떤 작품이든 늘 최선을 다 하는데, 희한하게도 특별 출연한 드라마는 시청률이 잘 나오고 주·조연을 맡으면 잘 안 나오더라”면서 나는 늘 최선을 다했다. 항상 열심히 했는데, 내가 어떻게 하든 시청률은 제 뜻대로 안 되는 것 같다. 시청자들의 몫이 아닐까”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데뷔 13년차인 그는 ‘올인부터 ‘비열한 거리 ‘마더 ‘쎄씨봉까지. 미스터리 범죄물에 처절한 멜로, 로맨스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해왔다. 그러나 특정 콘셉트나 캐릭터에 대해 본인의 욕심을 앞세우지는 않았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고 싶냐는 질문에 진구는 그런 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연기 하면서 생긴 노하우, 혹은 직업병이랄까요. 제가 어떤 역할을 원한다고 해서 그게 저한테 들어오는 건 아니잖아요? 그걸 기다리다가 평생 안 들어올 수도 있고, 다른 걸 놓칠 수도 있고요. 젊은 시절에 비해 역할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진 것 같아요. 예전엔 악하고 독한 깡패, 형사 같은 역할만 들어왔다면 이젠 ‘쎄시봉 ‘연평해전처럼 따뜻한 역할들도 많이 들어오는 것 같고요. 한 살 씩 나이를 먹을수록 더 다양한 역할들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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