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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 똥을 싸도 박수 받는 지드래곤
입력 2015-06-09 11:39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일단 제목에 발끈해 들어온 지드래곤 팬들에게 미안하다. 나름의 창작 아이디어를 낸 지드래곤과 그를 매개체로 삼아 예술로 승화시킨 미술작가들에게는 더 미안하다. 그들의 노력과 가치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 글의 제목은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 줄 것이다(Be famous, and they will give you tremendous applause when you are actually pooping)'라는 유명 문구를 인용했음을 밝힌다.
'팝 아트 선구자' 앤디 워홀(Andy Warhol)의 명언으로 우리나라에서 잘못 알려진 문구다. "미래에는 누구나 15분 내외로 유명해질 수 있다"는 워홀의 말이 언제 누군가로부터 와전됐다. 물론 이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전자의 말에 얼마나 더 공감했느냐가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드래곤은 '똥을 싸고도 박수를 받고 있다' 할 만하다. 나쁜 의미에서가 아니다. 그만큼 그가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이 시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이야기다.

지드래곤이 6월 9일 서울시립미술관에 입성했다. 오는 8월 23일까지 열리는 미술 전시회 '피스마이너스원 : 무대를 넘어서(PEACEMINUSONE : Beyond the stage)' 주인공이 그다. 현대미술작가 14명이 지드래곤과 교감해 탄생한 설치, 조각, 사진, 페인팅 작품 200여 점이 전시됐다. 연예계에서는 칭찬 일색이다. '현대미술이 지드래곤을 택했다'는 해석이다.
반면 미술계를 비롯해 순수 문화인들의 공감은 얻지 못하고 있다. 전시회를 두고 말이 많다. 특히 엔터테인먼트사의 상업적 프로젝트에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시립미술관이 장단을 맞췄다는 비판이다. 시립미술관에 작품을 걸고 싶어도 못 거는 신진 작가들의 사기를 꺾는다는 군소리가 나온다.
참여한 작가들은 YG로부터 일정 제작비를 받았다는 주장이 있다. 전시회가 끝난 뒤에는 작품을 YG가 모두 매입한다는 조건도 붙었단다. 이와 관련해 YG 측 관계자는 노코멘트 했다. 오히려 관계자는 "YG가 순수 예술 문화에 투자하는 첫 사례다. 문화 예술 저변 확대에 기여하는 의미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취지는 좋다. 작품 제작비를 지원하고, 매입하기로 한 조건도 이해할 수 있다. 이승엽의 400호 홈런볼을 본인 혹은 소속 구단이 보유하고 싶은 마음일 테다. 또는 팬들에게 엄청난 가격에 팔려나갈 수 있는 작품을 미리 점유하는 '미술 재테크'일지도 모른다. 지나친 비약이라해도 당장 몇년 간 외국에서 같은 전시회로 거둘 수익은 어느 정도 보장돼 있다. 어찌 됐든 투자를 했으니 작품을 소유하는 것이 아티스트의 초상권 관리에 편하다.
해당 전시회 입장료는 1만 3000원. 기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된 전시회는 무료이거나 매우 저렴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번에 서울시립미술관은 YG로부터 대관료를 받고, 입장료 수익도 공동 분배한다. 미술관 측은 "수익이 난다면 모두 서울세액으로 잡혀 시민들에게 더 나은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취재진 반응 역시 반반이었다. 과격한 표현일 수 있으나 각각 기자들의 속마음은 '놀고 앉아 있네'라는 부류와 '와! 지드래곤이다'로 갈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사 성향과 기자 관점에 따라 기사 논조가 다를 수밖에 없다.
분명한 건 하나다. 차라리 지드래곤이 가장 솔직했다. 지드래곤은 "국내외 예술가들과 협업해 대중문화와 현대미술의 접점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창하게 자신을 포장하지 않았다. "미술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미적 환상이 크다. 그저 예쁘고 멋있는 것을 좋아한다. 나를 통해 많은 미술가 분들이 소개되고 대중이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그 또한 좋지 아니한가."
쉽게 말해 해당 전시회는 지드래곤의 미적 세계를 전문 작가들이 듣고 표현했다. 높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현대 미술 문턱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솔직히 꿈보다 해몽이 좋을 수 있겠다 싶다.
인정할 것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현대미술이 지드래곤을 택한 것이 아니다. YG가 현대미술을 선택한 것이다. 노림수는 뻔하다. YG는 패션·뷰티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전속 모델이나 다름 없는 자사 아티스트의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다. 그의 브랜드 가치는 곧 자사의 가치다.
앤디워홀은 1960년대 당시로서는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워홀의 작품 세계는 대부분 ‘미국의 물질문화와 연관돼 있다. 그는 돈, 달러 기호, 식품, 잡화, 구두, 신문 스크랩 등을 그렸다. 메릴린 먼로나 엘비스 프레슬리 등 스타도 그 대상이었다. 그는 대중에게 익숙하고 유명한 이미지를 이용해 20세기 미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했다.('앤디 워홀의 철학' 일부 발췌·열린책들 김정신 옮김)
전시회 '피스마이너스원' 또한 현실 세계에 대한 성찰과 비판을 담았다. 지드래곤이 지각하고 상상하는 세계의 다른 이름이자 이상향인 평화(PEACE)가 결핍(MINUS)된 현실과 이상의 교차점(ONE)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 설명을 들은 한 문화계 관계자는 "참 복잡하고 거창하게 포장했다. 원래 미술이 그렇다"고 웃으면서 "YG는 지드래곤을 앤디 워홀처럼 만들고 싶은 듯 하다.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수 있다. 지드래곤이니까. 다만 똥에서 향기가 나길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이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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