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병원 명단을 공개하고 지자체와 함께 적극 대처하기로 하면서 메르스 감염 확산세가 진정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주초가 메르스 감염 확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6~7일 감염자가 늘긴 했지만 완치돼 퇴원하는 환자가 나오고 격리에서 해제되는 사람들도 늘면서 메르스 확산이 한풀 꺾을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하거나 방문한 병원이 공개돼 그 동안 풀리지 않았던 퍼즐이 맞춰져 감염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추적·관리가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6~7일은 사망자와 3차 감염자가 발생한 주말이었지만 감염환자 추가로 확진된 환자중 10명이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돼 여전히 ‘병원내 감염에 머무르고 있다. 이동이 잦은 주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하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기준으로 격리 관찰자는 전날 발표 때보다 495명 증가한 2361명에 달했다. 이렇게 격리관찰자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삼성서울병원 감염 환자가 무더기로 늘어나며 환자와의 밀접 접촉자 수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메르스 확진환자 중 처음으로 퇴원 환자가 나타나면서 막연했던 공포감도 꺾이고 있다. 최초 확진자인 남편에게서 메르스가 옮아 격리됐던 여성(63)이 병이 완치돼 지난 6일 퇴원했다. 보건당국은 브리핑에서 2번 환자 외에도 5번 환자(남·50)와 7번 환자(여·28) 상태가 좋아져 퇴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르스는 치료제와 백신이 없지만, 건강에 별문제가 없는 사람이 걸리면 생명에 큰 위협 없이 자연 치유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됐던 해군 하사 1명도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군에서 발생한 메르스 확진환자는 현재까지 경기도 오산 공군 A원사 1명뿐이다.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은 B하사는 지난달 여자 친구인 C하사와 함께 대전 모 병원에 입원 중이던 C하사 조부를 문병했으며 조부가 최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격리됐었다. C하사는 지난 6일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공군 A원사를 문병한 장병 6명과 그를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한 장병 2명도 모두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이들 중 문병 인원 6명은 잠복기마저 지나 격리가 해제됐다.
군에서 메르스 감염이 의심됐던 장병들이 잇달아 음성 판정을 받음에 따라 자택과 생활관 등에 격리된 예방관찰 대상 인원은 109명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1일 첫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메르스 공포심리가 확산됐지만 사망자 모두 기조질환을 앓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그간 사망한 5명은 모두 중증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병세가 악화돼 사망했다. 나이는 80대 1명, 70대 3명, 50대 1명이다. 지난 5일 사망했지만 7일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은 다섯번째 사망자는 75세 남성은 위암말기 환자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있다가 14번째 확진환자에게서 감염됐다. 처음 사망한 58세 여성은 천식을 앓고 있었으며 주치의 역시 메르스 감염 후 임상경과 악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71세 남성 사망자는 염증성 중증 폐질환인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COPD)을 앓아왔고 2011년 신장암으로 신장척출술을 받았다. 3일과 4일 숨진 82세 남성과 76세 남성도 각각 천식과 세균성 폐렴, 중증 담관암 및 천식, 만성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었다. 메르스 확진 환자중 상태가 불안정한 7명도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50대 이상 고령자, 만성질환 보유자, 면역상태가 떨어진 환자는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다”며 메르스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와 마찬가지로 폐에 침범하며, 사스와는 다르게 신장 기능을 망가뜨리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만성폐질환, 신부전(콩팥병), 당뇨, 면역저하 환자를 메르스 감염의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전문가들은 정부가 감염 환자가 거쳐간 병원을 공개하고 접촉자들을 추적해 적극 관리하면서 보다 체계적인 방역활동이 이뤄지면서 추가 감염을 어느정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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