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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영화愛人] CJ캐스팅팀 양성민 팀장이 말하는 ‘사람학개론’
입력 2015-06-07 09:02 
한 영화가 개봉되기까지 많은 과정과 다양한 사람들을 거치게 된다. 영화감독을 시작으로 배우, 촬영감독, 음악감독, 미술감독, 제작진, 의상 팀, 무술 팀, 투자자, 배급사, 매니저, 홍보사 등 너무도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다해 제작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늘 영화가 개봉되면 배우 또는 감독만이 인터뷰를 통해 못 다한 이야기를 전하곤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파헤쳐본다. <편집자 주>


[MBN스타 박정선 기자] 배우지망생들에게 현실의 벽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높다. 겁 없이 덤벼들었다 사기를 당하기 일쑤고, 어렵게 오디션의 기회를 잡았다 한들 그 기회가 자신의 것이 되리란 법도 없다. 특히 잘못된 캐스팅 관행으로 인해 상처받는 지망생들도 부지기수다.

문제는 이들이 배우에 대한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을 뿐, 업계에 대한 현실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발행된 ‘배우를 찾습니다라는 책은 이들에게 일종의 길잡이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이 책의 저자인 CJ E&M TAR/캐스팅팀 양성민 팀장은 CJ E&M 영화홍보팀을 거쳐 현재 캐스팅팀을 이끌고 있다. 이 팀장은 실제 현장에서 뛰며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SNS에 연재하며 배우지망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Q. CJ엔터테인먼트 영화 홍보직에 있다 TAR/캐스팅팀으로 이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A. 3년 전까지는 홍보직에 있다 팀 이동을 한지 1년 반 정도 됐어요. 당시 콘텐츠 홍보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사람에 대한 관심이 높어요. 이 팀(TAR/캐스팅팀)은 아티스트를 자산으로 생각하는 팀인데, 홍보를 함에 있어서도 배우 쪽에 포커스를 맞췄던 나에게 회사 차원에서 제안을 해 흔쾌히 응한 거죠. 회사 역시 아티스트를 자산으로 하기 때문에 이런 팀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처음에 이 팀은 TAR만 했는데 릴레이션십이 있다 보니 이곳저곳에서 캐스팅을 부탁해오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캐스팅을 하게 됐죠.”

Q. 아무래도 홍보직에 있으면서 쌓았던 경험이 캐스팅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
A. 맞아요. 도움이 되죠. 영화 콘텐츠 홍보를 했었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이해가 있었어요. 이 팀에 와서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들이 제작자들과 배우 등인데 콘텐츠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말이 안 통하잖아요. 그런 부분이 홍보팀과 캐스팅팀이 맞닿는 지점인 것 같아요. 때에 따라서 설득도 해야 하고, 양보도 해야 한다고 할까요? 강약조절 같은 거요.”

Q. 흔히 알고 있는 캐스팅 디렉터와는 의미가 다른가?
A. 해외 같은 경우 캐스팅 디렉터의 역할이 세분화 돼 있어요. 근데 우리나라의 캐스팅 디렉터는 드라마에서 거의 하는데 거의 외주고, 주연 아닌 조·단역을 캐스팅하죠. 사실 저희팀은 캐스팅 디렉터라고 불리는 것을 지양해요. 모 감독님이 그 말씀도 했는데 ‘배우 크리에이터라고 하더라고요. 장르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영화, 방송, CF, 글로벌까지 CJ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와 브릿지 역할을 하는 거죠.

Q. 모든 콘텐츠에 TAR/캐스팅팀이 관여를 한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A. 다 관여를 하는데 모든 프로에 배치되는 건 아니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죠. 현재 그렇게 진행하고 있는 것도 영화 5편, 드라마 2~3편이고 예능이나 웹드라마까지하면 10건 이상이 돼요. 심지어 외주에서도 연락이 많이 와요. 하지만 저희가 인하우스이기 때문에 CJ가 투자하는 콘텐츠에만 관여를 해요.”

Q. 하루의 사이클이 어떻게 돌아갈까.
A. 매일 아침 시놉을 정리하고 리스트를 만들어요. 또 진행하고 있는 작품들의 캐스팅을 점검, 내부 제작진 미팅 등을 오전 일과로 보면 돼요. 오후에는 사람들을 만나요. 최근에는 상암이 방앗간 같은 곳이 됐어요. 타 방송사에 왔다가 한 번씩 들르시더라고요. 기본적으로 국내 매니지먼트는 다 만난다고 보면 돼요. 하루에 4~5번 미팅, 일주일이면 20명이고 회사로 따지면 어마어마한 거죠. 큰 회사가 아닌 소속사가 없는 배우들도 만나요. 아직 인정받지 못한 숨겨진 원석을 발굴하는 것도 저희 팀의 미션이니까요”


Q. 이렇게 수많은 사람을 만나려면, 보통 사람을 좋아해서는 힘들겠다.
A. 맞아요. 저희가 하는 일은 사람 만나는 일이에요. 배우, 매니저 등 그 사람을 잘 알아야 그 일의 전문성도 올라가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만나는 데 있어서 유연하게 하려고 해요.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선입견 없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죠. 저희 팀은 누굴 만나도 겸손해야 한다고 늘 말하곤 해요. 그렇다 보니 많은 배우나 감독 제작사 매니지먼트도 격 없이 지내요. 사실 말처럼 쉽지는 않죠. 그래서 속병이 났나?(웃음) 농담이고, 원래 충돌이나 거나, 싸우는 걸 싫어해요. 점점 둥글둥글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웃음).”

Q. 직원 구성에 있어서도 ‘사람 좋아하는 사람을 원하나?
A. 그렇죠. 처음 들어올 때 있었던 멤버들은 다 나갔어요. 지금은 5명이 있는데. BH엔터테인먼트의 원년 멤버이자 원빈 개인 매니저 등 12~13년을 일한 김민수 과장과 함께 일하고 있고, 다른 친구들도 다 현업에서 일하던 사람들이에요. 제일 의지하고 있는 친구가 김민수 과장인데, 이 친구의 경험과 제 경험을 합쳐서 영향을 다졌다고 생각해요. 둘이 함께 팀을 이끌고 있죠. 저희 팀이 되려면 첫 번째는 ‘사람을 좋아하는가에요. 그렇지 않으면 힘들죠. 앞서 말했던 대로 사람을 만나는 일이니까요. 또 한 가지는 ‘커뮤니케이션이로 마지막은 ‘콘텐츠를 사랑하는가에요.”

Q. 그렇다면 캐스팅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무엇인가.
A. 신원호 PD는 정극 연기하는 친구들은 오히려 눈에 안 들어오고 생활연기하는 배우를 선호한다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저희도 최근 추세가 정극 연기를 하는 친구 보다 자신만의 연기를 할 수 있는 친구를 원해요. ‘미생의 김대명 같은 친구가 그 예죠. 기본적으로 연기력은 체크를 하지만 그 배우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제2전공 같은 걸 보려고 해요. 필라테스를 잘하는지 요리 자격증이 있는지, 레고 전문가도 있고요. 가십이나 쯔라시를 다 덜어낸 긍정적인 배우의 소개를 보내는 거죠.”

Q. 특히 요즘 CJ계열 방송이 뉴페이스 발견에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 같다.
A. 신선한 캐스팅을 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식샤를 합시다 시즌2의 서현진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어요. 서현진도 사극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식샤2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입힐 수 있을 것 같다는 가능성을 봤어요. 실제로 성격이 내성적이긴 하지만 배우로서의 갈증이 컸던 것 같아요. 그만큼 연기로 풀어냈고요. 아티스트의 성장과 더불어 콘텐츠까지 성장한다면 가장 보람이 크더라고요.”

Q. 보통 캐스팅은 ‘변수와의 싸움이라고 한다. 이 말에 공감하나?
A. 맞아요. 정답도 없고. 누가 봐도 잘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다가도 뚜껑을 열면 또 다르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하는 게 대박이 날 수 있는 거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답에 가까운 캐스팅을 하려고 하는 거죠.”

Q. 캐스팅 과정에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경우는?
A. 영화 같은 경우 캐스팅이 오래 걸려요. 기본적으로 2달 정도 걸리는데, 0순위부터 리스트를 만들어 두는 거죠. 사실 저희는 거절에 익숙한 팀이에요.(웃음) 감독이나 제작자들은 자신의 새끼(시나리오)가 제일 예뻐 보이기 마련이잖아요. 딱 맞아떨어져서 될 때도 있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경우도 있고요. 후자의 경우 정말 뿌듯하고 보람이 있죠.”

Q. 후자의 대표적인 작품 하나를 꼽아보자면?
A. ‘돌연변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정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작품이에요. 5억짜리 저예산 영화였는데 캐스팅이 안 돼서 저희를 찾아왔어요. 그런데 시나리오는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 추천했던 배우가 박보영. 이광수였어요. 제작진 입장에서는 ‘그 배우들이 할까라는 생각에 노심초사 했는데 정말 잡은 거죠. 박보영은 원래 받던 출연료의 1/10도 안 받았고, 이광수는 촬영 내내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물고기 탈을 써야하는데 흔쾌히 출연했어요. 두 배우가 좋은 작품에 대한 욕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캐스팅이라고 볼 수 있죠. 또 ‘글로리데이라는 영화에요. 엑소 수호와 류준열, 지수, 김희찬 등을 캐스팅했어요. 당시에는 수호 빼고는 그리 유명하지 않았던 친구들이지만 캐스팅 당시 성장 가능성이 엄청날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실제로도 이들이 각기 다른 작품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잖아요. 부동산업자로 치면 매물이 많다 보니까. 여러 친구들이 있는 거죠. 그런 신뢰도가 있으면 자신 있게 추천을 해줄 수 있죠.”


Q. 이런 경험들을 살려 앞서 파트너로 언급했던 김민수 과장과 ‘스스로 빛나는 배우를 찾습니다라는 책을 냈더라.
A. 브랜딩에 관심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책을 쓰고 싶었어요. ‘대한민국에서 유명해지기라는 책을 쓰려고 했는데 TAR/캐스팅팀으로 오게 됐고, 오래 전부터 매니저 일을 하다가 함께 일하게 된 김민수 과장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그 이야기를 SNS에 적었는데 신인배우들에게 반향이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현장에서 직접 겪은 것들을 모아서 길라잡이를 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에서 책을 쓰게 된 거죠. 어느 누구도 나서서 하지 않는 부분을 얘기해주면 좋을 것 같았어요.”

Q. 신인이라면 꼭 읽어야 할 필독도서가 될 수도 있겠네요.
A. 고마운 게 책을 낸지 한 달이 채 안 된 시점에 4쇄를 찍었어요. 심지어 책에 대해 광고도 홍보도 없었거든요. 배우들이 서로 추천하고, SNS를 통해 퍼뜨린 거죠. ‘배우를 포기하려고 했는데 잘 됐다는 글을 봤는데 정말 힘을 얻었어요. CJ문화재단에 수익금 및 인세를 모두 기부해 신인 배우들을 위해 쓰기로 했어요.”

Q. 한 섹션별로 인터뷰를 하나씩 실어 놓은 것도 인상적이더라. 현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만큼 반응도 좋을 것 같다.
A.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잖아요. 인터뷰에 참여한 배우들의 특징이 늦깎이 배우들이에요. 이렇게 기획한 이유는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와 맞닿아 있어요. ‘지금 당장은 못해도 괜찮아 ‘연기 못해도 괜찮아 ‘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거든요.”

Q. 실제로 책을 읽고 도움을 청하는 배우나 PD들이 있었나?
A. 많이 하세요.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은 소속 배우나 다른 관계자들에게 선물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님도 좋은 일 했다고 좋아해주시고. 지망생들을 위해 쓴 책이지만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도 초심을 얻은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김인권 배우와도 이야기 했는데, 오히려 자신이 마음을 다잡게 됐다고 했고요. 책이 정답을 제시하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소속사를 찾는 배우지망생, 배우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A. 너무 조급해 하고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보통 어렸을 대 연극영화과 나오고 어릴 때 무심코 발을 담근 친구들은 더더욱이요. ‘누구처럼 돼야지 이런 친구들은 조급하죠. ‘20대에 빨리 떠야하는데 나는 왜 아직까지 이럴까라고 생각하는 친구가 많죠. 문제는 조급해 하면서 노력도 안한다는 거예요. 오히려 먼저 찾아가고, 먼저 움직이고, 노력하다 보면 기회는 꼭 올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최준용 기자, 박정선 기자, 여수정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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