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메르스는 `센 독감` 수준…면역력 높이면 문제없어
입력 2015-06-05 16:20 


'Nothing spreads like fear(공포만큼 빠르게 전파되는 것은 없다).' 2011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컨테이전(Contagion)'은 감염병의 공포를 이렇게 표현했다. 감염병 공포가 질환 그 자체보다 무서운 공포를 낳는다는 말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번지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괴담과 공포는 또 다른 공포를 낳으며 우리 사회를 갈등과 혼란으로 몰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 내는 공포의 피해는 결국 우리가 입는다. 사회경제 활동 위축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에 더 깊은 주름살이 파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메르스를 '강도가 센 독감'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아시아태평양감염재단 이사장·감염내과 전문의)은 "일반 시민들이 불안감을 가진 것은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이유"라며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단순 사실정보 제공 이상의 제대로 된 '의사소통' 또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지금까지의 메르스 사태 진전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적어도 '대유행'이나 '대란'으로까지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건강한 사람은 면역작용으로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 공격을 이겨낼 확률이 높다. 면역력이 활발하고 기저질환이 없는 몸이라면 바이러스가 내부로 침투할 수 없도록 기침 등 인체 방어작용이 활발하다. 설령 침투했다고 해도 면역력으로 바이러스 증식을 막아낸다.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됐을 때 나타나는 발열 반응은 인체 면역력이 병원균과 싸우고 있다는 증거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기계호흡 등 외부 도움 없이도 면역력이 바이러스를 몰아낼 때까지 생존하는 데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홍지영 건양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국내에는 아직 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가진 사람이 극히 드물고 예방 접종도 없어 공포감을 키우고 있지만, 면역력이 튼튼한 사람은 설령 바이러스가 몸속에 침투한다 해도 증상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면역력은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에 저항하는 힘이다. 젊고 건강한 사람은 몸이 '면역'이라는 방어시스템을 갖추고 암세포 및 병원균을 물리치고 있다. 면역력은 나이가 든다고 무조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자주 웃으면서 밝고 명랑하게 생활하면 나이가 들어도 림프구(면역글로불린을 만들어 면역 기능을 높여주는 세포) 비율이 떨어지지 않아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다.

대한감염학회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 사례에서도 사망자 대부분은 고령, 당뇨병, 만성신부전증, 만성폐질환, 면역억제 환자 등의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었다고 밝혔다. 강철인 대한감염학회 홍보이사(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사망자는 고령이거나 신장암 치료 병력, 천식,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로서 외국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국내 발생 환자의 대부분은 감기 몸살 정도로 앓고 자연적으로 회복되고 있어 국내 환자의 치사율은 외국 자료와 달리 10%가량으로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위원장이 해외 메르스 환자 101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암,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메르스 환자 사망률은 44.3%로, 건강한 환자의 10.7%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이는 메르스가 아닌 일반 지역사회 폐렴 사망률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는 아니라는 얘기다. 보건당국도 과민 반응을 경계한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까지 메르스 감염이 지역사회가 아닌 의료기관 내에서만 확인돼 밀접 접촉자의 자가·시설 격리 조치 등으로 적절히 통제하고 있으므로 교육 현장에서 감염을 우려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도 "모든 국민이 기본수칙을 준수하면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므로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말고, SNS상에 유포되고 있는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말고 '메르스 민관합동대책반'의 지침을 잘 따라 달라"고 당부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메르스에 대한 몇 가지 기본적인 것만 지키면 안전하다. 손 씻기, 기침예절 지키기, 공공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감염 예방 수칙을 지켜주면 된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 사람과는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다.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들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환자 스스로 호흡하기 어려울 정도로 폐 기능이 떨어지면 의료진은 환자에게 기계호흡장치를 부착해 호흡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신장질환자도 국내 투석시설이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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