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세난 속 빌라 인허가·착공 10만 가구 돌파
입력 2015-06-05 14:35 

최근 송파구 삼전동, 서초구 방배동, 은평구 응암동 등 서울의 저층 주거지 일대에 빌라 신축 바람이 불고 있다. 준공 후 분양 현수막이 걸린 빌라도 많다. 동네 곳곳 공중전화 부스와 전봇대에는 신축빌라 분양을 알리는 광고 전단이 붙어있다. 모두 아파트 대비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다. 한 다세다주택 사업자는 ”저금리와 전세난 영향으로 빌라 임대·임차 수요가 동시에 늘고 있어 분양도 곧 잘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빌라 수요가 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만성적인 아파트 전세난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3억4000만원으로 사회 초년생들이 감당하기 불가능한 수준이다. 반면 연립주택 매매가는 2억3500만원에 불과하다. 같은 면적대 낡은 아파트 전세금이면 신축 빌라에 들어갈 수 있는 셈이다.
수요는 공급을 촉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 인허가 물량과 착공 물량 모두 10만 가구를 돌파해 각각 10만3005가구, 10만3189가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인허가·착공 물량 8만8166가구와 9만556가구 대비 모두 1만가구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인허가와 착공 물량은 다가구·다세대·연립 가릴 것 없이 증가했다. 특히 4월까지 전국 연립주택 인허가 물량은 최근 2년간 2700여 가구에 머물렀지만 올 들어서는 벌써 5000가구를 돌파해 눈길을 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 상반기 빌라 인허가·착공 물량 모두 15만가구를 넘어서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빌라 공급 증가는 전세난 해소에 도움을 준다. 재건축 이주에 따른 일시적 전세 문제 해결에도 기여 한다. 전세금이나 매매가가 아파트 대비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빌라는 임대인들에게 오피스텔처럼 괜찮은 수익형 부동산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다세대·연립 거래량은 △1월 2922건, △2월 3005건, △3월 5426건, △4월 6525건 등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반면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도 한 두 차례 과잉공급 위기를 겪었다며 ”다세대·다가구 공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내년이나 내후년 임대수익률은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난개발과 슬럼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빌라는 우후죽순 들어서는데 도로·주차·방범·학교 등 공공 인프라스트럭처가 열악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전세난 해소를 위해 주차장 규제 등 빌라 신축 규제를 완화해 난개발을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잖다. 실제로 서울시의회는 공공원룸 확보를 위해 가구당 주차대수를 0.6대에서 0.5대(30㎡이상), 05대에서 0.4대(30㎡미만)로 각각 축소했다.
아파트처럼 관리가 잘 되지 않는 것도 빌라촌 슬럼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세난 완화하겠다고 빌라나 도시형생활주택 주차장·필로티 규제를 풀어주면 난개발은 불 보듯 뻔하다며 ”뉴타운·재개발 해지지역이 아파트촌 대신 빌라촌으로 바뀌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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