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메르스 공포증 확산…낙타 만지지 말라는 당국
입력 2015-06-02 17:58  | 수정 2015-06-03 08:07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공포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약국에는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명동 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관광객들이 심심찮게 보입니다.

서울역과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에 들어오려던 관광객들은 예약을 취소하고, 국내에 있던 외국인들은 서둘러 한국을 떠나고 있습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왔던 지역과 그 병원 인근의 초등학교는 휴교를 하고, 다른 학교들도 휴교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학교 문 앞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의 손에 세정제를 뿌려주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메르스 포비아(phobia) 입니다.

시민들 반응입니다.

▶ 인터뷰 : 강옥란 / 부산 대연동
- "애가 면역력이 약한 애라서, 면역력이 약할 때 감염이 잘 된다고 하니까 미리 마스크 끼고 서울에 왔어요."

▶ 인터뷰 : 김광만 / 서울 냉천동
- "자꾸 환자가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점에 대해서 안타까운 심정이 좀 있고, 하루빨리 국가에서 조치를 취해서…."

▶ 인터뷰 : 김수진 / 대구 평리동
- "저는 지방 사람인데도 서울 왔지만, 많이 불안하거든요. 마스크도 어제 샀거든요, 임신 중이라서 더 많이 걱정이 됩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말대로 "낙타가 없는 나라 중에 대한민국은 낙타가 있는 나라보다 메르스 환자가 더 많은 유일한 나라"입니다.

낙타 한 마리 없는데도 감염자가 18명이나 되고, 사망자도 나오고, 격리자가 700명이 넘습니다.

누가 봐도, 초기 방역 대응이 실패한 결과물입니다.

'설마 낙타 한 마리 없는데 확산하겠어?'라고 당국이 판단했던 걸까요?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에 떠도는 당국의 대응법은 한심하기 그지 없습니다.

"낙타와 접촉하지 말라"

"낙타유나 낙타 고기를 먹지 말라"

낙타가 있어야 접촉을 하고, 낙타우유를 마시고, 낙타 고기를 먹을텐데요.

낙타 한 마리 없는 한국에서 당국이 내놓은 예방법이라는게 고작 이 정도 수준일까요?

물론 중동 여행자에게 권고하는 예방법이겠지만, 이것이 지금의 민심입니다.



경찰은 메르스 괴담 유포자를 찾겠다고 하지만, 메르스 공포를 확산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당국입니다.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메르스 예방법을 소개하며 공기 전파 가능성을 문구에 넣었습니다.

아직까지 메르스의 공기 전파는 확인된 바 없습니다.

치사율 40%에 달하고 치료약도 없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공기로 전파된다면 대단히 심각한 일이고, 국민은 그야말로 공포에 떨 일입니다.

정부 기관이 나서서 공포를 조장하다니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국민안전처의 말은 더 황당합니다.

"신종플루 같은 경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300만 명 정도 감염됐을 때 중대본을 가동했다. 지금은 중대본을 가동할 단계가 아니다"

신종플루보다 치사율이 4배나 높은 메르스인데도 300만 명이 될때가지 중대본을가동하지 않겠다니요?

2003년 사스가 발병했을 때 당국은 군경까지 동원해 방역을 했고, 총리가 직접 대책본부를 지휘했습니다.

이런 안이한 태도가 있을 수 있을까요?

다행히 청와대가 오늘부터 긴급대책반을 가동하며 컨트롤 타워 기능을 복지부에서 청와대로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뒤죽박죽인 현 상황을 제대로 잘 정리할 수 있을까요?

▶ 박근혜 / 대통령(1일 오전 10시)
- "지난 5월20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15명의 환자가 입원…"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1일 오전 9시)
-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감염이 18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박 대통령보다 김 대표의 말이 더 정확했습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우왕좌왕했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겁니다.

지금 SNS에는 괴담이 떠돌고 있습니다.

확진 환자가 나온 병원을 가지 말라, 코 밑에 바세린을 발라야 한다는 등등의 말이 떠돕니다.

그러나 전문가 얘기를 들어보면, 아직 지역사회까지 번지것이 아닌 만큼 손을 깨끗이 씻고, 호흡기 질병이 있는 사람은 마스크를 쓰는 정도로 충분한 예방법이 된다고 합니다.

지나친 공포는 사태를 진정시키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정부는 치밀하게 방역체계를 다시 잡아야 하고, 국민은 조금 더 냉정하게 사태를 지켜봐야겠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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