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본기업 부활이 엔저탓?···체질개선이 진짜 이유
입력 2015-06-01 16:31 

엔저의 대표 수혜기업인 일본 도요타는 지난해 환차익으로만 9000억엔의 추가이익이 발생해, 2조7505억엔이라는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엔저 덕분에 큰 이익을 거둔 도요타가 택한 핵심전략은 협력사 키우기이다. 수십년동안 매년 해오던 ‘반기별 협력업체 부품조달가격 인하(CR)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단했다. 엔저로 거둔 이익을 공유하면서 협력업체를 키워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한국 수출주력산업과 맞붙는 일본 경쟁사들이 엔저 효과를 활용해 질적 변화에 나서고 있다. MB정권 당시 엔고로 한국기업에 거센 도전을 받았던 일본 기업들은 엔저로 수출환경이 유리해지자 저비용 구조 확보와 선별적 기술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또 곧바로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가격인하 전략을 펴기보다 그동안의 내상을 치유하며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의 수출 부진이 당장의 문제보다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일본 주요 상장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0조4200억엔으로 리먼쇼크 이전인 2007년보다 4000억엔이나 늘었다”며 다만 지난해 환율은 2007년보다 오히려 엔고 상황이고 그간의 인건비 상승분까지 감안하면 엔저만으로 일본기업의 실적을 설명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스바루 브랜드의 자동차 메이커 후지중공업은 철저한 현지시장 공략으로 미국 시장서 7년 연속 판매가 증가한 유일한 회사가 됐다. 스바루는 2002년 시행한 프리미엄 전략을 전면 폐기하고, 미국인이 좋아하는 대형 SUV 개발에 집중했다. 특히 아베 정권이후 엔저가 본격화하자 당장 가격인하전략을 전개하기 보다 늘어난 이익을 활용해 미주지역 애프터서비스(AS)망을 확충하는데 재원을 집중투입했다. 이 회사의 2014년도 매출영업이익은 14%로 도요타를 앞질렀다.
일본 전자부품 업체 무라타제작소는 늘어난 이익을 연구개발(R&D)에 집중했다. 향후 이동통신환경이 3G에서 LTE로 바뀔 것을 간파한 것이다. 그 결과 갤럭시와 아이폰, 샤오미 등 세계 3대 스마트폰의 콘덴서, 안테나 등 고급 부품을 100% 공급하게 됐다. 지난해 최초로 매출액 1조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률은 20%를 훌쩍 넘어섰다.
반일감정이 극심한 중국서 큰 성공을 거둔 유아용품 제조사 피죤은 엔저로 벌어들인 이익을 활용해 기업이미지 개선에 주력한 케이스다. 피죤은 중국정부와 1854개 현지 병원에서 대대적인 모유수유 캠페인을 벌여 젖병과 공갈젖 등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게 됐다.
무역협회는 과거 엔고시절 입은 실적 악화의 내상을 치유한 일본기업들이 그간 착실하게 준비해온 신기술과 현지화 전략으로 본격적인 승부를 걸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2년간 정부와 한국은행은 ‘강력한 엔저에도 우리 수출에는 문제없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엔저를 활용해 질적인 체질개선에 나선 일본기업들과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버거워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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