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엔저와 실적 호조에 힘입어 올해 설비 투자를 10% 이상 늘릴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219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설비투자규모는 작년대비 10.5% 늘어난 28조226억엔(약 250조7900억원)으로 전망됐다. 조사대로라면 일본 기업들의 설비투자액은 6년 연속 늘어나는 것이다. 증가폭이 10%를 넘긴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시장은 올해 제조업 주도의 설비투자 확대가 경기에 파급 효과가 큰 증산으로 이어질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설비 투자가 17.9%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비제조업 부문은 2% 증가에 그쳤다. 닛케이는 제조업 부문이 엔저로 사상 최대 규모의 수익을 누리면서 노후 설비를 재정비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 전했다. 특히 전기 부문은 국내 투자를 4조575억엔으로 22.5% 늘릴 예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엔고 당시 선택과 집중에 매진한 덕분에 국내 투자에 쏟을 여력이 커졌다는 평가다.
히타치제작소는 올해 9100억엔으로 설비투자액을 7.2% 늘릴 계획이다. 소니는 반도체 센서 등을 중심으로 역대 두 번째 규모인 4300억엔을 투자한다. 작년에 비하면 무려 2.6배나 커지는 것이다. 파나소닉은 배터리사업 등에 25.7% 증가한 2850억엔을 계획하고 있다. 자동차 부문에선 도요타가 국내 공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작년대비 1.2% 늘어난 1조2000억엔을 투자할 전망이다.
노후설비 개선을 위한 투자는 자동차부터 소재 산업까지 제조업 곳곳에 퍼지고 있다.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3년 봄 조사에서 일본 내 생산설비의 40%가 도입된 지 15년 이상 된 노후설비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닛세이 기초연구소의 사이토 타로 경제조사실장은 제조업이 증산 투자를 지속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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