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첫 번째 환자가 발생한 지 8일 만에 환자가 7명으로 늘어나면서 한국은 중동을 제외하고 메르스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나라가 됐다.
지난 16일 기준 유럽질병예방통제청(ECDC)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2년 2월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메르스 환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총 24개 국가에서 1154명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471명이 사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4개월간 전 세계적으로 메르스 환자는 총 165명이 발생했으나 1월부터 증가추세를 보이던 환자 발생은 2월 둘째 주에 28명의 환자가 발생해 정점을 찍고서 감소 추세”라고 전했다.
환자, 사망자 대다수는 사우디아라비아(1002명 감염·434명 사망)에서 발생했다. 아랍에미리트(UAE)(76명 감염·10명 사망), 요르단(19명 감염·6명 사망), 카타르(12명 감염·4명 사망) 순으로 많았다.
사우디에 메르스 환자가 집중된 이유는 느슨한 방역체계와 낮은 의료 서비스 수준 등 보건행정이 낙후했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사우디에서는 보건장관이 최근 세 차례 교체되기도 했다.
중동 이외의 국가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는 대부분 유럽 지역에 몰려 있다. 영국에서는 4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3명이 사망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각각 3명, 2명의 환자가 발생해 1명씩 숨졌다. 그리스와 터키에서도 메르스 환자가 1명씩 발생해 모두 숨졌다.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에서 각각 1명, 2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필리핀인 1명이 숨졌다. 아시아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 모두 국내 첫 번째 환자와 마찬가지로 중동에서 근무하거나 방문한 이력이 있었다.
메르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환자 1명이 몇 명의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지 의미하는 수치)는 보통 0.6~0.8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국내에서는 이미 첫 번째 환자가 6명에게 메르스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국내 방역 체계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배경이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28일 브리핑에서 기초감염재생산수는 평균 개념이고 의료기관 내 전파와 지역사회 내 전파 간 기초감염재생산수는 조금씩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는 사우디에서 발간된 논문을 보면 한 의료기관의 메르스 기초감염재생산수가 7명인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 본부장은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에 의하면 아직 메르스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켰다는 보고는 없다”며 우리나라의 빠른 메르스 확산 속도가 바이러스 변이와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국내 방역체계에 대한 평가는 전문적인 연구를 통해 규명될 것”이라며 현재는 3차 감염자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목표인 만큼 여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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