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좀 못해도 괜찮아” SNS 위로의 공간에 청춘들 몰린다
입력 2015-05-21 15:32 

#1.페이스북 그룹 ‘영어 못하는 사람 유니온에 가입한 김지현 씨(27·가명).
외국계 업체를 자주 상대하는 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하다 보니 영어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다.
김씨는 회사 내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사람도 많고, SNS에도 외국인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나 영어로 대화하는 게시글만 가득하다”며 주위에 영어를 못하는 사람은 나뿐인 것 같다고 느끼던 중 비슷한 심정을 가진 이들이 모여 속풀이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너무 반가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영어 학습법을 공유하거나 하지 않고, 영어 못하는 사람끼리 웃으며 위로를 얻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2.지난해 취업에 성공한 박윤집 씨(28·가명)도 입사 두 달 만에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에 가입했다. 박 씨는보통 사회초년생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못한 일이나 실수한 일이 9할, 잘 한 일은 1할 정도 되는 것 같은데, 그 친구들도 SNS에는 일이 잘 된 경우만 올린다”며 회사에서 일로 혼나고 나면 위안을 받기위해 방문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SNS에서 자기 홍보만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처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SNS 활용법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과시성향만 남은 SNS 환경에 대한 반발로 자신의 ‘부족함과 ‘못함을 털어놓는 SNS 그룹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소개팅 상대와 만나보기도 전에 카카오톡만 하다가 차였다”는 등의 내용을 공유하는 ‘인기 없는 사람 유니온 , 피티를 받은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체지방이 오히려 늘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는 ‘운동 못하는 사람 유니온 등 종류도 10여가지가 넘는다.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은 개설 10개월 만에 5000명이 넘는 회원수를 자랑하고 있으며, 유명세를 탄 요즘은 가입자가 일주일에 100명씩 늘고 있다.
이렇듯 각종 못하는 사람 그룹이 인기를 끄는 현상에 대해 김미라 서울여자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SNS는 가입자 수가 적은 초창기에는 친밀한 관계를 맺은 사람끼리 사생활을 활발히 주고 받다가 회원수가 늘어날수록 자기검열을 거친 내용만 게시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친구들만 보던 SNS가 교수님, 직장 상사들까지 보는 SNS로 변한다고 생각하면 쉽다”라며 그런 와중에 서로의 단점까지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원하는 이들이 각종 못하는 사람 그룹에 끌리는 것”이라 분석했다.
행복한 모습만 보여지는 SNS가 우울증을 느끼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2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 연구팀과 미국 미주리 과학기술대학교가 각각 벌인 조사에 따르면 SNS에 쓰는 시간이 많을수록 우울증에 빠질 확률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연애, 인기, 일에서 무능력함을 선언해버리는 모습을 보면 결혼, 인간관계, 취업 등을 포기한다는 5포·7포세대 같은 신조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며 사실 5포·7포에 포함되는 것 중 한 두 가지만 달성하는 것도 벅찬 시대다. SNS에 올라오는 것처럼 일·결혼·취미 등 모든 분야에서 완벽한 사람이 존재할 수 없음을 절감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반발로 풀이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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