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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블루칩인터뷰] ‘가족의 비밀’ 윤채성, 끼 많은 이 신인을 어찌할꼬
입력 2015-05-21 14:44  | 수정 2015-05-21 14:53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얼굴은 낯선데 자꾸만 시선을 끄는 이들이 있다. 누군지 궁금하게 만드는 배우계의 ‘떡잎들을 소개하는 코너. 드라마 3 작품 이하 혹은 공백기가 3년 이상인 신인 배우들과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눠본다. ‘당신, 왜 이제야 나타났죠? <편집자 주>


[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윤채성입니다. 얼마 전에 종영한 일일드라마 tvN ‘가족의 비밀에서 강찬 역으로 인사드렸어요. 긴 호흡의 드라마를 끝내니 허전하지 않냐고요? 그럴까봐 지금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웃음) 지금은 중국 어린이 드라마를 찍고 있고, 영화 ‘대배우 오디션에 최근 합격해서 작은 역할이나마 참여하고 있어요. 신인은 바쁜 게 최고의 행복이라고 하시는데 그렇게 보면 제가 최고의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요. 저, 지금 행복합니다!(웃음)



◇‘가족의 비밀, 연기가 뭔지 배운 장소죠

tvN 일일드라마 ‘가족의 비밀에서 고정으로 8개월 간 지속적으로 찍긴 했지만 주변 배우 선배님들보다는 저는 여유가 있어서 그렇게 힘들지 않았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드라마 끝났으니 잠깐 쉬겠다고 말씀을 드릴만한 분량은 아니었죠.(웃음) 다음번엔 회사에 당당하게 휴가를 요구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웃음)

저는 거의 마지막 오디션에서 합류하게 됐어요. 다른 역할은 다 정해지고 나서 저는 정말 마지막으로 합류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막차였죠. 발표가 난 날이 추석 마지막 날이었는데 제가 외할머니 댁에 온가족들과 함께 있었던 때였어요. 그럴 때 또 제게 합격 전화가 와서 어깨를 좀 펼 수 있었지 뭐예요. 그야말로 ‘가족의 비밀 합격 소식은 최고의 추석 선물이 됐죠.(웃음)

사진=가족의 비밀 방송 캡처


사실 제가 된 이유는 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좀 여쭤볼 걸.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네요.(웃음) 오디션을 회상하면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강찬 역으로 오디션을 보진 않았는데 즉석에서 강찬의 대본을 주셔서 연기를 했거든요. 다행히 꽤 잘 어울렸던 모양이에요. 나오는데 기분이 좋더라고요. 날씨가 참 좋았거든요. 제가 원래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웃음) 생각해보면 기분도, 날씨도 강찬을 위해 저를 밀어준 것 같아요.

이 드라마에는 제 또래 배우가 거의 없었어요. 다행히 선배님들께서 하나같이 정말 좋은 분들이셨어요. 감독님도 그렇고, 스태프 분들께서 ‘이렇게 자상하고 잘 알려주는 선배님들 만난 것만으로도 복이다라는 말씀을 정말 많이 하셨어요. 선배님들께서 먼저 연기 맞춰보자고 다가오실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가장 큰 선배님이신 차화연 선배님께서 ‘우리 다 같이 맞춰보자고 먼저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어요. 제 엄마로 나오신 신동미 선배님께서는 거의 1대1 개인 과외 수준으로 매일 제 옆에 붙어서 코치를 해주셨어요. ‘우쭈쭈 해주시면서 저의 연기를 거의 키워주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정말 감사할 뿐이죠.

8개월 동안 계속 촬영을 할 수 있었다는 건 신인인 제겐 참 복 받은 일이에요.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게 있어요. 선배님들과 막 화기애애하게 얘기도 하고 장난도 치다가 카메라 슛이 들어가면 갑자기 모두가 ‘싹 돌변해요. 기억에 남는 장면이 신동미 선배님께서는 오열하고, 차화연 선배님은 치매 연기를 해야 하는 장면이었는데 몇 초 전까지만 해도 농담하시면서 웃음을 터뜨리시다가 슛이 들어가니 차화연 선배님은 진짜 치매에 걸린 것처럼 보이고, 신동미 선배님은 치매 걸린 엄마를 진짜 보는 것 마냥 펑펑 우시는 거예요. 그걸 눈앞에서 보는데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감동했어요. 배우가 어떤 건지 제대로 봤죠.


◇ 연기를 왜 좋아하냐고요? 저도 찾는 중이에요

사실 일본에서 한 2년 정도 활동한 적이 있어서 일본어는 좀 할 줄 알아요. 일본에서 활동한 게 배우로서 시간을 조금 허비했다는 생각도 한 때는 들었지만, 확실히 배우로 다양한 경험을 해봤다는 것은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다른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것도 경쟁력이 되는구나 하는 것을 조금씩 더 실감하고 있고 말이에요. 이런 경험들이 제 연기에 잘 우러나올 것이라 생각해요.

사진제공=가나다컴퍼니


사실 일본에서 돌아올 때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면서 왔어요. 큰 꿈을 안고 갔는데 어쨌든 잘 안 돼서 돌아온 거니까. 그 때 독기를 많이 가지고 온 것 같아요. 2013년 하반기에 그렇게 와서 오자마자 바로 활동을 시작했죠. ‘무조건 연기로 승부를 걸자 싶었어요. 20대 때에 넘어져보기도 해야 깊어진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걸 들으면 정말 공감을 많이 해요.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제가 엄청 힘들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에서는 정말 행복하게 지냈어요. 나름 팬들의 응원도 받았고, 일본어도 열심히 공부하고. 좀 복잡한 마음인 거죠. 아쉽기도 하고, 예쁜 추억들도 많고, 아프기도 했고, 행복하기도 했고. 그런 감정들이 자양분이 되고 있다는 걸 느껴요.

연기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어요. 고등학생 때 길거리 캐스팅이 성행하던 시절(웃음) 박해일 선배님께서 계시던 회사에 잠깐 들어가서 연기를 시작했어요. 하지만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 일단 대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수능 공부를 다시 열심히 해서 대학교를 갔어요. 부모님께 만족을 드리고 싶었죠. 그래서 동국대학교 전자공학부에 합격해 그렇게 부모님을 안심시켜 드린 후 바로 연기를 시작했어요.(웃음) 그게 지금까지 쭉 이어져 오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하고요.

제 자신에 ‘왜 연기를 좋아하지라는 것에 대해 항상 물어요. ‘너 왜 연기 좋아하냐? 왜 이렇게 연기를 하고 싶어하지? 그런 물음을 제 자신에게 항상 던지곤 해요. 그런 고민 끝에 어렴풋이 잡은 실마리는 어렸을 때에 드라마와 영화를 그렇게 많이 봤다는 거예요. ‘토요명화 같은 것도 다 챙겨봤고, 밤에 하는 드라마, 영화 다 챙겨봤죠. 그렇게 선배님들께서 하는 연기를 보며 자랐는데 그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걸 보면서 사람을 울고 웃게 만드는 것, 감동을 주는 것이 참 매력적인 작업이다라는 거였어요.

사진제공=가나다컴퍼니


그리고 제가 욕심이 또 많아요. 그런데 우유부단하고.(웃음) 어렸을 적 장래희망 쓰는 칸이 있는데 저는 항상 그 칸이 바뀌었어요. 어떨 땐 과학자, 어떨 땐 발명가, 어떨 땐 선생님.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이 모든 걸 하고 싶은데 하나를 딱 정할 수는 없겠고, 그냥 이걸 다 할 수 있는 배우가 돼 보자라는 거였어요. 정말 다양한 직업으로 살 수 있다는 게 연기의 가장 큰 매력이잖아요. 하지만 그런 이유로 연기자를 하자고 생각했을 때에는 연기가 쉬운 줄 알았던 거예요. ‘그냥 하면 되는 것인 줄 알았어요. 그렇게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한 직업인 줄 몰랐던 거죠. 그야말로 ‘엄청난 업무량이잖아요.(웃음) 그런 짧은 생각으로 선택한 직업인데 ‘엄청난 업무량을 느끼는 데도 하고 싶은 게 참 이상해요. 그 ‘엄청난 업무량 한 번 해 봐야죠.(웃음)


◇ 연기, 문 열렸다가 닫혔다가 하는 ‘신비의 문

연기는 하면 할수록 힘들어요. 저는 정말 잘 할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제가 참 생각이 짧았던 거 같아요. 아직 연기를 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하죠. 연기의 문을 항상 두드리고 있어요. 그 ‘연기의 문이라는 게 어떨 땐 열렸다가, 어떤 때는 꾹 닫혀있어요. 어떤 날은 ‘괜찮은데 싶다가도 뒤통수를 딱 맞고요. ‘아, 방심하지 말자 이런 생각을 들게끔 만드는 거예요. 어느 날은 빼꼼 열려 있다가 어느 날은 닫혀있고, 매일 두드리면서 ‘이제 좀 열렸나? 싶으면 틈도 안 벌어져 있는 게 바로 ‘연기인 것 같아요.

사진제공=가나다컴퍼니


사실 다른 친구들은 지금 아이 낳은 친구도 있고, 취직해서 안정을 찾은 친구도 있어요. 하지만 사람의 가치라는 게 다 다르잖아요. 제가 정말 감명 깊게 봤던 게 있는데요. 짐 캐리가 말하는 영상 중에서 ‘저희 아버지는 훌륭한 코미디언이 되고 싶으셨지만, 가능하지 않다고 믿었다. 하지만 직장을 잃으셨다. 이를 통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실패할 수 있으니 이왕이면 사랑하는 일에 도전하는 것이 낫다는 일화에요. 그걸 보고 ‘이거 구나 싶더라고요. 이게 제 인생의 방향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제 가치가 그렇다보니 제가 행복한 길을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연기 말고 다른 길을 없애기, 즉 플랜 B를 없애자는 생각이었죠. 그렇게 하니 더욱 연기에 집중할 수 있고 진짜 제 행복을 찾아서 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음. 예능이요? 예능은 시켜주시면 진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제가 워낙 성격이 밝아서.(웃음) 회사에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준비된 신인이거든요, 저.(웃음) 물론 연기에도 집중할 거예요. 저는 주어진 작품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게 지금의 목표에요. 이 목표를 달성하다보면 분명 발전한 저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진짜 준비된 신인, 윤채성의 앞날! 지켜봐 주실 거죠?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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