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미디어매체를 통해 익숙하게 접했던 연산군 11년을 다른 시각에서 그려냈다는 점이 신선하다. 또한 이야기를 차지연의 소리를 통해 전달하는 연출 또한 매우 적절했다.
[MBN스타 박정선 기자] 영화 ‘간신은 조선 시대 연산군 11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조선 시대 폭군으로 기록된 연산군(김강우 분)이 채홍사라는 기관을 만들고 전국의 미녀들을 불러 모은 채, 국정은 도외시하면서 벌어진 비극을 그렸다. 왕의 곁엔 희대의 간신 임사홍(천호진 분)과 임숭재(주지훈 분) 부자가 있었다.
베일을 벗은 ‘간신은 소재 면에서 새롭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주인공은 위인이 아닌 간신이다. 역사의 기록에 따라, 그리고 시대에 따라 누군가는 충신이 될 수도, 또 다른 누군가는 간신이 될 수도 있다는 말처럼 이 사극은 기존 미디어매체를 통해 다뤄졌던 시각과는 확연히 다른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민규동 감독은 연산군를 단순히 폭군으로만 묘사하지 않았다. 광기를 그림과 춤 등의 예술적 재능으로 승화시킨 인물로 그려내, 단순한 악인이 아닌 입체적인 그림으로써 설득력을 더했다.
이를 연기한 김강우 역시 그 설득력 설정에 힘을 보탰다. 캐릭터의 성격을 놓고 봤을 때, ‘나쁜 남자임은 확실하지만 안아주고 싶은 매력까지 눈빛 속에 동시에 품어냈다. 또 영화에서 전체 분량 중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임숭재 역의 주지훈은 감정의 강약을 조절하며 신중하게 이를 끌고 나갔다.
‘간신의 또 다른 축은 단희와 설중매다. 두 캐릭터 모두 신분 상승을 노리는데 단희가 연산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 아버지의 복수가 궁극적 목표라면, 설중매는 자기 존재의 증명이 목표다. 필연적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이 두 사람은 채홍사 최고인 흥청이 되기 위해 여러 노출을 감행하는데 이 노출이 뜬금없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단순히 두 배우가 소모적으로 쓰였다면 큰 인상을 남기기 어려웠을 테지만 남성 캐릭터의 전유물이었던 복수와 입신양명의 꿈이 조선시대 여성으로 옮겨가면서 설득력을 지니게 됐다.
이 영화의 노출수위는 상당하다. 극의 중심을 차지하는 임지연은 전작인 ‘인간중독 못지않은 노출수위를 보여주고 그의 라이벌인 이유영의 표현은 좀 더 직접적인 노출을 감행한다. 하지만 노출장면을 보는 관객들의 마음은 여느 에로틱한 장면을 보는 감정과는 다를 것이다.
이 영화가 노출이 많지만 다분히 ‘야한 영화로 치부될 수 없는 이유는 민규동 감독의 힘이다. 민 감독은 광기를 두르는 인간들의 모습을 좀 더 직접적으로 보이기 위해 둘러가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높은 수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야한 영화가 아닌, 욕망에 의한 파국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셈이다. 21일 개봉.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