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사 레버리지비율 올들어 급증
입력 2015-05-20 04:02  | 수정 2015-05-20 09:25
내년부터 증권사들에 대한 '레버리지 비율(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1100% 규제가 적용되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의 레버리지 비율이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에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등 파생결합상품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등으로 투자자 수요가 몰리면서 증권사들 부채가 증가한 것이다.
증권사들의 완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건전성 제고 일환으로 레버리지 비율 1100% 제한을 그대로 도입하기로 하면서 증권사들은 RP나 기관용 파생결합상품 등 수익성 낮은 상품 비중 줄이기에 나섰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레버리지 규제가 도입되면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과도한 상품 발행에서 올 수 있는 신용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다만 저금리 상황에서 그나마 대안으로 활용했던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나 단기 자금운용 상품 가입은 어려워져 일장일단이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24개 주요 증권사 레버리지 비율을 집계한 결과 올해 3월 말 기준 평균 819%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730%에서 3개월 만에 89%포인트 증가했고, 비율로 따지면 12%나 높아진 것이다. 증권사별 레버리지 비율을 집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2016년부터 신영업용순자본비율(신NCR) 적용과 함께 레버리지 비율 규제를 도입한다고 밝혔지만 레버리지 비율에 따라 증권사들에 대한 적기 시정조치가 취해질 수 있는 만큼 개별 증권사 레버리지 비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레버리지 비율의 기본 산식은 '총자산/자기자본'이지만 세부 산식은 총자산에서 종금계정자산•대손준비금•투자자예치금•일시거래미수금 등을 제외하고, 자기자본에서는 대손준비금을 제외하는 등 상당히 복잡하다.

3월 말 기준 레버리지 비율이 1000% 이상인 증권사는 IBK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교보증권 등 3곳, 900% 이상인 증권사는 메리츠종금증권·대신증권·유진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 등 5곳으로 나타났다. 또 이베스트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KTB투자증권 등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비율이 3개월 동안 20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증권사들의 레버리지 비율이 늘어난 것은 ELS와 DLS 등 발행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작년 말 기준 국내 증권사 ELS·DLS 발행잔액 합계는 84조1397억원에서 지난 15일 기준 90조8534억원으로 6조원 이상 증가했다. 레버리지 비율이 900% 이상인 증권사 가운데 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미래에셋증권 등은 ELS와 DLS, RP, 상장지수증권(ETN) 등 신용담보상품 발행과 판매 영업을 활발히 하는 증권사들이다. 이들 증권사 레버리지 비율이 1000% 안팎에 달하면서 신용담보 상품 발행에 비상등이 켜졌다.
증권사들은 당국에 레버리지 비율 완화를 요청했으나 당국이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RP 등 수익성이 낮은 자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레버리지 비율 맞추기에 나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은 RP는 만기 도래 시 추가 발행을 하지 않거나 줄이고, ELS도 발행에 따른 수수료 수익이 적은 주가연계펀드(ELF)나 주가연계신탁(ELT) 등 기관 물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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