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웅덩이와 진흙탕을 사랑하는 내 차 이름은···
입력 2015-05-19 10:55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물웅덩이를 건너고 있다.

어이쿠. 저게 뭐야”
앞서가던 차가 앞으로 고꾸라지듯 하더니 눈앞에서 사라졌다. 바짝 뒤따르던 기자는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았다. 앞을 살펴보니 내리막길 일부가 움푹 꺼져있다. 계속 내리는 비로 유실된 듯 했다. 단차가 50cm는 넘어보였다. 길 자체도 내리막이라 가뜩이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상황이었다.
겁을 잔뜩 집어먹고 진입을 망설이고 있을 때 선도차량에서 무전이 날아왔다. 차만 믿고 그냥 직진하세요.”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다. 잠시 몸이 앞을 쏠리는 듯 하더니 별다른 충격없이 순식간에 구덩이를 빠져나왔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믿기힘들 정도의 안정감이었다.
지난 4월29일 랜드로버 코리아가 한국 시장에 새롭게 선보인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몰고 산길을 누볐다. 장소는 경주시 외곽에 있는 한 야산. 총 길이 20여km의 산길을 주행하는 코스였다. 전날 밤부터 계속 내린 비로 길 전체가 진흙밭이 돼 있었다. 시야도 50여미터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시승차는 오프로드용 타이어가 아닌 도로주행용 일반 래디얼 타이어를 낀 모델이었다. 불안한 기색을 보이자 랜드로버 코리아 관계자가 디스커버리 스포츠에게 이정도 도로 상태는 아무것도 아니다다”라며 기자를 안심시켰다.
산길로 들어서 돌밭을 지나자마자 깊이가 60cm에 달한다는 물웅덩이가 나왔다.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뛰어난 도강능력을 시험해볼 기회다. 차가 움직이면서 물결이 출렁이자 창문으로 물이 마구 튀어올랐다. 창문을 열고 손을 뻗으면 수면에 손이 닿을 정도의 깊이였지만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별 어려움 없이 물웅덩이를 건너는데 성공했다. 웅덩이를 건넌 뒤 엔진룸을 열어보니 냉각용 라디에이터 그릴엔 풀잎과 풀뿌리 등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엔진커버에까지 흙탕물이 튀어있다. 나중에라도 차에 이상이 생기는거 아닌가 걱정돼 물어보니 깨끗한 물 한번 쫙 뿌려주면 됩니다”라는 무덤덤한 답변이 돌아왔다.
웅덩이를 건너자 본격적인 진흙길이 시작됐다. 비가 내려 길이 무척 미끄러운데다 곳곳에 커다란 돌이 박혀있다보니 타이어가 주욱 주욱 미끄러지는게 느껴졌다. 스티어링휠도 좌우로 마구 요동쳤다. 길 한가운데 쌓인 진흙덩어리와 돌들이 차체 밑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럼에도 안전한 주행이 가능했던건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자랑하는 ‘내리막길속도제어장치(HDC) 덕분이었다. 시속 5km~30km 사이에서 최대 속도를 설정하면 브레이크와 가속페달 조작없이도 차량이 알아서 설정된 속도로 내리막을 내려간다. 운전자가 할일은 차가 길 옆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일 뿐. 일반도로에선 쓸 일이 없는 기능이지만 험한 산길을 운전할때는 스티어링휠에만 집중할 수 있게해주는 유용한 기능이다.
또 동급 SUV 가운데 가장 높은 지상고와 접근각·탈출각 역시 노면이 거친 산길을 운전할때는 빼놓을 수 없는 장점으로 다가왔다.
그렇다고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오프로드에서만 강점을 보이는 차는 아니다. 산길을 빠져나와 일반 도로로 접어들자 같은 차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편안한 주행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최고출력 190마력, 토크 42.8kg/m를 자랑하는 2.2리터 터보 디젤 엔진과 9단 자동 변속기는 훌륭한 조합을 통해 가속을 매끄럽게 이끌어줬고 영국의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인 메리디안이 만든 서라운드 오디오 시스템은 깨끗한 음질로 귀를 편안하게 해줬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랜드로버가 지난해 9월 처음 선보인 엔트리 모델이다. 랜드로버는 이 차를 ‘컴팩트 SUV로 분류하고 있지만 현대차 투싼보다 클 정도로 제법 덩치가 크다. 뒷좌석 시트를 뒤로 젖혀 편안히 눕는 자세로 만들어주는 리클라이닝 기능까지 있다. 물론 트렁크 용량도 동급 차량들에 비해 크다. 랜드로버 관계자는 서스펜션을 완전히 새로 설계해 실내 공간을 최대한 넓혔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프리미엄 SUV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만한 차다. 브랜드 이미지, 성능 등 어느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성능도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가격은 기본형 모델인 ‘디스커버리 스포츠 SD4 SE이 5960만원, 휠을 키우고 옵션을 더 집어넣은 ‘SD4 HSE 럭셔리 가 6660만원이다. 랜드로버 코리아가 경쟁모델로 지목한 아우디 Q5, BMW X3가 바짝 긴장할만하다.
[경주 =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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