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은행, 소멸시효 지난 부실채권 못판다
입력 2015-05-18 17:25  | 수정 2015-05-18 22:21
금융당국이 소멸시효가 지난 부실채권(NPL) 거래를 전면 금지할 방침이다. 빚을 갚을 의무가 없어진 서민들을 대부업체의 불법 추심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18일 "소멸시효가 지난 NPL을 소각해 거래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필요하면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관련 법 개정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은행들은 NPL을 매각할 때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일부 섞는 '끼워 팔기' 방식으로 매각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NPL 매각 규모는 약 5조원으로 이 중 1조원가량이 개인 신용대출 관련 NPL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이 NPL 거래 규제안 마련에 나선 것은 지난 3월 SBI저축은행의 대규모 NPL 매각 당시 불법 추심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당시 낙찰자로 선정된 대부업체는 SBI가 매각하려던 NPL 중 약 87%가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이라며 사실상 불법 추심을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것은 돈을 빌린 뒤 마지막 상환일로부터 5년이 지나 돈을 갚아야 할 의무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일부 대부업체는 소멸시효가 끝난 채권을 은행에서 헐값에 사들인 뒤 채무자를 상대로 빚을 독촉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채무자들은 소멸시효 개념을 몰라 대부업체 독촉에 돈을 갚는 경우가 많다. 금융당국은 논란 이후 시중 80개 저축은행의 NPL 판매 규모와 방식을 실태 점검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규제안이 은행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인 데다 채무자들의 고의 연체를 유발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NPL업계 관계자는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이라 해도 엄연히 거래 가능한 은행의 대출자산 중 일부"라며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강제 소각하도록 한다면 채무자들이 '5년만 버티자'는 식으로 생각하게 될 우려도 있다"도 지적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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