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에 육박, 은행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면서 운영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각 은행들은 적자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는 ATM기 숫자를 대폭 줄여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ATM기 감소 시 고객 불편과 수수료 부담도 가중될 수 있어 일방적인 감소정책 보다는 은행간 공동운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이 지난해 255대의 ATM기를 줄여 감소 폭이 가장 컸고 그 뒤를 하나은행(252개)과 우리은행(202개) 순이었다.
은행들이 감축에 나선 이유는 예금·대출간 금리 차에서 발생한 수익인 순이자마진은 감소하는데, 현금입출금기 관리 비용이 수수료 수입보다 많이 들기 때문이다.
A은행 관계자는 ATM기의 한 해 순수 운영비만 1000만원이 넘는다”며 기계값과 설치비 등까지 포함하면 설치연도에는 최대 5000만원까지 들어간다”고 말했다.
대개 한 대의 ATM기를 운영하는데 연간 166만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동산 임차료가 비싼 수도권에선 대당 수백만 원의 손실을 보기 일쑤라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ATM기에서 카드 복제기가 발견되는 등 보안사고가 연달아 터지고 있는 것도 은행들의 비용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ATM기 숫자는 인구 10만명당 282대로, OECD 34개국 중 미국(173대) 일본(128대) 등을 앞서며 가장 많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ATM기를 줄일 수 만도 없는 상황. 섣불리 기기를 줄일 경우 고객들의 반발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각 은행들은 ATM기를 수익 극대화 관점에서 탈피해 비용 최소화에 초점을 두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은행간 공동 투자·운영으로 ATM기의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24시 코너의 아웃소싱 등 CD 밴사업자의 활용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이 공동으로 자동화코너를 운영할 경우 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고, 타행 공동망 이용수수료를 면제받는 등 고객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은행이 직접 영위할 필요가 없는 사업을 아웃소싱 업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고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직접 운영하는 것은 주주가치 극대화의 본질에도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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