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에 배팅하는 리버스 펀드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 증시가 지난달 박스권(1800~2100)을 돌파한 이후에도 강세를 지속하고 있어 추가 상승 보다 하락에 무게 중심을 두고 리버스펀드에 투자했던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1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운용 중인 13개 리버스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4.68%로 전체 유형별 펀드 가운데 최저치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3월 초 2000선을 회복한 코스피지수가 꾸준히 상승한 상승세를 보인 탓에 수익률이 크게 하락한 셈이다. 리버스(Reverse)펀드는 선물 매도와 같이 주가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이 나는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로, 추종하는 종목이나 지수가 상승할 때 수익이 나는 일반 주식형이나 인덱스(Index) 펀드와 대비되는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리버스펀드는 주식시장이 고점에 도달한 후 하락세가 예상되는 시점을 투자 적기로 본다. 이때문에 실제로 코스피지수가 장중 2100선을 돌파한 지난달 13일 기준 설정액이 8100억원이던 리버스펀드에는 하락장을 예상한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며 한 달여 만에 3500억원 가량이 유입됐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완만한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리버스 펀드들이 저조한 성과를 이어가자 최근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한 주간 리버스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2055억원, 지난 12일에는 하룻동안 572억원이 순유출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01%포인트 상승하며 2100선을 지켰다.
펀드별로는 ‘키움마이베어마켓이 3개월 간 -5.16%로 수익률이 가장 저조했다. 이밖에도 ‘한국투자엄브렐러리버스인덱스(-5.02%), 삼성KODEX인버스(-4.95%), ‘NH-CA리버스인덱스(-4.91%) 등 대부분이 -5%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증시 흐름을 볼 때 당분간은 리버스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미국 경제지표 부진이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의 주요 변수인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져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1994년과 2004년 미국의 금리 인상 사례를 보면 국내 주식시장은 약 1개월 전부터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금리 인상 시기를 오는 9월께로 예상하고 있어 8월 이후에야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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