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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9회’ 두산, 뚝심야구 기적드라마
입력 2015-05-17 06:03  | 수정 2015-05-17 06:09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김원익 기자] 올 시즌 최다인 4번의 끝내기 승리 포함 9회에만 벌써 수차례 득점을 뽑아내며 짜릿한 드라마를 써나가고 있는 두산 베어스다. ‘약속의 9회,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뚝심야구는 두산의 1위 순항의 비결이기도 하다.
두산은 17일 오전 현재 22승 13패 승률 6할2푼9리로 2위 삼성과 승차 없는 1위에 올라있다. 5월을 1위로 시작한 이후 삼성에 선두를 내줬지만 지난 16일 왕좌를 탈환했고, 이틀째 1위를 지키고 있다. 결과보다 더욱 주목할만 것은 과정이다.
16일 경기 전 만난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1위에 대해 큰 의미나 느낌은 없다”며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며 이른 낙관을 경계했다. 페넌트레이스 전체 일정의 25%를 치른 시점. 김 감독은 순위보다는 더욱 고무적인 내용에 주목했다.
순위보다는 팀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느냐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야수들의 집중력이 매우 좋다. 불펜투수들의 경험이 부족해서 불안한 부분은 있지만 선발 투수들도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해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팀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의 평가였다. 김 감독은 최근 불펜투수들 역시 적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선전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더욱 믿음을 주겠다며 신뢰를 보내기도 했다.
특히 올해 김 감독은 야수들의 집중력에 감탄한 순간이 많다. 두산은 올해 4번의 끝내기 승리를 거뒀는데, 단연 10개 구단 중 최다 끝내기 승리다. 22승 중에 역전승이 무려 11승이다. 이것은 KIA, LG와 함께 공동 1위 기록.
특히 더욱 순도 높은 7회까지 뒤진 경기를 역전시킨 승리가 5승이나 된다. 해당 경기 승률이 무려 4할1푼7리(5승7패)에 달한다. 7회까지 뒤진 상황도 10개 구단 중 가장 적었던데다 해당 경기서는 놀라울 정도의 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다른 팀의 사례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사진=MK스포츠 DB
LG 역시 5승이 있지만 해당 23번의 사례서 승률 2할1푼7리를 거두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역전 상황에서의 승률은 비교가 어려울 정도다. 나머지 8개 팀은 7회까지 뒤진 경기서 승률이 채 2할도 되지 않는다. 십여 차례의 해당 상황에서 1승 밖에 거두지 못해 승률이 1할 미만인 팀도 4팀이나 된다(kt는 26경기 전패).
아픈 역전패도 9패(공동 2위)로 많은 두산이지만 그보다는 짜릿한 순간들이 더 많았다. 특히 올해 두산은 ‘약속의 9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4월 15일 kt전서 9회 2점을 뽑아 6-6 동점을 만들고 연장 12회 혈투 끝에 7-6으로 승리한 것이 ‘9회 드라마의 시작이었다. 4월 18일 잠실 롯데전서는 1-5로 뒤지다 9회에만 최주환의 끝내기 스리런 포함 6점을 뽑아 7-5, 승리를 거뒀다. 두산의 첫 끝내기 승리.
이어 4월23일 목동 넥센전서는 4-5로 뒤진 9회 동점을 만든 이후 김현수의 끝내기 투런포로 극적 승리를 거두고 또 한 번의 ‘9회 뒤집기 본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4월 26일 잠실 KIA전서는 1-3으로 뒤진 7회 1점, 8회 1점을 뽑아 경기를 연장 승부로 끌고 간 이후 연장 12회 유민상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승리했다. ‘9회 득점은 아니었지만 두산의 뒷심이 다시 빛났던 순간이었다.
이후 잠시 동안 ‘드라마 집필을 중단했던 두산은 9일 잠실 한화전서 다시 짜릿한 1점차 승리를 거뒀다. 1-3으로 끌려가던 9회 김재환의 안타와 한화 외야수 김경언의 끝내기 실책 등을 묶어 4-3으로 승리했다.
14일 문학 SK전은 뒷심에도 불구하고 쓰린 패배를 당했던 경우. 5회까지 7-1로 앞섰던 두산은 6회 5실점 이후 8회 결국 동점을 허용했다. 7-7인 9회 초 오재원의 적시타로 8-7, 1점차 리드를 잡았지만 윤명준이 앤드류 브라운에 끝내기 투런을 내줘 충격패를 당하기도 했다.
사진=MK스포츠 DB
아픔은 이틀만에 다시 9회 풀어냈다. 16일 광주 KIA전서 9회 김재호의 결승 2타점 3루타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몰라보게 달라진 뒷심은 지난해와 비교해 완벽하게 바뀐 두산의 무형의 힘. 김 감독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며 선수들에게 믿음을 보이고 있다. 선수들 역시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야수들의 집중력뿐만이 아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책임감을 다하고 있는 선발들은 두산의 이런 뒷심과 순항을 가능케 한 동력. 약점으로 꼽히고 있는 불펜 투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 또한 경기 중후반 완전히 무너지는 경우가 없이 집중력을 유지했기에 가능했던 수많은 뒷심 승리다.
거기에 선수들의 능력을 믿고 지나친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김 감독의 뱃심과 신뢰까지 더해져 두산의 ‘뒷심야구가 올해 빛을 발하고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뉴욕 양키스의 포수 요기 베라의 명언. 올해 두산 야구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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