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쫀쫀했던 英 찰스 왕세자 비판 직면
입력 2015-05-14 15:20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찰스(66) 왕세자가 왕실의 정치적 중립을 깨고 정부에 보낸 비밀서한이 10년 소송 끝에 공개됐다. 찰스 왕세자가 시시콜콜한 개인적인 문제까지 정부에 편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민들의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13일(현지시간) 영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공개된 찰스 왕세자가 보낸 서한을 보면 편지의 수신인은 당시 토니 블레어 총리와 산업부, 보건부 등 7개 부처 장관으로 돼있다. 이날 공개된 서한은 2004년 9월부터 2005년 4월까지 것으로 모두 27개다.
편지에는 이라크전 군장비 교체 요청과 같이 중대한 문제도 있지만 왕세자 개인의 소소한 요구사항도 있다. 왕세자의 건축재단이 관련된 병원 부지의 재건축을 요청하거나 소에 결핵균을 옮기는 오소리를 도태시켜 달라는 요구 등이다. 농민을 상대로 하는 대형 슈퍼마켓의 횡포를 단속할 자리에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앉혀달라는 민원성 내용도 있다.
그동안 언론 보도로 내용 일부가 알려진 왕세자의 서한들은 ‘흑거미 메모라고 불렸다. 알아보기 어렵게 휘갈겨 쓴 찰스의 필체가 흑거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편지 공개를 요구하며 10년간 법정다툼을 벌였고 결국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를 얻어냈다.

이번 서신 공개로 찰스 왕세자는 국민의 따가운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도미닉 그리브 검찰총장은 ‘흑거미 메모가 차기 군주가 될 찰스 왕세자에게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 왕실은 변명이 담긴 성명을 내놓아 국민 반발을 부추기고 있다. 왕실측은 왕세자가 이 나라를 깊이 돌보고 있고,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특수한 지위를 활용하고 있다”며 그는 더 나은 영국과 세계를 만들려고 개인과 조직을 돕는 데 헌신해왔다”고 밝혔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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