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저소득층에 상품권 제공···한국도 처방 가능할까
입력 2015-05-13 14:13 

지난 2월 26일 일본 국회는 13조1000억엔(약 154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긴급경제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추경예산 중 2800억엔(약 3조원)가량은 소비 진작을 위한 상품권 지급(바우처 사업)에 사용하기로 했다. 지역 소형 유통매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액면가 1만엔짜리 상품권을 저소득층에 판매하고 여기에다 정부 보조금 2000엔을 얹어줘 1만엔짜리 상품권으로 1만2000엔어치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바우처 사업의 골자다.
지난해 4월 소비세율 상승과 계속되는 엔저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으로 가계소비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아베 신조 정부가 또다시 상품권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일본의 1월 가계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5.1%나 급감했고, 전월 대비로도 3.4% 줄자 내놓은 일종의 ‘극약 처방이다.
우리나라도 소비 부진이 성장률을 갉아먹는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1로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해 5월(105)보다도 밑돌았다. 한국은행이 최근 올 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1%로 낮춰 잡은 주요인이 세수 부족에 따른 공공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축소와 소비 부진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갈수록 떨어지는 저소득층 소비 여력이다. 지난해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계층의 근로소득 평균은 271만원으로 전 계층 중 유일하게 2013년보다 감소했고 1분위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120만8000원으로 3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인 132만9000원에도 못미치는 상황이다.

저소득층 소비는 식료품, 주거, 교통 등 필수적인 재화에 집중되어 있다. 저소득층 소비 여력이 떨어지면 생계 자체가 위협을 받는 것이다. 이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안정적으로 보장받으면서도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소비진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방안으로 일본 사례와 같이 저소득층에 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현금을 직접 지급한다면 이는 빚을 갚거나 저축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높지만 상품권은 소비와 직결돼 전체 소비지출액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전통시장 상품권과 같은 형태로 상품권이 지급된다면 영세 상인들의 소득을 개선시키는 간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3년 기준 최저생계비 미만의 222만 가구에 월 생계비 부족분을 상품권 형태로 지급하는 것을 가정하면 한 해 약 8조8254억원의 소비 진작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품권 지급할 때는 곧바로 소비에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제때 사용하지 않고 빚을 갚거나 되팔아 저축해버리면 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에 상품권을 지급하면 액면가보다 5~10% 싼값에 상품권을 할인해 파는, 소위 ‘상품권깡 등 블랙마켓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핀테크 등을 활용해 본인이 아니면 상품권을 쓸 수 없도록 하는 등 귀속 효과를 강하게 두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상품권을 장롱 안에 묵히는 것을 막기 위해 유효기한을 6개월~1년 정도로 짧게 제한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복지 확대라는 또 다른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전통시장이나 마트 등에서 식료품이나 생필품 등으로 사용처를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다.
문제는 재정이다. 만성적인 세수 부족에 급증하는 복지지출로 적자국채까지 발행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복지정책 시행에 정부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저소득층 소비력을 끌어올린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런 정책을 추진하려면 무상보육이나 무상급식 등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의 복지혜택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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