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빈곤한 한국 노인···경제에도 악영향
입력 2015-05-13 11:49 

노인 일자리 확대는 노인 개인에게 삶의 활력을 제공하고 국가 경제에는 소비 진작을 이끄는 ‘1석2조 정책이다.
일하는 노인은 매월 일정한 수입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존감을 지킬 수 있다. 자녀나 친인척 또는 국가 복지정책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용도 줄어든다. 조기퇴직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은퇴자들이 퇴직 이후 연금 등에 생계를 의존해야하지만 한국의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제도가 성숙하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인일자리는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 노인은 빈곤하다.
한국인의 평균 빈곤율은 41~50세까지 8.9%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 그러나 66~75세 한국 노인의 평균빈곤율은 45.6%로 OECD 평균인 11%를 크게 상회한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은퇴 이후 수많은 노인들이 ‘빈곤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하는 2020년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모두 노인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것에 반해 노인일자리가 불충분하다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다.

고령화와 노인빈곤은 소비 위축을 부른다. 돈이 없는 노인은 먹고살 걱정이 막막하니 씀씀이를 줄인다. 노인을 부양하는 40~50대의 소비 축소도 불가피하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체 노인가구 261만 가구 중 가처분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가구는 132만 가구로 절반을 넘는다”며 노령연금, 노령 사회복지 지출 등 각종 부담이 부양인구의 소비 지출을 제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노인인구가 증가할수록 경제 전반의 활력도 떨어진다. 손종칠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가 발표한 논문 ‘인구 구조 변화가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고령화로 인해 부양인구 비율이 1%포인트 상승할때마다 경제성장률은 0.25~0.29%포인트 하락한다. 부양인구비율은 전체 인구 가운데 15~64세 생산가능인구를 제외한 인구 비율을 의미한다. 부양인구에 포함되는 노인 비중이 급속하게 확대될수록 노인일자리를 늘려 이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제고하는 게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여건만 된다면 근로를 하겠다는 노인 비율도 30%를 넘는다.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년 노인실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일을 지속하고싶다(23.7%), ‘현재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싶다(1.3%), ‘현재 일을 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일을 하고 싶다(9.7%)고 답한 노인 비율은 34.7%로 집계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현재 취업자 1인당 연평균 약 20만1000원의 노년 부담이 발생하는데 노인일자리가 충분한 수준으로 증가한다면 이 부담액 중 일부가 소비로 이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은 31.3%인데 노인 일자리를 10% 늘려 발생한 소득이 소비로 직결된다고 가정하면 연 1조6000억원의 소비진작 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꾸준히 노인일자리 관련 예산을 증액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노인일자리 사업 운영 예산으로 3442억원을 배정했는데 이는 작년(3051억원)보다 12.8%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노인 일자리 정책은 △말벗활동 △초등학교 급식도우미 △취약·학대노인 발굴 및 지원 △노인문화복지활동 등 재능활용 △경비원 등 인력파견형 취업과 시니어인턴십 △제조판매형 및 공동작업형 창업활동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가 재정지원 일자리를 늘리는 것 보다 적절한 급여와 보험혜택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다양화해서 노인들이 자발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노인을 위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대폭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노인일자리 확대에 힘쓰면 반대로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염려한다. 그러나 이에대해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세대간 고용은 대체 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라며 청년층이 찾는 일자리와 노인 일자리는 성격이 달라 세대 간 일자리 분업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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