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편의점부터 ‘갑을분쟁’ 사전예방 하겠다”
입력 2015-05-12 16:00 

갑을관계 개선 등 공정거래는 하나의 문화예요. 법으로 강제하고 시정 조치를 내린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장이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사업 활성화를 위해 ‘칼 대신 ‘문화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12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9회 매일경제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CEO 포럼에 강연자로 나서 올해 공정위 가맹거래 정책 방향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2월 국내 프랜차이즈산업은 개정 가맹사업법 시행으로 큰 전환점을 맞았다. 가맹본부는 점포 환경개선이나 24시간 영업 등을 일방적으로 가맹점에 강요할 수 없고, 예상매출액과 관련된 허위·과장 정보 제공도 엄격히 금지시켰다.
하지만 아직도 고질적인 불공정 관행은 남아 있는게 현실이다. 정 위원장은 (가맹사업법 개정 같은) 새로운 규제를 만들다보면 이에따른 부담을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전가하는 이른바 ‘풍선효과 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규제의 역설 때문에 무조건 강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물론 공정위가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지만, 채찍 일변도식 보다는 보다 현실에 맞는 방향으로 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음을 정 위원장은 시사했다.

그 일환으로 공정위는 올 하반기부터 편의점 업종에 대해 표준가맹계약서를 만들어 보급하기로 했다. 그동안 이 표준계약서는 도·소매업과 외식업, 교육서비스업 등 3가지 업종에만 적용돼 있다. 계약서를 통해 가맹본부와 가맹점간 분쟁소지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다.또 공정위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자율적으로 불공정 거래를 개선할 수 있도록 주요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공정거래 협약을 맺도록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지금까지 프랜차이즈 산업에서 이같은 협약이 체결된 적은 없다.
정 위원장은 공정위가 직권으로 조사하고 시정명령을 내려도 불공정 거래가 사라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업계가 자율적으로 개선하고 상생 협력하는 쪽으로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가맹본부와 점주가 상생하며 함께 커가는 모범 사례를 많이 발굴해 확산시킬 예정”이라며 엄정한 법 집행과는 별개로 그같은 자율 공정거래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는 게 향후 공정위 가맹거래 정책의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시장 감시 측면에서는 무차별적인 조사 대신 선택과 집중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정 위원장은 현장 실태점검 분석결과를 토대로 업종이나 법 위반 행위 유형에 따라 중점 감시 분야를 선정하고 이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과 직권조사를 실시하겠다”며 어느 업종이 중점 감시 대상이 될지는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강평자로 나선 임영균 광운대 교수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그동안 상생이 아닌 상극의 관계처럼 비춰진 측면이 있다”며 공정거래 문화 정착과 함께 윤리경영이 확고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프랜차이즈 CEO들은 정부 규제가 완화돼야 가맹사업이 더욱 성장하고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범돈 크린토피아 사장은 공정위가 가맹점의 불만만 귀담아 듣기보다는 가맹본부 입장도 헤아리는 균형 감각을 유지해 달라”고 당부한 뒤 편의점 업종에서 시작될 표준가맹계약서 제도 역시 해서는 안 될 행위만 명시하고 나머지는 풀어주는 ‘규제 네거티브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표준가맹계약서는 공정위가 일방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고 사업자 단체와 충분히 논의해 함께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행사에는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프랜차이즈 CEO 포럼 회장)과 조상호 SPC그룹 총괄사장, 허연수 GS리테일 사장 등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 업체 임직원 70여 명이 참석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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