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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남자골프 ‘르네상스’ 도모한다
입력 2015-05-12 14:57 

2015년은 한국 남자 프로골프계에 무척 중요한 해다. 세계 최강 미국 남자골프와 한국을 포함한 인터내셔널팀 간 골프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이 한국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한국 남자골프의 민낯을 전 세계에 알리는 해인 것이다.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올해 15개 대회, 99억원 규모로 치러질 국내 남자골프는 대회 수나 상금 규모에서 여자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여자골프 대회는 총 29개 대회에 총상금 184억원 규모다.
세계 최강 한국 여자 골프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지만 한국 남자골프의 힘도 결코 허약하지 않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공식 홈페이지(www.pgatour.com)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동포 선수를 포함해 미국, 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출전자를 갖고 있는 나라다. 잠재력이나 선수층으로 보면 스타가 꾸준히 나올 비옥한 토양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마스터스 제34회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0억원)은 남자골프의 르네상스를 이끌 ‘부활의 무대로 기대를 한껏 받고 있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들은 모두가 우승후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쟁쟁한 실력들을 갖추고 있다.

◆ 한국선수···11연승 간다
지난 달 열린 시즌 개막전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군인 골퍼 허인회(28·상무)는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도 단연 우승후보 1순위다. 사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허인회는 상당히 유리한 입장이다. 군인 신분으로 출전하기 때문에 상금을 받을 수 없어 오히려 긴장감 없이 경기에 임할 수 있어서다. 작년 드라이버샷 1위에 오른 장타력에 ‘휴가 같은 편안한 마음이면 충분히 2연승에 대한 기대를 키울 수 있다. ‘게으른 천재에서 ‘군기 든 연습벌레로 변신한 허인회가 국내 최고 대회 타이틀까지 차지하면서 한국 최고 스타로 떠오를 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항상 우승 경쟁을 하면서도 뒷심 부족으로 우승컵에 입맞추지 못했던 박상현(32)이 오랜 악연을 끊을 지도 관심사항이다. 작년 시즌 상금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던 박상현은 그동안 GS칼텍스 매경오픈에 7차례 출전하면서 2013년 대회에서 컷탈락한 것을 제외하면 단 한번도 20위 밖으로 밀린 적이 없다. 2012년 대회에서 단독4위에 올랐고 작년 대회에서는 개인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했다. 작년 그린적중률 1위로 고감도 아이언샷을 선보였지만 드라이버샷 거리는 점점 줄고 있는 ‘30대 박상현으로서는 더 많은 후배들이 치고 올라 오기 전에 한국 최고의 타이틀을 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올해 GS칼텍스 매경오픈에는 재기를 꿈꾸는 스타들도 대거 출전한다.
가장 눈여겨 봐야 할 선수는 2013년 고작 4개 대회에 출전해 절반인 2승(코오롱 한국오픈·CJ인비테이셔널)을 거두면서 상금왕에 올랐던 강성훈(28·신한금융그룹)이다.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에서 뛰는 강성훈은 작년 국내 무대에서는 5개 대회에 출전해 모두 컷을 통과하기는 했지만 10위 이내에 한번 겨우 드는 부진에 빠졌다. 작년 PGA 2부투어에서 상금랭킹 64위로 부진했던 강성훈은 올해 6개 대회 출전해 세번 컷 통과했고 한 차례 10위 이내에 들면서 부활의 가능성을 보였다. 올 2월 유럽프로골프투어 메이뱅크 말레이시안오픈에 출전해 공동42위에 머물렀지만 첫날 공동3위에 오르는 날카로운 샷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역시 웹닷컴 투어에서 뛰었던 김비오(25·SK텔레콤)도 재기의 샷을 준비하고 있다. 2012년 GS칼텍스 매경오픈 챔피언이기도 한 김비오는 당시 단 3개 대회에 참가해 2승을 거두면서 상금 1위에 올라 ‘최소 대회 상금왕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국내 대회에 전념하면서 12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한번도 10위 이내에 들지 못하는 극심한 난조에 빠졌다. 김비오는 2008년 남서울 골프장에서 열린 허정구배 한국아마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남서울CC와의 좋은 인연을 갖고 있다.
역시 2010년 GS칼텍스 매경오픈 챔피언에 등극하면서 상금왕에 올랐던 장타자 김대현(27·캘러웨이)의 부활에도 기대를 걸만하다. 특유의 장타력으로 인기를 모았던 김대현도 작년 11개 스트로크플레이 대회에 출전해 한번 밖에 ‘톱10에 들지 못하는 난조를 보였다.
2008년부터 4년간 KPGA 코리안투어 장타왕을 차지한 그였지만 2011년 말 어깨 부상으로 이제는 정교함에 승부를 거는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겨울 재활에 힘을 썼다는 김대현은 정교함으로 승부하는 올해가 새 골프 인생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숏게임의 달인 김대섭(34.NH투자증권)도 부활의 노래를 부를 각오가 돼 있다. 2012년 군에서 제대해 하반기 대회만 뛰고서도 2승을 올리며 상금 2위까지 오른 김대섭도 현재 극심한 우승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그해 10월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뒤 벌써 30개월째 우승컵에 입맞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30개 대회를 뛰었다.
◆ 외국선수···연패 사슬 끊을까
연전연패의 ‘남서울 징크스를 깨기 위해 올해 대회에는 원아시아투어 강호들이 총출동한다. 작년 상금랭킹 10위 이내에 들었던 스티브 제프리스(호주·4위), 제이크 히긴보톰(호주·7위), 라이언 폭스(뉴질랜드·9위) 등은 언제든지 우승할 기량을 갖춘 선수로 평가된다.
이들 중에서는 장타자 폭스가 특히 눈에 띈다.
300m를 가볍게 넘기는 장타자인 폭스는 올초 호주에서 열린 퀸즈랜드 PGA 챔피언십에서 최종일 파4의 16번과 파5의 17번홀에서 연속 이글을 잡으며 우승했다. 16번홀에서는 티샷을 그대로 그린에 올려 이글 퍼팅을 집어 넣었고, 17번홀에서도 두번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린 뒤 9m 이글 퍼팅을 성공했다.
제프리스는 작년 원아시아투어 대회 중 하나인 피지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하면서 상금랭킹 4위에 오른 강호다. GS칼텍스 오픈에서 ‘남서울과의 악연을 끊을 외국선수 다크호스로 꼽힌다.
특히 올해 대회에서는 호주 선수 중 가장 멀리 친다고 평가 받는 링컨 타이(25)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튜브에 올라 있는 동영상에서 그는 197mph(시간 당 마일)의 가공할 볼 스피드를 자랑했다.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가장 빠른 볼 스피드를 기록한 장타 랭킹 2위 토니 피노(미국·187.49mph) 보다도 빠른 수치다. PGA 최고 장타자로 평가 받는 버바 왓슨(미국)의 올 최고 볼 스피드도 185.82mph였다. 유튜브 화면에 찍힌 드라이버샷 거리는 무려 363m. 타이는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320m~330m에 이른다. 가장 멀리 친 기록은 무려 400m. 키 192㎝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는 보는 눈을 의심하게 한다. 작년 아시안투어에서 평균 300야드를 친 장타자인 네이선 홀만(호주) 역시 주목할 만한 선수다.
우승후보와는 전혀 상관 없지만 화제가 되고 있는 외국 선수 한명이 있다. 파키스탄 유일의 원아시아투어 멤버인 함자 아민(28·Hamza Amin)이다. 작년 아시안투어를 뛰었던 아민은 올해 원아시아투어로 무대로 옮겨 프로생활을 잇고 있다.
작년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7위에 올라 아시안투어를 뛰었던 아민의 성적은 참담했다. 12개 대회 연속 컷탈락한 뒤 마지막 13번째 대회에서 공동46위에 올라 상금 2450달러를 받았다. 상금랭킹 162위에 머물러 결국 시드를 잃었던 아민은 이번에는 원아시아투어에서 ‘기적같이 출전권을 거머줬다. 이번 GS칼텍스 매경오픈이 그의 원아시아투어 데뷔 무대인 셈이다. 그에게는 남서울CC에서 몇 번 라운드한 경험이 있다. 2009년 남서울CC에서 열린 아마추어 국제대회인 노무라컵에 출전한 바 있는 함자는 작년 GS칼텍스 매경오픈에도 초청 받았지만 3타차로 컷오프된 바 있다. 물론 그의 지상과제는 컷통과다. 최근 자국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상승세를 탄 함자는 가능한 많은 대회에서 컷 통과하는 게 목표”라고 말하고 있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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