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은행도 못뚫었는데 미얀마에 깃발 꽂은 동부화재
입력 2015-05-11 17:44  | 수정 2015-05-11 19:46
"고령화·저출산 기조가 뚜렷한 한국 보험시장엔 더 먹을 게 없습니다. '제2 내수시장'을 외국에서 찾겠습니다."
김정남 동부화재 사장(사진)이 요즘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다. 외국 시장에 꽂힌 김 사장 레이더에 이번엔 미얀마가 걸려들었다. 11일 김 사장은 미얀마 양곤 샹그릴라 호텔에서 마웅 마웅 테인 미얀마 재무차관과 함께 동부화재 양곤사무소 개소식을 했다.
국내 손해보험사가 미얀마 시장에 발을 내디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말 국내 3개 은행이 현지 지점 설립 허가를 신청했다 전부 탈락할 만큼 미얀마 금융시장은 녹록지 않은 곳이다. 동부화재가 이제 막 개방의 문을 열어젖힌 미얀마 보험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이다. 김 사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미얀마는 손해보험시장이 매년 46%씩 성장할 만큼 기회가 도처에 널려 있다"며 "현지 금융당국과 긴밀한 협조를 토대로 이른 시일 안에 영업을 시작해 미얀마에서 가장 신뢰받는 외국계 보험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동부화재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면 김 사장이 내비치는 자신감에 무게가 실린다. 동부화재는 보험사 중 외국에서 발품을 가장 많이 파는 '발바리'로 꼽힌다. 미얀마사무소를 포함해 미국 영국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벌써 거점 12곳을 마련했을 정도다.
1984년 개설한 미국 괌지점은 현지 손보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기반이 탄탄하다. 김 사장은 "태풍이 하도 많이 불어 외국 굴지 보험사가 잇달아 괌을 떠날 때 우리만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며 "현지에서 '신뢰의 상징'으로 불리며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괌을 비롯한 캘리포니아 뉴욕 등 미국 4개 지점 매출은 2010년 677억원에서 2014년 1902억원으로 급증했다. 김 사장은 "미국에 '제2 동부화재'를 세우겠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에는 베트남 손보사인 'PTI' 지분 37.3%를 인수했다. 김 사장은 "조만간 지분율을 50% 이상으로 높여 직접 경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PTI 지분 인수 이후 동부화재 깃발을 꽂을 1차 목표로 정한 게 미얀마다. 김 사장은 "미얀마 보험시장이 자리 잡기 전에 빨리 진출해야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며 "돈이 없어 할부금융을 끼고 오토바이를 사는 현지 문화에 맞게 계열사인 동부캐피탈과 협력해 시너지를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 기대한 성과를 거두는 대로 캄보디아 라오스로 영업 거점을 늘려 '동남아 보험시장 승자'가 되겠다는 게 김 사장 비전이다.
2013년 4월 중국 손보업계 '안청사' 지분 15.01%를 사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사장은 "현지 법인을 세워 중국 정부에서 1년에 성(省) 하나씩 허가를 받아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너무 걸린다"며 "현지 회사 지분을 인수해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으면 여기서 만든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훨씬 빨리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1979년 동부고속에 입사한 김 사장은 36년째 동부그룹 외길을 걸어온 '동부맨'이다. 그가 동부화재로 건너온 1984년에 동부화재가 괌에 첫 국외 지점을 개설했으니 김 사장과 외국 진출은 운명 같은 관계다. 김 사장 취임 이후 만들어진 국외 네트워크만 8곳으로 동부화재 전체 외국 진출 사례(12건) 중 절반을 넘는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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