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래 TV시장을 평정할 기술을 놓고 한판 진검 승부를 펼치고 있다. 삼성의 무기는 ‘SUHD‘이고 LG 병기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다. 두 모델 간 경쟁은 10년 전 LCD(액정표시장치) TV와 PDP(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 TV 간 대결처럼 한쪽이 승리하면 나머지 한쪽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All or Nothing 게임‘이 될수도 있어서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다.
두 모델은 TV의 핵심 부품인 패널부터 다르다. 삼성 SUHD TV는 LCD패널과 여기에 빛을 쏘아주는 광원인 LED(유기발광다이오드) 백라이트가 장착됐고, LG OLED TV에는 자체발광 소재인 OLED패널이 탑재되어 백라이트가 설치되지 않았다.
소재만 놓고 본다면 OLED가 LCD의 뒤를 잇는 차세대 소재로 평가 받는다. OLED는 각각의 픽셀이 꺼졌다 켜졌다하며 영상을 구현하기 때문에 백라이트의 빛을 받아서 색을 조합하는 LCD 보다 명암비, 응답속도, 색재현력 등에서 앞선다. 밝은 색과 어두운 색의 차이를 나타내는 명암비는 무한대 수준이다. 현재 OLED TV는 LG전자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 소재 비교만으로 SUHD와 OLED TV 중 미래 TV시장을 지배할 승자를 결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가격 등 시장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예컨대, 10년 전 PDP TV는 플라스마 소재 덕분에 자연스러운 화질과 LCD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이후 발열 문제 등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가운데 LCD 기술이 개선되고 LCD 가격도 PDP수준으로 떨어지자 PDP는 시장에서 퇴출했다.
가격을 보면 삼성 SUHD TV가 매력적이다. 예를 들어, 65인치 기준 삼성 SUHD TV는 790~990만원으로 LG OLED TV(1090만원)보다 최대 300만원(약 27%) 싸다. 또 회사입장에서 LCD TV 생산·판매가 OLED TV보다 생산수율과 마진율에서 더 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 SUHD가 기존 UHD(800만 화소) TV에 이른바 ‘퀀텀닷(quantum dot) 기술을 적용해 현존 최고 수준의 TV화질을 구현했다고 주장한다. 퀀텀닷은 LCD패널과 백라이트 사이에 나노 크기 입자를 담은 필름을 장착해 TV의 화질을 크게 높인 삼성만의 독자 기술이다. 덕분에 SUHD TV의 색재현율을 LCD의 한계인 70%를 훌쩍 뛰어넘은 89%까지 구현했다는 게 삼성 자체 평가 결과다. OLED의 색재현율이 이론적으로 100%이지만 실제 구현율을 감안하면 경쟁해볼만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SUHD TV와 OLED TV 간 경쟁은 결국 소비자들의 비용·편익 분석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있다. OLED TV가 SUHD TV보다 약 30% 비싼데, 이 가격차이가 소비자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화질의 차이를 상쇄할 것이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OLED라는 소재가 너무나도 좋지만 언제 대중화될 지 알수 없기 때문에 삼성은 안전하게 SUHD TV를 밀고 있는 반면 LG는 먼저 OLED를 선점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삼성도 OLED TV를 장기적으로 준비하고 LG역시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SUHD TV를 준비하는 만큼 SUHD와 OLED는 상당 기간 공존할 가능성이 크고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는 곳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과 LG는 각각 SUHD TV와 OLED TV 각각의 시장 선점을 위해 전에 없던 통큰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삼성은 ‘프리미엄 마케팅의 일환으로 SUHD TV를 구매하면 최신 ‘갤럭시S6 엣지‘를 무료로 제공한다. LG전자는 이번달 OLED TV를 구매할 경우 자사의 프리미엄 노트북인 ‘그램 14‘를 선물로 준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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