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기획…서울연극제 파행①] ‘36년’ 대학로 터줏대감에게 무슨 일 있었나
입력 2015-05-11 14:52 
[MBN스타 이다원 기자] ‘36년 대학로 터줏대감에게 위기가 닥쳤다. 국내 연극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극축제 서울연극제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 아르코예술극장(이하 아르코)과 대관 문제, 행사 진행 여부 등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는 것. 오랜 시간 연극계 기둥이 됐던 이 축제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갈등의 조짐은 지난해 11월 경부터 있었다. 서울연극제가 매년 진행하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 2015대관공모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부터다.

서울연극제 측은 해마다 아르코에서 공연을 해왔고 같은 양식으로 서류를 제출했으나, 어쩐 일인지 이번만큼은 서류 미비라는 이유로 탈락됐다. 3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고 문예위 권영빈 위원장에게 심사위원 공개, 심사 기준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사진=서울연극협회 제공, 디자인=이주영


이어 12월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아르코 유인화 센터장과 김의숙 부장, 문예위 등을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조치했다. 이뿐만 아니라 공개토론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한국연극지키기 공동위원회 발촉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사태 심각성을 알리는 데에 적극 노력했다.

양측의 신경전은 같은 해 12월31일 문예위가 서울연극제 요청사항에 대해 ‘아르코 대극장 3주간 대관, 아르코소극장 5월초부터 2주간 대관이라는 회신 공문을 보내면서 진정되는 듯 했다. 특히 문예위 측은 서울연극제 대관확인서를 발송하겠다고 약속한 뒤 지난 2월6일 서울연극제 측에 고소 취하를 요청하며 마무리하는 모양새를 띠었다.



그러나 2차 갈등은 여기에서 불거졌다. 2월26일 서울연극제 측이 고소취하 소장을 접수 후 지속적으로 대관 계약 진행 확인을 요청했지만, 아르코 측은 관료제 행정 체계를 이유로 시일을 미뤘던 것. 여기에 서울 연극제 개막식을 이틀 앞둔 지난달 2일 밤 문예위가 ‘아르코예술극장이 표기된 공연 티켓 판매를 중단해달라는 시정조치 요청 공문을 발송했고, 개막식 전날 아르코 대극장을 장기간 폐쇄 조치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서울연극제 측은 3일 뒤 아르코 대극장 폐쇄 관련 긴급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논란에 대해 짚었고, 아르코 측은 대극장이 안전상 이유로 점검에 들어갔다면 난색을 표했다. 또한 아르코 측이 대안으로 내놓은 대체 무대에 대해 서울연극제 측이 보이콧을 선언하며 양측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연극제 집행위는 삭발까지 감행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사진=서울연극협회 제공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이들 사이에 진전된 사항은 아직까지 없다. 서울연극제 측은 1억5000여만 원의 물질적 피해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제대로 된 행정 조치를 요구하고 있고,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에 문예위 공연예술센터의 공익감사를 청구한 상태다. 이에 대해 아르코와 문예위는 사과의 기색을 내비치면서도 구체화된 해결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느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오랫동안 대학로 연극계의 명맥을 이어온 거대한 축제에 이번 일이 오점으로 남은 건 부인하지 못할 일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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