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상식을 깬 新종신보험 돌풍
입력 2015-05-08 16:25  | 수정 2015-05-09 00:00
사망하기 전이더라도 연금을 미리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종신보험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신규 보험 상품 판매속도의 3배에 달할 정도로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신한생명이 내놓은 '연금 미리 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은 이달 중순 누적가입액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출시 한 달여 만에 1만700명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빠져 웬만한 신상품이 나와도 눈길을 끌지 못하는 최근 추세를 고려할 때 대단한 판매 랠리다. 종신보험에서 가입금액이란 사망시 받을 수 있는 보험금 액수를 뜻한다. 사망보험금 1억원짜리 보험이 1만개 팔리면 누적가입액이 1조원을 찍는 구조다.
지난달 6일 나온 교보생명 '나를 담은 가족사랑 교보뉴(NEW) 종신보험' 판매 추이도 숨가쁘다. 출시 한 달 만에 가입자 7300명, 가입금액 6000억원 고지를 찍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나온 보험 중에서 판매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 이 두 보험은 기존 종신보험과는 달리 생존 당시 보장을 대폭 강화한 게 특징이다. 죽어야 보험금이 나오던 기존 종신보험의 해묵은 관행을 깨고 늙어서 빈곤에 빠지지 않게 하는 여러 장치를 달았다.
신한생명 '연금 미리 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은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연금을 받을 수 있게 설계한 국내 첫 보험이다. 종신보험에 '역모기지론' 개념을 도입해 살아서는 연금형태로 보험금을 받다가 죽으면 자식에게 남은 사망보험금을 상속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를 취했다.

교보생명 상품도 가입자가 아플 때 의료비를 사망보험금에서 떼어 미리 받을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다. 늙어서 입원하면 하루에 5만원이 나오고, 수술비로 한번에 최대 2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의료비나 생활비 명목으로 사망보험금의 80%까지 미리 빼 쓸 수 있다. 사망시 1억원을 받기로 했으면 그중 8000만원을 가입자가 쓰고 죽을 수 있는 것이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종신보험 2.0' 상품 인기에 보험업계는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이달을 기점으로 기존에 팔던 종신보험 3종에 '사망보험금 연금선지급서비스 특칙'이란 특약을 신설했다. 교보생명·신한생명 상품과 마찬가지로 사망보험금을 일부 헐어 살아있을 때 생활비로 쓸 수 있게 하는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종신보험이 인기를 끄는 것은 한국인들의 노후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개인연금보험에 가입한 우리나라 국민은 876만명으로 인구 대비 가입률이 17.1%에 불과하다. 지난해 개인연금보험에 들어온 보험료는 36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39조9000억원) 오히려 8.0%나 줄었다. 이 때문에 종신보험을 최후의 보루로 삼아 최소한의 생활보장을 할 수 있는 수요가 생겼고, 보험사들이 신상품을 내놓아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종신보험 신상품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로 한국인 특유의 가족애가 꼽힌다. 기존 종신보험에도 사망보험금을 연금으로 돌려 생존 시 쓸 수 있는 특약이 있었다. 하지만 이 특약을 쓰면 남은 가족이 사망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종신보험은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노후 대비 기능까지 있어 '두 토끼'를 잡으려는 수요가 대대적으로 몰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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