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몸집 가벼워진 아모레 거래대금 폭발…액면분할후 재상장 첫날
입력 2015-05-08 16:03  | 수정 2015-05-08 19:45
액면분할로 몸집이 가벼워져 돌아온 아모레퍼시픽의 거래대금이 재상장 첫날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지만 개인투자자가 대거 몰려들면서 국내 증시 거래대금 1위를 꿰차는 등 '황제주' 면모를 과시했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의 하루 거래대금은 4200억원을 돌파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액면분할 직전 올해 일평균 거래대금인 560억원에 비해 7배 넘게 뛰었고, 2위인 삼성전자의 2560억원과도 1600억원 이상 격차를 벌렸다. 거래량 역시 110만주로 올 일평균 거래량 19만주보다 6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처럼 아모레퍼시픽 주식 거래가 활기를 띤 까닭은 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쪼개면서 주당 단가는 10분의 1로 낮아지고, 유통 주식 수는 10배 불어났기 때문이다. 380만원대까지 치솟은 가격이 부담스러워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던 개인들까지 주식 매집에 발 벗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분할 전 마지막 거래일이던 지난달 21일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388만4000원에 달했지만, 분할 후 재상장 첫날 시초가는 38만6000원에서 형성됐다.
그러나 유동성 증가에도 불구하고 막상 주가는 '액면분할 효과'를 누리지 못한 채 약세를 보였다. 이날 주가가 액면분할 기준가 38만8500원보다 3.09%(1만2000원) 하락한 37만6500원으로 마감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우와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 주가도 기준가보다 각각 8.00%, 5.52% 미끄러졌다.

개장 직후부터 차익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를 끌어내리자 아모레퍼시픽의 등장을 고대하던 시장의 기대감도 한풀 꺾였다. 그동안 국내 대표 성장주 아모레퍼시픽의 재상장이 조정기를 겪고 있는 증시 방향을 바꿀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실망도 컸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를 두고 나 홀로 조정을 피해 갔던 아모레퍼시픽이 '뒤늦은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코스피가 지난달 24일 2189.54까지 질주하다가 100포인트 가까이 빠지는 과정에서 그간 급등했던 바이오와 화장품, 증권, 건설주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달 22일 고점과 비교해 LG생활건강 주가는 11.5% 미끄러졌고, 코스맥스(-11.7%) 한국콜마(-9.6%) 에이블씨엔씨(-24.3%) 등도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다만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하락폭이 한꺼번에 반영되는 것일 뿐 장기적인 주가 전망은 밝다는 시각은 여전하다. 김지효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조정을 겪을 수 있겠지만 때를 놓친 차익실현 매물만 정리되면 탄탄한 펀더멘털이 주가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저가 화장품 위주로 수출했지만 라인업을 고가 제품까지 넓히고 있고,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인지도가 시세이도 등 글로벌 동종 업체에 결코 뒤지지 않는 만큼 성장성은 변함없다는 평가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이 재상장 첫날 만약 5% 이내 보합 수준에서 거래된다면 오히려 시장을 이기고 상대적인 강세를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액면분할 뒤 재상장했던 종목들의 주가 흐름이 대체로 양호하다는 점도 이 같은 낙관론을 뒷받침한다. 작년 10월부터 현재까지 분할 뒤 증시로 돌아온 코스피 기업의 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4개사 가운데 덕양산업을 제외한 3개사 주가가 상승했다. 덕양산업도 액면분할이 발표된 직후와 비교하면 3.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영풍제지는 지난 7일 2435원으로 거래를 마쳐 2월 25일 재상장 첫날 시초가 2175원보다 11.72% 올랐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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