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0년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혁신
입력 2015-05-07 16:10 

마시모 카차리 베니치아 시장님. 만약 마지막 남은 국가관을 한국에 준다면 남북이 통일될 경우 남북 공동 첫 전시를 할 수 있을 겁니다.”
1993년 독일관 대표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백남준(1932~2006)은 이듬해 베니치아 시장에게 간곡한 편지를 쓴다. 당시 중국 등 6개국이 이미 국가관을 신청한 상태였다. 한국관 유치 가능성이 희박한 때 백남준의 편지 한통이 시장의 마음을 움직였다. 1995년 27번째로 독립된 국가관을 한국이 유치하게 된 배경이다.
올해 이 한국관이 20주기를 맞이했다. 커미셔너 이숙경과 문경원·전준호 2명이 한 팀으로 참여한 한국관 전시는 한국관의 건축 특징과 역사, 미래를 완성도 있게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7개의 비디오 채널 작품 ‘축지법과 비행술은 오쿠이 엔위저가 제시한 ‘모든 세계의 미래라는 큰 주제와도 일맥상통한다. 미래의 사이보그처럼 분장한 배우 임수정은 영상에서 눈을 뜨고 물을 마시고 실내에서 뛰는 행위를 하며 하루를 보낸다. 영상은 하루살이처럼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미래 혹은 실험실처럼 보이는 백색의 공간에서 펼쳐보인다. 그러다 시스템상 오류가 발생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현재를 자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주제를 기술적인 혁신을 통해 효과적으로 보여준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관은 유리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이 유리벽이 원통 형태다. 그런데 문경원과 전준호는 총 7개의 비디오 채널 중 2개를 외벽에 LED 영상으로 선보였다. 가운데가 곡면처럼 들어가 있는 것은 TV로도 시판돼 있을 정도지만 가운데가 볼록렌즈처럼 나와 있는 것에 영상을 입히는 것은 쉽지 않은 시도다.

이를 위해 작가팀은 한국의 한 중소기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이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바깥의 풍경이 다소 스며드는 비교적 밝은 실내에서도 프로젝터와 모니터를 이용해 선명한 영상을 선보였다. 이숙경 큐레이터는 전시 제목인 ‘축지법과 비행술이 내포하는 것처럼 공간의 안과 밖, 시간의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맥락을 보여주기 위해서 기술 혁신은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도 5일(현지시간) 한국관을 찾아 영상이 매우 아름답다”고 극찬했다.
[베네치아 =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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