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철강 빅3’ 동국제강, 비상경영체제 가동
입력 2015-05-07 15:56 

포스코,현대제철과 함께 국내 ‘철강 빅3로 불리는 동국제강이 창사 61년만에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경영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장세주(62) 동국제강 회장이 7일 회삿돈을 빼돌려 상습적으로 해외 원정 도박을 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로 전격 구속됨에 따라 장 회장의 동생인 장세욱(53)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게 됐다.
이날 오전 장세주 회장에 대한 구속 소식이 전해진 후 서울 중구 수하동에 위치한 동국제강 본사(페럼타워)에서는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회사 앞날을 우려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장세주 회장이 그룹 총수로서 굵직한 경영 전략을 책임졌고 장세욱 부회장이 일반적인 경영 업무를 총괄해 왔기 때문에 경영상 혼선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욱 부회장은 7일 오전 평소와 다름없이 오전 6시30분쯤 본사로 출근해 주요 업무를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창업주인 고(故) 장경호 회장의 손자이자 장세주 회장의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은 1985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1996년 육군 소령으로 예편해 그해 2월 동국제강에 과장으로 입사한 이후 20년 가까이 회사 경영에 참여해 왔다. 입사후 10년만인 2007년 부사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지난 2010년부터 동국제강의 계열사인 유니온스틸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경영을 총괄했고 올해 1월 유니온스틸이 동국제강에 흡수합병 되면서 동국제강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다만 장세주 회장이 진두지휘해 왔던 브라질 고로 제철소 건설과 재무구조 개선작업 등은 총수 부재 상황에 직면해 일부 차질을 빚거나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세주 회장이 신성장 동력으로 브라질 세아라주에 2012년부터 건설중인 연산 300만t 규모의 고로 제철소(동국제강 지분율 30%)는 현재 공정률 80%를 기록중이며 내년 상반기 준공과 상업생산을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 회장의 구속이 그룹의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회사 상황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있다.
동국제강은 창립후 60년이 넘도록 ‘철강 외길을 걸어왔지만 2012년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115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도 67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부진으로 고전해 왔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서는 본사인 페럼타워를 삼성생명에 4200억원을 받고 매각한데 이어 포항 제2 후판공장 폐쇄도 검토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아울러 재계 일부에서는 장 회장에 대한 이번 구속이 후계 구도에도 민감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장세주 회장은 현재 동국제강에 대한 지분율이 14.86%로 최대주주이고 장세욱 부회장은 지분율이 10.02%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동국제강의 2대 주주는 일본 JEF스틸로 지분 14.79%를 보유중이고, 우리사주조합도 4.96%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이와 관련 동국제강 관계자는 장 회장의 구속이 후계 구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장세주 회장은 과거 비리 혐의로 구속됐던 재벌 총수들처럼 구치소 독방에서 미결수로 지내며 남은 수사 일정과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구속적부심이나 보석, 구속집행정지 등으로 조기에 풀려날 수도 있지만 최근 사법당국의 분위기를 감안할 경우 유죄 여부가 가려질 때까지 구속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 회장은 지난 2004년에도 회사 예금을 일가 친척들의 대출 담보로 사용하고 회삿돈으로 개인채무를 갚은 혐의(특경가법상 배임·횡령)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지만 3년 뒤 특별사면을 받은 바 있다.
[채수환 기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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