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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블루칩인터뷰] 강의식, 이게 천직(天職)이 아니면 무엇이랴
입력 2015-05-07 13:56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얼굴은 낯선데 자꾸만 시선을 끄는 이들이 있다. 누군지 궁금하게 만드는 배우계의 ‘떡잎들을 소개하는 코너. 드라마 3 작품 이하 혹은 공백기가 3년 이상인 신인 배우들과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눠본다. ‘당신, 왜 이제야 나타났죠? <편집자 주>


[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강의식입니다. 얼마 전에 KBS2 드라마 ‘블러드로 오랜만에 인사를 드렸어요. 드라마가 끝난 후 공부도 하고 연습도 하면서 지내고 있는데요, 정말 오랜만이라 다들 깜짝 놀라셨을 거예요. 사실 작년에 제가 개인적인 일로 잠깐 연기를 쉬다가 ‘블러드를 하면서 소속사도 찾게 됐거든요. 작품도 다시 하고 소속사도 생기고 하니 이제 달릴 일만 남은 것 같아요. 정말 저 지금 행복합니다.



◇ 드라마, 낯설지만 설레는 그 이름

촬영장에 오랜만에 돌아갔어요. 낯설지 않았냐고요? 당연히 그랬죠.(웃음) 하지만 모든 촬영 현장은 처음에 가면 낯설기 마련이고 이런 낯설음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들이 전부 배움의 요소인 것 같아요. 그 특유의 긴장이나 새로움이 재게는 신선함을 주잖아요. 그런 게 또 재미죠. ‘블러드는 그렇게 제 분량이 많진 않았어요. 그런데 저보다 제 주변 분들이 더 아쉬워해주셔서.(웃음) 저야 오랜만에 촬영 현장 느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했죠. 그리고 일단 지상파 미니시리즈도 처음이었고, 기민수 PD님과 박재범 작가님이 굉장한 명콤비신데, 그런 분들과 함께 작업을 할 수 있었다는 것도 특별했어요. 제게는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었죠.

Mnet 뮤직드라마 ‘몬스타는 정말 제게는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네요. 많은 분들이 아직도 ‘몬스타 잘 봤다고 제게 말할 정도거든요. 저는 그게 제 첫 드라마에요. 그런데도 그 작품으로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고 좋게 봐주시니 얼마나 다행인지.(웃음) 그리고 노래를 해야 하는 뮤직드라마이니 독특한 것도 있어 더욱 재밌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 제 연기는 항상 만족스럽진 않죠. 저는 제게 굉장히 깐깐한 스타일이에요. 아쉬운 게 있으면 잠도 안 오고, 저를 괴롭히는 스타일이에요. 스스로에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편이죠. 힘든 스타일이라고요?(웃음) 하지만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틈을 주고 싶지 않아요.

사진=김재현 기자


아, 제가 ‘몬스타도 그랬고 드라마스페셜 ‘칠흑에서도 교복을 입고 등장했어요. 지금의 제 나이보다 굉장히 어린 역할을 해서 사실은 죄송하죠.(웃음) 그런데 저는 정말 좋아요. 저는 배우들이 자신의 나이 대를 연기하면서 성장하는 게 굉장한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게는 10대를 연기할 10대가 없었잖아요. 지금이라도 10대 연기를 할 수 있어서 마치 없었던 10대를 만들어가는 기분이에요. 제게는 소중한 기회였죠.

제가 ‘몬스타를 할 때 뮤지컬을 했기 때문에 그래도 노래를 아예 안 한 배우들보다는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런데 그건 크나큰 오산이었습니다.(웃음) 드라마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건 뮤지컬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과 또 다르더라고요. 기술적으로 다르다기보다는 분위기나 노래, 상황, 사이즈 이런 것들이 다르니 정말 다를 수 밖에요. 그런데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할 만큼 뮤지컬을 또 많이 한 것도 아니예요.(웃음) 아직 뮤지컬 배우 라는 그 수식어도 부끄러울 따름인데.

그런데 그건 있더라고요. 뮤지컬은 저 뒤의 관객들까지 내 모션과 목소리를 닿게 해야 하니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드라마는 바스트샷, 클로즈업들이 많다보니 디테일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스스로도 느낀 게 뮤지컬 한 작품을 굉장히 오랫동안 하고 드라마를 찍은 다음에 그 뮤지컬이 앵콜 공연이 있어서 무대에 오르게 됐어요. 제 스스로 말하기는 조금 부끄럽지만 보는 분들은 어떻게 보셨을지 몰라도 저는 좀 더 연기들이 디테일해졌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두 매체의 장점을 배울 수 있었던 계기였다는 걸 몸소 체험했어요.


◇ 비교? 제게는 의미가 없어요

저는 이제 3년차 배우가 됐어요. 2012년에 데뷔를 했으니 온전히 3년을 달려온 셈인데 지금 시기가 중요하다고들 하더라고요. 제게 어느 정도 배우로서의 준비를 마쳤냐고 물어보신다면, 언제나 저는 배우가 될 온전한 준비를 마쳤다고 대답을 했어요. 처음부터 말이에요. 하지만 내 자신이 고등학생 때에는 굉장히 철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 지금 돌이켜보니 하나도 철이 안 들었었다는 걸 느끼는 것처럼, 지나고 보면 제가 배우로서 밑그림을 잘 그렸나 싶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과거와 현재가 쌓이면서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심지가 굳은 배우가 되가는 것 같아요. 이런 과정은 아마 배우를 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반복되지 않을까 싶어요.

올해 28살이 됐는데요, 주변 친구들은 취직도 하고, 여자 친구들 중에서는 아이를 낳아서 엄마가 된 친구들도 있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안정적인 직업은 아니기 때문에 간혹 그런 안정적인 주변 사람들이 부럽지 않냐는 질문을 받곤 해요. 물론 자신들의 길과 안정을 찾아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보기 좋죠. 기쁘고요. 하지만 우리들은 서로 각자의 영역이 있어요. 그 영역 안에서 서로의 행복을 찾는다면 그것보다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저는 부럽거나 하진 않아요.

사진=몬스타 방송 캡처


3년 동안 배우로 있으면서 아직 필모그래피가 다양하지 않냐 는 질문도 간혹 받아요. 저는 배우를 늦게 시작했어요. 25살 때부터 해서 지금까지 왔는데 늦게 한 것 치고는 굉장히 잘 달려왔다고 생각하고, 좋은 작품들을 만났다고 생각해요. 3년 안에 이런 좋은 작품들을 만나 할 수 있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이에요. 저는 잘 걸어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더 솔직히 말해도 돼요?(웃음) 햇수와 제 필모를 비교하는 행위들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비교일 뿐 지금 제가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둔 건 아니잖아요. 저의 기준은 항상 그거에요. 지금 이 순간 제가 얼마나 행복한지, 그리고 얼마나 만족스럽게 일을 하고 있는지. 전 지금 그렇게 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냥 온전한 저의 모습에 대해서만 생각을 하고 싶어요. 다른 누군가와, 혹은 다른 요소들을 두고 비교하고 싶진 않아요.

물론, 가끔은 저도 초조하거나 생각이 많아질 때가 있죠. 하지만 그건 그 순간일 뿐이고, 지나면 또 괜찮아져요. 그리고 그런 과정은 누군가에게 모두 주어지는 시간이잖아요.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면 스스로도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금방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편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비교를 하지 않고 저의 기준에 대해서만 집중하려고요. 지금 제가 노래를 하고 있고, 지금 제가 연기를 즐겁게 하고 있고, 지금 제 주변 사람들과 행복한가. 이거에 대해서만 말이에요.


◇ 연기 인생, 정말 홀린 듯 시작했어요

제 고향이 경기도 양평이에요. 들으시면 ‘거기가 무슨 시골이야라고 하시겠지만 저희 동네는 진짜로 앞집 뒷집 다 소 키우고, 농사짓는 전형적인 시골 동네였어요. 거기에서 연기를 한다는 건 정말 판타지에 가까웠죠. 그리고 ‘공부 잘 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 가는 것이 그저 제일인 그런 곳이었고, 저는 또 착한 아들이었어요.(웃음)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했고, 모범생이었죠. 제 안에는 배우의 끼, 배우가 되고 싶은 꿈같은 것들이 들어찼지만 정말 그건 판타지였고 제게는 닿을 수 없는 꿈이었어요. 부모님께서도 ‘연기는 대학 가서 취미로 해라고 하셨죠. 그래서 공부를 해서 홍익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을 했어요.

그렇게 학교에 가서 연기를 ‘취미 삼아 해보려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는데 ‘아하고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취미로만 할 수 있는 게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연도 보고, 활동도 하면서 그걸 깨달을 무렵 또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이게 그렇게 손에 닿지 않을 것 같진 않다는 것. 그러니까, 이 꿈이 손에 닿을 것 같은 느낌말이에요. 그래서 경영학과를 그만두고 군대를 들어갔다가 다시 공부를 해서 동국대학교 연극학부를 들어갔어요.

사진=김재현 기자


사실 학교를 중퇴하고 군대를 나온 후 늦깎이로 학교를 다시 간다는 선택은 다른 사람들이 보면 굉장히 무모한 선택인 것처럼 보이죠. 저도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 어떻게 그렇게 했지?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모든 걸 다 뒤바꾼 선택을 하게 된 결정적인 순간은 굉장히 의외에요. 제가 초급 일본어 수업을 수강한 적이 있어요. 그 날 시험을 본다고 가타카나 히라가나를 외워오라는 숙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밤새 외워서 학교에 갔죠. ‘초급 일본어이고, 저는 정말 일본어가 처음이기 때문에 히라가나 외우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가서 시험을 치려고 앉아있는데 문득 다른 친구들은 히라가나 가타카나 뿐만 아니라 일본어를 술술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니, ‘초급 일본어인데. 그리고 교수님께서도 그게 당연하다는 듯 일본어로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질문을 하고 계시는 거예요. 다시 말하지만 ‘초급 일본어인데.(웃음) 그 순간 ‘내가 왜 여기 있지 이런 멍함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 차례가 돼 교수님께서 일본어로 제게 질문을 하셨는데 그 눈을 보고 한 3초간 멍하게 있다가 그 길로 가방을 들고 교실을 나왔어요. 아마 교수님께서는 ‘쟤 뭐야 하셨을 거예요.(웃음)

정말 홀린 듯이 나와서 그 길로 양평에 갔어요. 그 때부터 저의 투쟁이 시작된 거예요.(웃음) 그 때까지 제 머릿속에 연기를 하고 싶은 이상과 공부를 해야 하는 현실이 마구 부딪혔던 때였어요. ‘내가 이렇게 공부를 해서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할 때였고요. 그 일본어 수업은 아주 평범한 순간이었지만, 꿈과 현실의 부딪힘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던 제게는 바늘같이 다가왔던 거예요. 그래서 그 평범한 순간이 풍선 같은 제 상태를 ‘펑하고 터뜨려줬어요. 참 재밌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제 인생을 뒤바꾼 선택을 한 순간이 그렇다는 게.(웃음) 하지만 그렇게 제 연기 인생이 시작됐어요.


◇ 그렇게 시작한 연기, 천직(天職)이라고 해도 될까요?

그렇게 시작한 연기를 3년 동안 했어요. 운이 착착 맞았다고 생각해요. 데뷔작도 우연찮게 합류를 했어요. 뮤지컬 ‘화랑이라는 작품이었는데 당시 동국대 선배가 거기에 캐스팅이 됐다가 공연을 바로 앞두고 개인 사정 때문에 하차하게 됐거든요. 그래서 급하게 대타를 찾던 중에 건너건너 제게 기회가 돌아왔던 거예요. 그래서 정말 공연 열흘 전에 캐스팅 돼 열흘 만에 모든 것들을 준비하고 무대에 올랐어요.

사실 그 때 무대 경험도 정말 전무하다시피 했던 때였는데, 운 좋게 그렇게 큰 무대에 서게 된 거예요. 저는 돈을 받고 무대에 올라 연기를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울 지경이었죠. 그런데 그런 생각을 깊게 할 수 없을 만큼 정신없기도 했어요. 실수만 하지 말자는 생각이 컸죠. 힘든 것도 많았고 그랬는데, 그렇게 몸으로 부딪히며 익혔던 덕분에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김재현 기자


그러고 보니 ‘몬스타 캐스팅도 특별했네요. 제가 오디션을 본 날은 ‘몬스타 배우들의 프로필 촬영을 하던 날이었어요. 진자 촬영을 들어가기 직전이라는 소리죠.(웃음) 그런데 김원석 PD님께서 마지막으로 오디션을 보고 싶다고 저를 그날 급하게 부르시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부랴부랴 준비해서 갔어요. 노래 ‘바람이 분다를 그 자리에서 불러보라 하시고, 생각지 못한 것들을 제게 시키셨는데 저는 필사적으로 해낼 수 밖에 없었어요.(웃음) 그런데 그렇게 오디션을 끝내고 집에 왔는데 전화가 온 거예요. ‘이따가 저녁에 프로필 사진 찍으러 와 이렇게요.(웃음) 그 날이 정말 폭풍 같은 하루였어요. 그렇게 제 첫 드라마 ‘몬스타에 합류하게 됐어요.

그런 걸 보면 참 착착 들어맞았다는 생각은 해요. 하지만 아직까지 천직(天職)이냐고 물어본다면 잘 모르겠어요. 그 천직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가 ‘하늘이 도와준다는 의미라면 충분히 배우라는 직업은 제게 ‘천직이라고 할 만 해요. 저는 그 장면 안에서, 그 역할 안에서 살아 숨쉬는, 살아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거라면 정말 좋아요. 지금 제 순간을 행복하게 살고, 그 장면 안에서 살아있다면, 배우로서는 그만이죠.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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