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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기획…‘연쇄살인마’③] 영화 속 연쇄살인마, 실제와 닮았나요?
입력 2015-05-07 10:19  | 수정 2015-05-07 13:37
사진=포스터
[MBN스타 정예인 기자] 영화는 대중과 가장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예술 장르 중 하나다. 그런 만큼 그 속에는 사회 구성원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통념이 투영되기도 한다. 가령, 영화 속 폭력범죄자는 험악한 얼굴에 문신을 새긴 인물로 등장한다거나, 사이코패스는 잔혹한 연쇄살인마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런 선입견은 때때로 현실과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잦다. 영화 속에 그려진 연쇄살인마의 모습이 실제 연쇄살인마와 어떤 차이점을 갖는지 살펴본다.

영화 속에서 연쇄살인마가 등장하게 된 지는 불과 15년 남짓. 지난 1999년 ‘텔미썸딩에서 두 건의 기이한 연쇄살인에 대해 다루면서 본격적으로 연쇄살인이라는 모티브가 장르적 소재로 떠올랐다. 당시만 하더라도 연쇄살인범에 대한 개념이 선명하게 적립되지 않은 상태였고, 때문에 지금처럼 정교한 ‘추리보다 범인의 ‘잔혹함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후 개봉한 ‘공공의 적(2002)에서는 사이코패스의 개념에 접근을 시도한다. 성공한 펀드매니저 조규환(이성재 분)은 자신의 성공에 걸림돌이 된다면 부모까지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사이코패스다. 그러나 사이코패스의 본래 개념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으로,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사람이 무조건 범죄를 저지른다는 사실은 여전히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그럼에도 한국 영화 속 연쇄살인마 중 유독 사이코패스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한국에서는 사이코패스로 인한 연쇄살인이 자주 발생했을까.

지난 20년간 등장한 연쇄살인마 중 잔혹한 범행으로 사회에 잘 알려진 범죄자는 총 8명으로, 대표적인 범죄자로는 1999년 6월부터 2004년까지 부산, 울산 등지에서 9명을 살해한 정두영,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서울 등에서 21명을 살해하고 그 중 11구를 토막 내 암매장한 유영철, 2004년 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서울 서남부에서 13명을 살해하고 20명을 중상 입힌 정남규, 2006년 12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경기도 화성 일대서 부녀자 7명을 연쇄 살인한 강호순이 있다.

사진=추격자 스틸컷


이 사건들의 특징은 2000년대에 연쇄살인이 발생한 비율이 높다는 점과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이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았다는 데에 있다. 또 한국의 연쇄살인은 화이트칼라 계층에서도 자주 연쇄살인이 발생하는 미국 등과 달리, 사회에 대한 불만, 부자에 대한 적개심, 여성 혐오 등이 결부된 경우가 잦았다.

이는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가진 연쇄살인범만큼이나 사회에 불만을 가진 연쇄살인범의 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국 영화 속 연쇄살인범은 인간의 감정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악마의 형상을 띄고 있다. ‘검은집(2007)의 신이화(유선 분), ‘우리 동네(2007)의 효이(류덕환 분), ‘추격자(2008)의 지영민(하정우 분), ‘악마를 보았다(2010)의 장경철(최민식 분), ‘닥터(2012)의 최인범(김창완 분), ‘살인의뢰(2015)의 조강천(박성웅 분)이 그렇다.

사진=스틸컷


사회심리학자 어빙 고프만은 자신의 저서에서 사회적으로 수용되지 못한 개인은 ‘부적응자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고, 이 인물은 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이 부여한 선입견인 낙인(스티그마)를 갖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낯선 사람이 우리 앞에 나타날 때 첫 모습을 보고 그가 속한 범주와 속성을 파악하게 되는데, 바로 그 때 ‘낙인이 발동한다는 것이다. 즉, 험악하게 생긴 사람은 폭력적인 직업을 가질 것이라 여겨 피하거나, 에이즈에 걸린 사람은 모두 문란한 성생활을 했을 것이라고 근거 없는 추측을 하는 것이 타인에 ‘낙인을 찍은 결과가 되는 셈이다.

이 ‘낙인은 영화 속에도 스며든다. 실제 연쇄살인범은 사회에 불만을 갖고 매우 취약한 피해자를 선택해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가 다분하다. 이들은 매우 취약한 피해자(여성, 노인, 아동 등)을 선택해 살인을 저지르고 자신의 능력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된다. 또, 이들은 늘 살인을 저지를 때 성폭력을 저지르는 영화 속 인물들처럼 언제나 성적 흥분을 동반하지 않는다.

영화는 때때로 ‘낙인을 이용해 대중이 보고 싶은 이야기만 보여줄 때가 있다. 그것으로 대중의 순간적인 호기심을 자극할 수는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영화는 예술로 나아가지 못하고 통속적인 서사에 머무른다. 어빙 고프만은 우리들이 가진 선입견(낙인)이 착각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것을 깼을 때 서로를 끌어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연쇄살인마 역시 드라마가 아닌 진짜를 볼 수 있을 때, 더 생생한 충격이 영화에 담길 것이다.

*참고문헌
이봉한, <한국 연쇄살인범죄의 테마와 특성 분석>,한국형사정책학회, <형사정책> 21권 2호, 2009, pp.217-244
어빙 고프만, 《스티그마: 장애의 세계와 사회 적응》, 한신대학교출판부, 2009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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