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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의 `올림픽 규격`은 궁색한 변명
입력 2015-05-07 08:47 
하기노(가운데)가 제12회 25m 세계선수권대회 혼영 200m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고 촬영에 응하고 있다. 왼쪽은 올림픽에서만 5차례 금메달을 획득한 미국의 라이언 록티다. 사진(카타르 도하)=AFPBBNews=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국제수영연맹(FINA)의 선수자격정지 징계 중인 박태환(26)이 ‘올림픽 규격인 50m 수영장을 구하지 못해 훈련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도 25m 수영장에서 훈련과 경기를 치른 적이 많아 박태환의 이 같은 반응은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FINA가 50m 레인만 수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FINA는 1993년부터 2년 주기로 25m(쇼트 코스)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박태환 측이 25m 수영장에서 훈련할 수는 없다”고 말할 정도면 정상급과는 거리가 먼 선수들이 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일까?
2014 FINA 25m 세계선수권대회는 12월 3~7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다. 해당 대회 우승자 중에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만 4명이나 된다. 2012 런던올림픽 우승자가 3명,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이 1명이다.
런던올림픽 접영 200m 우승자 샤드 르클로(23·남아프리카공화국)는 2014년 25m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에 올랐다. 대회 통산 6회 우승자이기도 하다. 런던올림픽 자유형 50m 금메달리스트 플로랑 마나두(25·프랑스)도 2014년 25m 세계선수권대회 3관왕을 차지했다.
런던올림픽 평영 200m 우승자 다니엘 규르타(26·헝가리)는 25m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번까지 2차례 정상에 등극했다.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50m 금메달리스트 세자르 시엘루(28·브라질)의 25m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횟수는 5번이나 된다.
런던올림픽이나 베이징올림픽까지 갈 것도 없이 몇 달 전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25m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하기노 고스케(21·일본)가 수영 4관왕으로 최우수선수에 등극했다. 하기노는 2014년 25m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혼영 200m 금메달 및 400m 은메달을 획득했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3일 세계반도핑기구(WADA) 검사에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됐다. FINA는 3월 24일 박태환에 대해 2014년 9월 3일부터 2016년 3월 2일까지의 선수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WADA는 규정 위반자가 속한 국가의 경기단체는 해당 선수에게 체육에 대한 재정지원 등 혜택의 제공을 중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수영연맹은 이를 근거로 징계가 확정된 박태환에 대한 공공시설물 이용 협조공문을 발송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한국의 ‘올림픽 규격 수영장, 즉 50m 레인은 모두 공공시설이다. 박태환 측은 국내 50m 수영장 중 공공시설이 아닌 곳이 없다”면서 그렇다고 사설 수영장의 25m 레인에서 훈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태환(왼쪽)이 기자회견에서 금지약물 복용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잠실관광호텔)=AFPBBNews=News1
그러나 누군가는 훈련조차 할 수 없다는 25m 수영장에서는 별도의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나 아시아경기대회 MVP도 참가해서 우승까지 한다. 일각의 주장처럼 올림픽 규격 레인의 중요성이 절대적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13회 방콕아시아경기대회 수영 여자 접영 200m 금메달리스트 조희연(32)은 5일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수영장이 없어 훈련을 중단했다는 박태환에게 복에 겨웠다”고 직설적인 비판을 가했다. 50m 레인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금지약물 복용 및 선수자격정지 징계 때문이다. 대관절 누구를 향해 ‘수영장이 없다고 투정하는 것일까.
[dogma0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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