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난치병 어린이 3000명 소원 들어줬다
입력 2015-05-04 15:22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형수 씨가 불치병 어린이들에게 운동을 잘 할 수 있는 비결을 설명해주고 있다.

어린이 여러분의 소원을 들어드려요(make a wish~)”
알라딘의 램프 속 ‘지니는 현실에도 존재하고 있었다. 난치병 어린이들에 희망을 주기 위해 묵묵히 뛰어온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이 바로 그 곳.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이 요술 같은 단체는 무려 ‘3000번째 어린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기록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재단은 혈액암 등 각종 난치병으로 투병 중인 어린이들 돕기 위해 2001년 태어났다. 몸이 불편한 아이들이 마음 속에 그리는 각종 소망을 직접 체험시키며 병마와 싸울 힘을 키워주는 게 이 단체의 설립 취지이자 지향점이었다.
지난 14년 동안 접수된 아이들의 소원들은 거창하지 않은 일상의 소소한 바람이었기에 더욱 가슴 아프고 애틋했다.

친구들과 생일 파티 하고 싶어요”, 강원도로 겨울여행을 가고 싶어요”, 레이싱카를 타고 싶어요” 등 관련 신청이 접수되면 재단에서 활동 중인 자원봉사자와 관련 기관들이 힘을 합쳐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배아세포종이라는 희귀병을 안고 살아가는 한 어린이가 재단을 통해 카레이서의 꿈을 실현했다. 재단과 후원사인 한 대기업, 람보르기니 서울 측의 지원에 힘입어 꿈의 스포츠카로 불리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를 타고 서킷을 달리는 체험을 했다. 단 한 명의 어린이를 위해 마련된 세상에서 가장 값진 레이싱대회였다.
지난 2월에는 평소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난치병 어린이가 삼성 갤럭시팀 선수와 직접 게임 대결을 벌이며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어린이들의 ‘소원성취를 위해 달려온 14년이라는 시간은 어느덧 꿈을 실현한 어린이가 성인이 돼 자원봉사자(위시키드 엠버서더)로 돌아오는 새로운 ‘기적도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조아영 씨(24·여)다. 어렸을 적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을 앓았던 그는 재단을 통해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현실로 체험할 수 있었다. 당시 재단과 한 의료기관의 도움으로 ‘조아영이라는 이름이 박힌 흰색 가운을 걸치고 의사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환자들을 직접 진찰하며 쾌유를 빌었다.
성인이 돼 사회복지사가 된 조 씨는 어렸을 적 자신과 같은 아픔을 지닌 아이들을 만나 소망을 실현시켜주고 있다. 그는 아이들을 만날 때면 내 소원이 이뤄졌던 그날처럼 행복한 기분이 든다. 특히 어렸을 적 나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언니는 어떻게 병을 이겨냈어요 하며 용기를 얻고 갈 때 가장 뿌듯하다”며 웃었다.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았던 김형수 씨(27) 역시 어렸을 적 이곳에 카메라를 갖고 싶다”는 소원을 남겨 꿈을 실현했다. 병마를 딛고 전국체전 레슬링 자유형에서 두 차례나 우승할 만큼 출중한 실력을 갖춘 그는 이제 ‘근육질의 늠름한 형으로 난치병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이 됐다. 김 씨는 제가 하는 얘기가 (아이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이런 부담감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즐기고 함께 생각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1년이 지나 내년 5월 어린이날이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희망을 품고 소원을 이뤄 나가겠죠. 아이들의 희망과 함께 하기에 저희의 삶도 더욱 소중해지는 것 같습니다.”
성인이 된 조 씨와 김 씨의 새로운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램프 속 지니는 바로 ‘아이들이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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