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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FF] ‘코인라커’, 극한 상황에 놓인 엄마라는 이름의 한 여자
입력 2015-05-04 09:15 
사진=포스터
[전주(전북)=MBN스타 여수정 기자] 도박으로 가족을 나 몰라라 하는 철부지 남편과 엄청난 빚, 자폐증세가 있는 아들 등 매우 극단적인 상황을 모두 가진 한 여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연(손여은 분). 연은 남편의 도박과 빚 때문에 웃음을 잃었다. 절망뿐이지만 아들 건호(정우진 분) 덕분에 힘들어도 웃는다. 연은 아들에겐 늘 해맑은 미소를 보이며 수호천사이자 강한 엄마로서 자리를 지킨다. 때문에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만든다.

아들과의 행복한 인생을 위해 뉴질랜드 행을 택하고 열심히 일하지만, 또 다시 그놈의 남편 때문에 망가진다. 늘 순종적이었던 연은 참았던 분노를 폭발시키며 아들과의 새 삶을 위해 그 누구보다 강해진다. 헐크처럼 완전한 분노 표출이 아닌, 다소 충격적이지만 미세하고 부드러운 분노 표출이라 답답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그래서 더 구슬프고 극단적 상황을 대처하는 매우 평범한 여자의 엄청난 힘을 느끼게 한다. 그 중심에는 늘 모성애가 깔려있어 공감대 형성도 빠르다.

돈을 벌기 위해 아들을 코인라커에 넣는다는 영화 ‘코인라커 속 상황이 모성애의 이중성을 내비치는 듯 하지만, 이는 가장 위험하고 어두운 공간이 이들에겐 가장 안전한 공간임을 알려주는 역발상이다. 덕분에 신선도는 높고, 많은 사람이 손쉽게 이용하고 그 곳을 지나침에도 모자에겐 집보다 안전한 공간인 셈이다. 엄청난 잠금장치가 있는 게 아닌 단순히 돈을 넣고 열쇠로 잠그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에겐 안전해, 이들이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해준다.

또한 자폐증상이 있는 아들은 늘 하얀 곰인형을 데리고 다닌다. 곰인형이 거칠고 자극적인 ‘코인라커에 유일한 판타지 요소로 강조되며, 잠시나마 신비의 세계로 초대한다. 아이의 독백이 아닌 곰인형과의 진솔한 대화가 코인라커가 주는 공간의 의미와 미처 설명하지 못했던 부분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킨다.

저런 남편이 어디 있고, 저런 악한 친구가 어디 있나 싶을 정도로 남편, 친구 역의 이영훈, 정욱도 제 몫을 다했다. 강한 엄마 연 역의 손여은은 언급할 필요도 없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힘든 감정선도 잘 소화한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것이다.

정말 갈 때까지 끝까지 간 연의 상황이 안타깝고 우울하지만, 극한 상황에 놓인 인물의 행동이 주는 무언의 메시지는 강력하다. 동시에 자신을 해당 상황에 대입해볼 계기도 선물한다.

‘코인라커는 개봉에 앞서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JIFF) 한국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여세를 몰아 오는 28일 개봉한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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