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형 유통업체도 `해외직구` 시대
입력 2015-05-01 16:32 

국내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외국에서 물건을 직접 구입하는 ‘해외직구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대형 유통업체들도 잇따라 직구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형TV 등은 사양이 조금 떨어지지만 미국 가전매장 판매가가 국내보다 많게는 절반 이상 싸 이런 제품을 국내 유통업체들이 직접 떼다가 팔기 시작한 것이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최대 가전유통사인 롯데하이마트는 지난달 하순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판매중인 대형TV 1000대를 역수입해 국내에서 첫 판매했다. 삼성전자 멕시코 법인이 북미시장 수출 전용모델로 내놓은 삼성 65인치 풀HD TV(모델명 6350)로 2주만에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은 모델로 화면은 크지만 3D기능을 없애는 등 추가기능을 단순화해 가격은 230만원대이다. 화질을 포함해 국내에서 판매중인 제품보다 사양이 떨어지지만 국내 삼성 65인치 초고선명(UHD)TV 판매가가 450만원을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값 밖에 안된다. 국내 판매 모델 중 동일화질(풀HD)이면서 3D기능이 있는 TV도 평균 390만원에 판매되고 있어 가격차가 꽤 난다. 그동안 국내 가전업체들이 해외에선 프리미엄과 보급형 제품을 함께 팔면서 국내에선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고가모델만 판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롯데 하이마트는 소비자 반응이 폭발적이자 추가행사도 준비중이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TV시장 규모가 200만대였는데, 그중 직구물량이 2만대로 1%를 차지할 만큼 커졌다”며 소비자 호응이 확인된만큼 앞으로 보다 다양한 제품을 역수입해 직구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최대 직구 배송대행업체인 몰테일도 현재 자체 온라인 쇼핑몰 ‘테일리스트를 통해 미국 베스트바이나 코스트코에서 직매입한 삼성 대형TV 등을 역시 국내보다 훨씬 싼값에 판매중이다. 삼성 65인치 스마트 LEDTV는 해외 배송비와 관·부가세를 모두 포함해 1849달러(약 197만원)에 내놨다. 사양이나 모델명은 다르지만 국내에서 삼성의 65인치 스마트 LED TV가 350만~400만원대에 팔리고 있는 것에 비하면 역시 반값 수준이다.
최근 몇년새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빅세일 기간 등에 한국 직구족들의 온라인 구매가 크게 늘어나자 몰테일은 1년6개월전부터 배송대행을 넘어 직매입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김기록 몰테일 대표는 이런 경로로 들어온 상품도 AS나 부품교체에 큰 문제가 없다”며 그동안 우리가 직매입해 판매한 대형TV만 6000여대에 달하고, 이와 별개로 직구족들이 아마존 등에서 구입해 배송의뢰한 TV는 총 3만여대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밖에 지멘스 전기레인지 등 유럽산 소형가전이나 가구 의류 등도 직구족들이 선호하는 품목이다.
롯데백화점은 해외 직구족들을 백화점 매장으로 끌어들이기위해 지난해 9월 소공동 본점 2층에 해외직구 전용매장 ‘비트윈을 열었다. 비트윈은 유럽 최대 직구사이트 아소스(ASOS)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아소스에서 판매중인 다양한 의류 시계 잡화 액세서리 등을 세계 최초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선보였다. 가격은 유럽 현지 판매가의 130%수준이지만, 관세와 배송비 등을 감안하면 개인고객이 온라인몰에서 직접 사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또 직구상품을 매장에서 판매하므로 교환·반품에 어려움이 없고 배송지연이나 상품 파손을 염려할 필요도 없다. 직구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린 덕분에 비트윈 매장은 꾸준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비트윈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 수가 매달 15% 정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주영 기자 /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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