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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중 경기’가 보여준 침묵의 힘
입력 2015-05-01 06:01 
볼티모어 선수들이 승리를 확정지은 뒤 빈 경기장에서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美 볼티모어)=ⓒ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관중이 없는 프로스포츠는 상상할 수 없다. 그러기에 무관중 경기는 강한 파급효과를 미친다. 침묵의 힘인 것이다.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지난 30일 캠든야드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경기를 무관중 경기로 개최했다.
볼티모어는 지난 주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척추에 상처를 입고 사망한 프레디 그레이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로 도시가 비상사태에 빠졌다.
앞선 두 경기는 취소했지만, 일정 문제로 더 이상 취소를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경기장에 투입될 치안 인력을 최소화하고, 관중들을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는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최초의 일이다. 최초인 만큼, 보기 드문 장면도 연출됐다. 볼티모어의 칼렙 조셉은 빈 관중석 앞에서 사인을 해주는 시늉을 했고, 크리스 데이비스는 아웃을 잡은 뒤 공을 빈 관중석에 던져줬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은 불펜에 전화를 했을 때 전화기가 울리는 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었다”며 작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더그아웃에서 하는 농담도 조심해야 했다”며 고요함 속에 경기한 소감을 전했다.
무관중 경기였지만, 할 것은 다 했다. 경기 전 국가 제창은 물론이고 심지어 7회초 이후 부르던 존 덴버의 ‘Thank God Im A Country Boy까지 틀었다. 장내 아나운서의 선수 소개도 그대로 진행됐다. 이날 구단이 집계한 공식 관중 기록은 ‘0이었다.

볼티모어 구단은 이날 경기를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입장권을 다른 홈경기 표로 교환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어찌됐든 대체 일정을 잡는 대신 비공개로 진행하며 입은 손실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더 큰 소득을 얻었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직면한 볼티모어 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경기장 밖에는 몇몇 팬들이 ‘우리는 하나의 볼티모어다(We Are All One Baltimore)라는 문구와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이들 중 한 명인 제이크 트라웃 씨는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두렵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곳에 왔다. 사람들 중에는 이 끔직한 상황에서 이점을 노리려는 이들도 있지만, 우리는 숨거나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팀의 주전 중견수인 아담 존스도 경기 전 인터뷰에서 굳세고, 안전하게 있어달라. 내가 8년간 알아오고 사랑해왔던 위대한 도시의 모습을 지켜달라”며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경기를 통해 볼티모어 구단은 연고지 볼티모어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팀이라는 이미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시켰음은 말할 것도 없다. 한 경기 관중 수익을 포기하고 얻은 결과다.
지난 2012년 6월 한국에서도 무관중 경기가 진행됐다.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포항과 인천의 경기가 그것이다. 사진= MK스포츠 DB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한국 프로스포츠도 무관중 경기를 경험했다. 지난 2012년 6월 14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포항스틸러스와 인천유나이티드의 경기가 그것. 앞선 3월 24일 경기 도중 벌어진 관중 폭력사태에 대한 징계 결과였다.
텅 빈 경기장에서 치러진 경기는 감독과 선수, 축구계는 물론 팬들에게도 하나의 ‘충격이었다. 앞 다투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장 안전을 주문하는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울림이었다.
침묵이 갖고 있는 힘은 막강하다. 그러나 프로스포츠에서 이는 볼티모어나 인천의 경우처럼 정상 궤도에서 벗어났을 때 사용해야 할 ‘최후의 수단이다. 팬들이 없는 프로스포츠는 존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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