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연체자 구하기` KB 구조대 떴다
입력 2015-04-30 17:37  | 수정 2015-04-30 20:08
지난해 5월 초 1년 만기 신용대출 2000만원을 받은 프리랜서 배효섭 씨(42·가명·인천 중구)는 대출 만기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일정하지 않은 수입 탓에 대출 연장에 필요한 자금 800만원(전체 대출금의 40%)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출을 받을 당시 5등급이었던 배씨 신용등급은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와 제2금융권 대출 여파로 6등급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추가 대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부업체를 찾을지 고민하던 배씨는 지난달 중순 대출 취급 은행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상환 의지만 있다면 남은 대출금 대부분을 3년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해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100만원을 먼저 갚고 나머지 1900만원에 대한 원리금을 3년 동안 나눠 갚으라는 얘기였다. 그가 갈아탈 서민형 정책 대출인 새희망홀씨대출 적용 금리는 13%로 배씨의 당초 신용대출 금리(17%)보다 낮았다.
대출 만기를 앞두고 연체 위기에 빠진 이른바 '회색지대 여신 고객'이 안정적으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됐다. KB국민은행이 지난달 중순 도입한 '가계부채 케어(Care)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자신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무리한 빚 돌려 막기에 나서는 고객이 많은 상황에서 은행이 선제적으로 연체 초읽기에 들어간 고객의 채무 상환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하자고 제안하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이 연체를 앞둔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상담 서비스에 나선 적은 있지만 실제 금융사에 이 같은 프로그램이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로그램 대상 고객은 신용등급이 5등급 이상에서 6등급 이하로 하락한 고객이다. 4~6월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KB국민은행 신용대출 고객 중 이처럼 신용등급이 떨어진 고객은 2400여 명에 달한다. 이 중 상환 의지가 있다고 은행이 판단한 고객이 프로그램 대상이 된다.
은행 본사는 대출 만기를 앞두고 신용등급이 하락한 고객을 분류해 전국 지역본부에 통보한다. 지역본부는 해당 고객과 전화 상담을 거쳐 상환 의지가 있는 고객을 선별한다. 이 고객은 영업점을 방문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채무를 조정하면 된다. 프로그램 대상 고객은 기존 대출의 의무상환금액을 3개월간 한시적으로 유예한 후 9개월 동안 대출 만기를 연장하면서 분할 상환이 가능한 새희망홀씨대출로 갈아타면 된다. 통상 신용등급이 낮은 금융소비자는 전체 대출금의 20~40%가량을 상환해야 대출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배씨처럼 전체 대출금의 일부를 미리 갚고 바로 분할상환 방식인 희망홀씨대출로 갈아타는 것도 가능하다. 최창수 KB국민은행 인천남지역본부 부장은 "거액의 원금 상환에 부담을 느낀 고객에게 감당할 만한 수준의 상환 기회를 제공하고 은행은 은행대로 부실 여신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라며 "고객이 잠시 위기에서 벗어나 우량 고객으로 성장하면 은행에도 이익"이라고 전했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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