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PER 높은 화장품·바이오株 투자주의보
입력 2015-04-30 17:33  | 수정 2015-04-30 22:11
아모레퍼시픽, 코스맥스, 한미약품 등 화장품·바이오주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조정 국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들 종목의 주가수익비율(PER)이 국내 동종업체는 물론 글로벌 동종업체들과 비교했을 때도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이들 종목 주가 추이가 과거 정보기술(IT)주 버블이나 '차화정' 열풍 때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지난달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의 12개월 선행 PER는 각각 46배, 44배로 집계됐다.
이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발표한 PER를 집계해 산출한 수치다.

주가가 기업이익 대비 적정 수준인지를 알려주는 PER는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눠 계산한다. 예를 들어 A사의 주가가 3만원, 1주당 순이익이 3000원이면 PER는 10배다. 12개월 선행 PER가 높으면 현시점에서 향후 1년간 기업이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 대비 현재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의미로 향후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고평가는 아모레퍼시픽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한국 증시에서 제일 잘나가는 업종인 화장품·바이오 업종 내 상당수 종목의 주가가 최근 급등하면서 PER가 위험 수준까지 치닫는 모습이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차바이오텍 73배 △한미약품 71배 △씨젠 56배 △셀트리온 52배 △코스맥스 42배 △한국콜마 36배 △LG생활건강 31배로 집계됐다. 이 같은 PER는 동종업체 평균 PER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고평가된 수준이다. 실제 화장품 업체들이 속한 생활용품 업종과 제약업체들이 속한 의약품 업종 평균 PER(2015년 예상 실적 기준)는 각각 28배다.
글로벌 동종업체들과 비교해봐도 고평가돼 있긴 마찬가지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주가 기준 글로벌 화장품 종목들의 PER(2015년 예상 실적 기준)는 △시세이도 30.3배 △로레알 28.1배 △에스티로더 29.7배 △록시땅 29.4배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이 이들 글로벌 업체에 비해 약 30% 고평가된 셈이다.
제약업종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16배), 노바티스(19배), 존슨앤드존슨(16배) 대비 차바이오텍, 한미약품, 씨젠, 셀트리온 등 국내 제약주들의 PER는 3~4배 높은 수준이다.
이들 종목 PER가 고평가된 것은 실적 전망 개선과 같은 펀더멘털의 변화가 없는데도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만 국내 주식시장에서 7조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들은 한국 대기업들이 포진한 IT, 철강, 자동차, 정유, 화학 업종보다는 주로 중소형주들이 몰려 있는 화장품·바이오 업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 관련 주식을 사들였다. 시가총액 규모가 크지 않은 이들 종목에 투자금이 집중되면서 주가는 단기간에 급등했다. 실제 지난해 4월 30일 124만7000원이었던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지난달 20일 장중 400만원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화장품·바이오주 주가 추이가 과거 IT버블이나 차화정 열풍 당시 관련 종목들의 주가 추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현재 일부 화장품·바이오 업종 PER는 과거 거품주들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어서 낙폭이 가파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차화정 열풍이 불던 2011년 롯데케미칼(옛 호남석유화학)은 사상 최고가인 45만8000원까지 상승할 당시 PER가 15배 수준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2011년 사상 최고가(28만500원)를 기록할 때 PER가 22배였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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