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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10대천왕’ 첫방②] ‘공감’은 어디에?…‘스펙’만 남은 ‘고교10대천왕’
입력 2015-04-30 11:02 
사진=고교10대천왕 방송 캡처
[MBN스타 유지혜 기자] tvN ‘고교10대천왕이 베일을 드러낸 가운데 프로그램의 의도가 명확치 않아 아쉽다는 시청자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 11시에 방송된 ‘고교10대천왕 첫 회에서는 남다른 고교생들이 등장해 나라 걱정부터 내 걱정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그려졌다. 발언자로 등장한 고교생들은 취업난을 고교생의 시각으로 풀어보는가 하면, 실제 고교생의 사연으로 청소년들의 현실적인 연애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고교10대천왕은 애초 사회의 각종 문제를 고교생의 시각으로 풀어내며 ‘돌직구를 던진다는 의도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첫 회에서는 그 어디에도 돌직구는 보이지 않았고, 결코 평범하지 않은 스펙들로 점철된 고교생들이 토론자로 등장해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단 시청자들은 ‘고교10대천왕이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아직 잘 와 닿지 않는다는 반응을 가장 많이 보였다. 기획 의도인 ‘청소년의 시각으로 사회 문제를 들여다보기는 첫 회에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날의 주제는 ‘취업난으로서 서울대생들도 취업하기 힘든 이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냐는 질문으로 고교생들이 다양한 생각을 내놨다.

하지만 고등학생들이 다양한 답변을 하기에는 ‘취업이라는 주제가 지나치게 멀었고, 어쩔 수 없이 이미 시청자들은 잘 알고 있는 전형적인 답변들이 이어졌다. 취업난에 대해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에도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꿈을 찾기 위해 도전해야 한다” 높은 스펙만을 중요시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답변들은 이미 다른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수없이 제시된, 어찌보면 고리타분한 답변들이다. 이날 토론에서는 ‘청소년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 구나 싶은 무릎을 탁 칠만한 발언은 찾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주제 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들을 내놨다. 많은 시청자가 고교생들이 바라보기에 취업이라는 주제는 너무나 멀고 지나치게 현실적”이라며 깊은 답변을 하지 못할 위치에 놓인 고교생들에게 색다른 의견을 바라는 것은 제작진의 욕심인 듯 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첫 회와 같은 토론이 이어진다면 다양한 연령층이 공감을 하기에도, 재미를 느끼기에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제 선정과 이를 풀어내는 방식에 변화가 필요한 것은 후반부 이어진 연애 상담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초반 토론을 끝낸 후 ‘고교10대천왕은 실제 고등학생의 사연을 중심으로 고교응원단과 토론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시간을 가졌다. 번번이 여학생들에 ‘읽씹(문자를 읽고 씹힌다는 줄임말)을 당한다는 고민을 들고 온 남학생의 사연에 스튜디오 내의 고교생들은 진짜 자신의 문제처럼 아쉬워하고, 적극적으로 개선 사항을 제시하며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이를 보는 다른 연령층의 시청자도 오히려 이 시간이 더욱 즐거웠다는 평가다. 문자 안의 ‘ㅋㅋㅋ이라는 세 자음 하나에도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고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청소년들의 풋풋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고3이라 연애를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진지하게 얘기하는 고교생들의 모습에서 어른들에게 ‘청소년들은 이런 고민을 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 시간이야말로 고교생과 기성세대의 교감이 이뤄지는 느낌이었다.

‘고교10대천왕은 아직까지 어떤 방식으로 다양한 세대들과의 공감을 해낼 것인지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정체성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인상이어서 산만함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토론 방식에서도 발언권을 먼저 얻는 게 아닌 내키는 대로 입을 열어 토론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 발언권을 정리하는 MC의 역할도 다시 한 번 정리돼야 한다는 지적도 일었다.
사진=고교10대천왕 방송 캡처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아닌 유난히 높은 스펙으로 무장한 발언자들만 무대 위를 채웠다는 것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의견을 만들었다. 프로그램의 중심이 토론이다 보니 당연히 끼가 있고, 말하는 것이 유창한 친구들이 무대 위로 올라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끼가 마치 ‘높은 스펙에 있는 것 마냥 치부하는 프로그램 제작진의 태도도 문제다.

출연진의 성적, 고등학교 레벨, 이뤄놓은 업적 등을 나열하며 이들을 ‘고스펙자로 소개하는 것은 오히려 고교생 사이에서 등급을 나누는 것같이 보여 보기 불편했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발언하는 사이에서도 비교적 스펙이 부족한 모델 지망생 조상우가 진지한 답변을 해도 그저 웃음거리로 여기는 MC들의 발언들도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반응도 있었다. 사회 문제들을 청소년의 시각으로 푸는 것에 굳이 그렇게 높은 학식과 스펙을 자랑하는 고교생들로만 출연진을 채웠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는 시청자가 많았다.

‘고교10대천왕을 시청한 사람들은 스펙 좋은 고교생들을 ‘구경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시청한 게 아니라 진짜 고교생들의 생각과 고민이 궁금해서 이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고교10대천왕은 이런 시청자의 마음을 아직은 헤아리지 못한 분위기다. 물론 첫 회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정돈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브라운관에 올린 인상은 지울 수 없다. ‘고교10대천왕이 다양한 연령층에 반응을 이끌어내려면 무엇보다 시청자와의 교감 포인트를 얼마나 빨리 찾는가가 관건으로 보인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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