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제 옷 입은 한승혁 “이젠 불펜이 편하다”
입력 2015-04-30 06:01 
한승혁은 29일 광주 한화전에서 1⅔이닝 무실점으로 막으며 KIA의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광주)=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지난 29일 광주경기를 복기해보자. KIA가 한화를 9-4로 이겼던 경기의 승부처는 세 가지. 한화는 1회 1사 만루 기회에서 1점 밖에 뽑지 못했으며, 4회 송광민의 판단미스가 대량 실점의 빌미로 이어졌다. KIA는 6회 바뀐 투수 유창식을 겨냥해 꺼낸 대타 이홍구가 만루홈런을 치며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숨겨진 영웅이 있다. 멀티히트를 치며 공격을 이끈 브렛 필, 최희섭, 이범호도 분명 있다. 하지만 한화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은 한승혁의 ‘빠른 공도 인상적이었다.
경기 중반까지 KIA는 위험했다. 5회 김회성의 1점 홈런이 터지며 5-4까지 쫓겼다. 제구 난조(스트라이크 56개-볼 42개)의 필립 험버로 버티긴 위험했다. 5회까지 승리투수 요건만 갖추면 교체였다.
KIA가 4회 집중타로 대거 5점을 뽑았으나 그 외에는 한화가 흐름을 잡던 경기였다. 6회 동점 혹은 역전이 됐다면, 경기 양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게 한승혁이었다. 김경언에게 안타를, 김태균에게 볼넷을 내준 뒤 폭투로 2사 2,3루를 맞기도 했다. 안타 하나면 승부는 뒤집힐 수 있는 위기였다. 그러나 한승혁은 최진행을 범타로 처리했다. 이어 7회에도 김회성과 조인성을 연속 아웃시키며 한화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한화의 매섭던 뒷심도 이날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최고 구속 150km대 중반에 이르는 한승혁의 강속구에 눌렸다. 한승혁의 시즌 첫 홀드. 평균자책점도 1.23으로 크게 낮아졌다.
실상 부담스런 상황이었다. 단순히 상대가 한화라서가 아니다. 지난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8회 등판해 동점을 허용했다. 그 아쉬움과 미안함이 채 가시지 않았다.
한승혁은 한화전을 마친 뒤 1점 차 상황이라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라며 하지만 지난 등판에서 (홍)건희의 승리투수 요건을 지키지 못했기에, 오늘만큼은 힘버의 승리를 지켜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 집중력이 한승혁의 호투로 이어졌다. 제구부터 잘 됐다. 스트라이크 23개-볼 13개였다. 공만 빠르지, 제구가 안 되던 한승혁이 아니다.
투구 밸런스가 잡혔고, 평정심마저 갖추니 마음먹고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 한승혁은 불리한 볼카운트라도 쫓기지 않는다”라며 여유를 드러내기도 했다. 대신 그의 승부는 장점인 ‘힘을 최대한 살린다. 변화구보다 빠른 공으로 타자를 압도한다. 한승혁은 (내 스타일상)변화구보다 속구가 더 좋아야 한다. 속구를 보다 다듬으려 한다”라고 했다.
한승혁은 올해 5경기를 모두 불펜으로 구원 등판했다. 선발진 후보로도 분류됐지만, 아직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구상 중에는 여전히 선발투수 후보로 포함돼 있다.
열흘 전만 해도 한승혁은 보직 욕심이 없었다. 그는 선발이든 불펜이든 그저 마운드에서 ‘내 공을 던지고 싶을 따름이다”라며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였다.
그 마음가짐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스스로 선발보다 불펜 체질이라는 걸 실감하고 있다. 더 좋고 더 편하다는 것이다.
한승혁은 보직에 대한 개인적인 바람은 없다. 예전에 말했듯 내 공을 던지고 싶다. 다만 최근 들어 불펜에서 던지는 게 더 편하다. 선발진에 들어갈 경우, 최소 4일간은 던지지 못하고 기다려야 한지 않느냐. 난 자주 던지고 싶다”라며 배시시 웃었다.
[rok1954@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