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박빙' 판세가 투표율 견인…악재·궂은 날씨에도 '선방'
입력 2015-04-29 22:53 
성완종 파문 속에 치러진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투표율이 36.0%를 기록, 작년에 '미니 총선'이라 불리며 치러진 7·30 재보선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일각에서는 성완종 파문으로 정치권에 실망감을 느낀 유권자들이 적지않아 투표율이 아주 저조할 것으로 예상하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더욱이 이번 재보선 선거구 4곳 중 3곳이 대대로 투표율이 낮은 수도권인데다 투표 당일 비까지 내려 궂은 날씨였던 점을 감암하면 이번 투표율은 예상을 넘어 나름 '선방'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날 기록한 투표율은 2000년 이후 15번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의 평균 투표율 34.2%보다 1.8%포인트 높은 것입니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구 15곳에서 치러져 국회의원 재보선 중 역대 최대 규모였던 작년 7·30의 투표율 32.9%보다도 3.1%포인트 높은 수치입니다.


지난주 금·토요일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에서부터 평년 수준을 넘는 투표율을 기록할 조짐이 나타났습니다.

국회의원 선거구 4곳의 사전투표율이 7.6%로 집계된 것입니다. 사전투표제 도입 후 3차례 실시된 재보선 중 최고기록인 작년 7·30의 7.98%에 약간 못 미치는 비교적 높은 수치였습니다. 특히 7·30 재보선의 경우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선거가 치러져 사전투표율이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투표율을 기록한 데에는 무엇보다 거의 모든 지역구에서 승패를 가늠하기 힘든 '초박빙 승부'가 펼쳐졌던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됩니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여야 모두 "4곳 모두 초박빙(새누리당)", "4대 0 또는 0대 4도 가능하다(새정치민주연합)"며 지지세력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데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일례로 새누리당 지도부가 후보 공천 후 12차례나 찾으며 공을 들인 인천 강화군의 경우 투표율이 50.4%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여야 지지층 모두 선거패배의 위기의식을 느껴 각각 결집하면서 투표율을 끌어올렸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성완종 파문으로 수세에 몰리며 재보선 '전패 위기감'에 내몰렸고, 새정치연합의 경우엔 전날 와병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의 두차례 성완종 특사 의혹을 제기하며 반격을 시도, 선거결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 여야 지지자들이 각각 결집하며 경쟁적으로 투표장으로 나서 투표율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야권 후보 난립이 투표율을 높였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서울 관악을, 광주 서을에서 제1 야당인 새정치연합 후보와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거물급' 야권 후보의 치열한 대결을 펼치면서 야권 지지자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향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지역별 잠정 투표율을 보더라도 초박빙 승부가 펼쳐졌던 인천 서·강화을(36.6%), 야-야(野-野) 후보가 격돌했던 광주 서을(41.1%), 서울 관악을(36.9%)에서 평균을 넘어서는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반면에 새누리당 후보가 선거 기간 내내 '우세'하다는 분석이 나왔던 경기 성남 중원은 투표율이 평균을 한참 밑도는 31.5%의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한편, 이번 재보선을 거치면서 사전투표제의 효과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일각에선 사전투표제가 투표율 제고에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투표일수를 사실상 3일로 늘려 유권자들의 참여를 높였다는 것입니다.

성완종 파문 등 정치 불신이 널리 퍼진 데다 투표 당일이 평일로 궂은 날씨까지 겹쳐서 투표율이 더 낮아질 수 있었지만 그나마 사전투표율 덕분에 투표율이 이 정도를 기록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사전투표율(7.6%)을 제외할 경우 당일 투표율은 28.4%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어차피 투표할 유권자들이 미리 투표하게 하는 '분산 효과'에 그쳤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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